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하 한국) 14일 오후 7시 대만 타이베이시의 티엔무구장에서 열리는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2번째 경기서 쿠바와 맞붙는다.
전날(13일) 열린 첫 경기서 한국은 대만에 3-6으로 패했다. 선발투수 고영표(2이닝 5피안타 2피홈런 6실점) 예상외로 일찍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5명의 불펜이 남은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경기 초반 크게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한국 타선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번 맞붙었던 대만 선발 린위민을 다시 만나 이번에도 고전했다. 린위민은 5회를 채우지는 못했으나 4⅔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린위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0.283이었던 반면 좌타자에게는 피안타율 0.219로 매우 강했다. '좌타 킬러 본능'은 국제대회에서도 발휘됐다. 한국의 좌타자들은 린위민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로 때려내지 못했다.
한국은 클린업 트리오를 김도영-윤동희-박동원 구성하고 지명타자로 김휘집을 배치하는 등 린위민 맞춤형 라인업을 구성했으나 김도영과 박동원만 각각 1안타 1타점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타자들이 침묵했다. 좌타자 가운데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7회 대타로 출전해 우투수 천관웨이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린 나승엽이 유일했다.
1패를 떠안은 한국은 쿠바전에서 더욱 강력한 상대를 만난다. NPB에서 최정상급 활약을 펼친 특급 좌완 리반 모이넬로가 한국전 선발로 나선다. 지난 1일과 2일 고척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에서는 모이넬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소속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아직 일본시리즈를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바 특급' 모이넬로는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에이스로 활약 중인 특급 좌완이다. 2017년 소프트뱅크에서 데뷔해 올해까지 통산 331경기 30승 14패 135홀드 40세이브 평균자책점 1.92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불펜으로 활약했던 모이넬로는 올 시즌 선발투수로 전향해 25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의 성적을 기록하며 소프트뱅크의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평균자책점은 퍼시픽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최고 158km/h, 평균 153km/h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자랑하는 '좌완 파이어볼러' 모이넬로는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까지 완성도 높은 변화구까지 갖췄다. 대만의 린위민과 모이넬로도 좌타자에게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 NPB서 피안타율 0.187을 기록한 모이넬로는 우타자(0.184)보다 좌타자(0.192)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조금 높았다. 하지만 11피홈런 중 좌타자에게는 허용한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다. 좌타 상대 피장타율(0.233)과 OPS(0.476)은 우타자(피장타율 0.307, 피OPS 0.562)를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낮았다.
이번 프리미어12 한국 엔트리의 타자 14명 가운데 우타자는 5명뿐이다. 그중 포수가 2명(박동원, 김형준)으로 선발 라인업에 가용한 우타 자원은 대만전 때와 마찬가지로 최대 4명이다. 아무리 우타자들이 포문을 연다고 해도 결국 선발 라인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좌타자들이 깨어나지 않으면 또다시 대만전에서 린위민에게 꽁꽁 묶였던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 과연 NPB 1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는 '좌타 킬러' 모이넬로를 상대로 한국 타선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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