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정규시즌 수십차례 담장을 넘겼던 애런 저지(31·뉴욕 양키스)의 홈런포는 가을야구에서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25번의 타석에서 침묵했던 저지는 오랜 기다림 끝에 짜릿한 포스트시즌 첫 홈런의 손맛을 봤다.
저지는 올해 가을야구 5경기서 타율 0.133(15타수 2안타) 1타점 OPS 0.564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었다. 정규시즌 158경기 타율 0.322 58홈런 144타점 OPS 1.159의 성적을 기록하며 AL을 그야말로 초토화했던 '홈런왕'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날 역시 출발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회 말 무사 1, 3루 절호의 찬스에서 첫 타석을 맞은 저지는 클리블랜드 선발 태너 바이비의 2구째 커터를 때려 내야에 높게 뜬 타구를 만들었다. 평범한 뜬공 아웃이 돼야 했을 타구를 유격수 브라이언 로키오가 떨어뜨리면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저지는 1루에 살아 나갔다. 이후 후속타 불발로 양키스는 1회 1득점에 만족해야 했다.
양키스가 2-0으로 리드를 잡은 2회 말 1사 만루 기회에서 저지는 바뀐 투수 케이드 스미스를 상대로 중견수 뜬공을 날려 희생플라이 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가을야구 2번째 타점이었다.
5회에도 중견수 뜬공을 기록한 저지는 7회 마지막 타석에서 기다리던 홈런포가 터졌다. 양키스가 4-2로 앞선 7회 말 1사 1루에서 헌터 개디스의 3구째 시속 95마일(약 152.9km) 패스트볼을 받아 쳐 시속 111.3마일(약 179.1km)의 타구로 비거리 414피트(약 126.2m)짜리 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번 가을야구서 26타석 만에 터진 저지의 첫 홈런이자 통산 포스트시즌 14번째 홈런이었다.
AL MVP를 예약한 저지의 홈런포가 터지면서 자연스럽게 '내셔널리그(NL) MVP 0순위'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정규시즌 159경기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59도루 OPS 1.036으로 NL MVP를 예약한 오타니는 MLB 진출 후 처음으로 나선 포스트시즌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7경기 타율 0.222(27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 OPS 0.677로 저지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NL 디비전 시리즈(NLDS) 1차전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딜런 시즈를 상대로 첫 홈런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던 오타니는 이후 6경기 30타석에서 홈런이 없다. 주자가 나간 상황(8타수 6안타 타율 0.750)에서는 안타가 나오고 있지만, 주자가 없을 때는 19타수 무안타 10삼진으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저지와 오타니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MLB 전체 홈런 1위를 놓고 화끈한 대포 경쟁을 펼쳤다. 그 결과 저지는 2022년(62홈런)에 이어 한 시즌 2번째로 많은 홈런을 때렸고, 오타니는 54홈런-59도루라는 역대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가을야구에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나란히 부진했던 저지와 오타니가 과연 '새가슴' 오명을 벗고 정규시즌처럼 다시 불방망이를 휘두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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