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타석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도 웃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수비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경기 도중 벤치로 물러났다.

김도영은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3번 타자-3루수로 선발출전해 2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1도루로 활약했다. 하지만 두 타석 만에 소화하고 경기를 마쳐야 했다.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을 맞은 김도영은 삼성 선발 코너 시볼드의 초구를 공략해 안타를 기록했다. 최형우의 타석에서는 시즌 25호 도루까지 성공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3회 수비에서 악몽이 찾아왔다. KIA가 0-3으로 뒤진 3회 말 1사 1, 2루 데이비드 맥키넌의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가 펼쳐졌고, 제임스 네일이 던진 7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이 나왔다. 이때 1루 주자 강민호와 2루 주자 구자욱은 모두 스타트를 끊는 모습을 보고 포수 김태군이 빠르게 3루로 송구했다.

김태군의 빠른 대처에 구자욱은 2루와 3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렸다. 그런데 구자욱을 몰고 가던 김도영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1루로 송구했다. 이미 2아웃이라 2루와 3루 사이에서 선행주자 구자욱만 잡으면 이닝이 끝날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도영의 선택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 사이 2루 주자 구자욱은 3루 베이스를 돌아 홈을 노렸다. 결국 3루와 홈 사이에서 다시 런다운 플레이가 벌어졌고, 네일과 구자욱이 충돌하면서 주루방해가 선언돼 득점이 인정됐다. KIA로서는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아쉬운 수비로 헌납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아쉬운 수비 이후 김도영은 4회 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김도영은 볼카운트 1-0에서 코너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추격의 솔로 홈런(시즌 22호)를 터뜨렸다. 그러나 홈런이 터졌음에도 KIA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결국 김도영은 4회 말 수비 때 변우혁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1-4로 끌려가던 KIA는 8회 나성범이 추격의 투런포, 9회 소크라테스가 동점 적시타를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0회 초 최원준의 적시타, 한준수의 투런 홈런, 박정우와 변우혁의 적시타를 묶어 대거 5득점에 성공한 KIA는 9-5로 역전승에 성공했다.



프로 3년 차를 맞은 김도영은 79경기 타율 0.343(312타수 107안타) 22홈런 59타점 25도루 OPS 1.027로 MVP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76개), 장타율(0.619)과 OPS는 1위, 홈런 공동 2위, 도루 공동 6위, 타율 8위, 타점 12위 등 타격 대부분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공격력으로도 커버할 수 없을만큼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실책 수는 무려 19개로 2위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12개)와 7개나 차이나는 독보적인 1위다. 현재 페이스라면 풀타임 시즌으로 환산할 경우 약 34개의 실책이 가능하다. KBO리그 역대 최초의 30홈런-30도루-30실책 기록이 탄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고교 시절 주 포지션이 유격수였던 김도영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넓은 범위, 강한 어깨 등 수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핫코너인 3루에서 강한 타구를 처리하면서 포구 실책이 잦았고, 어깨는 강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송구가 종종 나오며 실책이 점점 쌓이고 있다.

2일 경기에서 나온 실수는 공식 기록으로 네일의 실책이 됐지만 김도영의 아쉬운 판단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장면이었다. 중요한 순간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수를 자주 범했던 김도영은 결국 4이닝 만에 경기에서 빠지는 극약처방까지 받고 말았다. 타격 잠재력은 폭발했지만 그만큼 많은 세금(실책)을 내고 있는 김도영의 '수비 성장통'은 계속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1, 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