[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3개월 만 잘하면 애버리지(평균)가 나온다. 그러니까 한 달 못한 걸 너무 신경쓰지 마라."
지난해 4월 이정후는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둔 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주장까지 맡아 어깨가 무거운 상황에서 바뀐 타격폼에 적응하지 못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슬럼프는 생각보다 길어져 한 달 가까이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던 이정후에게 의외의 선수가 다가와 이야기를 건넸다. 2023시즌 키움에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였다.
이정후는 16일 키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미국 브이로그 2편에서 후라도와의 일화를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계약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이정후는 브이로그를 통해 1편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계약 과정과 입단식까지의 여정을 공개했고 2편에서 키움 시절 추억을 돌아봤다.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이정후는 후라도의 이름이 나오자 그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밝혔다. 이정후는 "내가 시즌 초반 잘 안됐을 때 후라도가 갑자기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를 불렀다. 갑자기 나를 뒤로 물러 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유일하게 알아들은 건 '애드리안 벨트레'였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후라도가 자신에게 "(정후) 너는 캡틴이다. 너가 나이는 어리지만 우리는 다 너를 믿고 의지하고 있으며, 다 너만 바라보고 있다"며 "너가 힘든 건 알겠는데 나도 옆에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후는 후라도가 "(이정후) 너가 잘하는 거 모든 선수들이 안다. 시즌이 끝나면 너의 애버리지로 끝날 것"이라며 벨트레의 말을 인용해 "시즌은 6개월인데 3개월만 잘하면 애버리지가 나온다. 그러니까 한 달 못한 걸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아직 다섯 달의 시즌이 더 남아있고 이 중 세 달만 잘하면 어차피 너가 매년 거뒀던 성적이 나온다. 어차피 타자는 아웃을 더 많이 당하니까 그 아웃을 미리 많이 당한 거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거다. 내가 도와주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당시 데뷔 후 가장 낮은 월간 타율 0.218(87타수 19안타)를 기록하며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이후 5월(월간 타율 0.305)부터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고 6월(타율 0.374)과 7월(타율 0.435) MVP의 명성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다. 이정후는 이후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1억 1,300만 달러(약 1,517억 원)의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이정후의 슬럼프 탈출에 도움을 준 후라도는 2023시즌을 앞두고 키움과 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KBO리그를 처음 밟았다. 후라도는 아직 자신도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주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정후의 모습을 보고 먼저 다가가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후라도는 6월까지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97의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아 3승 6패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단단한 멘탈로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묵묵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한 후라도는 2023시즌 30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하며 안우진이 시즌 중반 부상으로 빠진 키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특히 최다 이닝 3위(183⅔이닝), 퀄리티 스타트 5위(20회) 등 이닝이터 능력이 빛났다.
멘탈과 실력, 인성을 고루 갖춘 후라도는 지난해 12월 키움과 130만 달러의 재계약을 맺고 KBO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이제는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의 흔들리는 멘탈을 잡아줬던 후라도가 올 시즌 키움에서 어떤 영향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사진=OSEN, 뉴스1,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히어로즈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