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생각 갖고 고영표 선발→전력 분석 실패'' 대만전 패배에 레전드 해설위원 작심발언 ''과거 생각하면 큰코 다쳐'' [프리미어12]
입력 : 2024.1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의미다. 프리미어12 첫 경기서 대만에 패한 한국은 적을 알지도, 나를 알지도 못한 것처럼 보였다. 아쉬운 전력분석에 레전드 출신 해설위원은 진심어린 쓴소리를 전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하 한국) 대만 타이베이시의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첫 경기 대만전서 3-6으로 패했다.

타선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차례 맞붙었던 대만 선발 린위민(4⅔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에게 또다시 꽁꽁 묶였다. 이후 대만의 불펜 투수 5명을 상대로 나승엽이 기록한 솔로포 외에는 점수를 뽑지 못했다.

대회 전부터 우려했던 공격력 부족은 어느정도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타선이 3안타에 그쳤지만, 3득점이라면 충분히 승부를 해볼 만한 점수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선발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첫 경기 선발투수로 낙점한 고영표는 2이닝 5피안타 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부진했다. 2회에만 2아웃 이후 만루홈런과 투런포를 맞고 무너졌다. 나머지 7이닝을 최지민(2⅔이닝)-곽도규(⅓이닝)-김서현(1이닝)-유영찬(1이닝)-조병현(1이닝)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선발투수의 조기 붕괴가 더 뼈아프게 느껴졌다.



씁쓸한 패배를 지켜본 '레전드 출신' 이순철 해설위원은 유튜브 'Off the TV'를 통해 대만전 패인을 분석했다. 이택근 해설위원이 "우리가 생각했을 때 대만 타자 특유의 분위기나 느낌이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대만 대표팀과는 많이 (느낌이) 바뀐 것 같다"라고 이야기 하자 이순철 위원은 "정확하게 봤다. 우리가 '대만'하면 힘은 있지만 짜임새와 디테일 면에서는 부족하다라고 느꼈고, 그러다보니 과거만 생각하고 오늘(13일) 고영표를 선발로 낸 것 아니겠느냐"라며 "과거의 대만 타자들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파워, 짜임새, 기술이 과거의 대만 선수들을 생각하고 전력 분석을 하면 큰코 다친다. 앞으로 대만전이나 일본전이나 국제대회에 나오면 전력 분석을 더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영표가 내려가고 좌투수가 올라왔을 때 (대만에) 좋은 우타자가 있다면 교체가 됐을 것이다. 좌투수가 올라가도 대만은 교체 없이 선발 라인업이 그대로 경기를 뛰었다. 대만이 좌타자들이 중심의 전력이라는 것을 파악했어야 했다"라며 "그런데 전력 파악을 하지 못하고 '기교가 조금 떨어지니까, 과거에도 언더핸드 투수 공을 못 쳤으니까 (이번에도) 못 때릴 것이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고영표를 선발로 냈던 부분에서 전력 분석이 잘못됐다고 단정지어 말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실제로 이번 프리미어12에 참가한 대만 대표팀은 15명의 야수 엔트리 가운데 11명이 좌타자로 구성됐다. 우타자 4명 중에 2명은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수 있는 선수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실제로 대만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를 상대하기 위해 9명 중 6명을 좌타자로 배치하는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고, 이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고영표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우타자(피안타율 0.297, 피OPS 0.758)보다 좌타자를 상대했을 때(피안타율 0.336, 피OPS 0.805) 성적이 더 안좋았다. 지난해(피안타율 vs 우타 0.247 / vs 좌타 0.286) 역시 마찬가지였다.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긴 했지만, 올해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307(스탯티즈 기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대만전을 앞두고 고영표를 선발로 낙점한 배경에 대해 대만팀 타자들의 스윙 유형이 밑으로 던지며 잘 못칠 것이라는 전력 분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만 타자들은 고영표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류중일 감독은 고영표가 좌타라인을 막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돌아봤다. 결국 적을 몰랐고 나를 몰랐던, 지피지기에 실패한 전력 분석은 치명적인 패배로 이어졌다.



사진=뉴스1,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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