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죽을 만큼'' 충남아산, 배성재 감독의 진심 ''나는 밑에서 올라온 유명하지 않은 지도자''...''부단히 노력해 중장기적인 시스템 정립할 것''
입력 : 2024.12.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박윤서 기자= "나는 밑에서 올라온 유명하지 않은 지도자. 다른 감독님들과 달리 엄청난 커리어 없어...그래서 더 많이 준비하고 죽을 만큼 부단히 노력할 것"

배성재 충남아산 신임 감독이 전한 취임 소감이다. 배성재 감독의 말엔 울림이 있었다. 실제 그의 커리어는 선수, 지도자 2가지 측면 모두에서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축구 인생은 2002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 소속으로 프로 무대를 밟으며 시작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 이적 문제 등이 겹쳐 2004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잠시 축구화를 벗었던 그가 다시 축구화 끈을 묶게 된 것은 신한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움을 갈망하던 배성재 감독은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국내 감독으로선 흔치 않은 루트였다.

배성재 감독은 태국에서 3부, 2부 구단을 이끌며 역량을 키웠다. 언어, 제반 시설 어느 것 하나 여의찮은 상황에서 몸으로 부딪쳤다. 이후 국내 무대로 복귀해 한마음고등학교, K4 고양에서 꿈을 이어갔다.

본격적으로 메인 무대에 등장한 시점은 지난해. 당시 충남아산은 새로운 감독이 취임함에 따라 수석코치가 필요했고 아산 인근에서 좋은 평가를 얻던 그가 기회를 얻었다.


충남아산에서 배성재 감독은 짧은 시간 동안 빼어난 역량을 발휘해 색깔을 입혔다. 선수단과 가깝게 지내며 준우승이란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구단 내부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이는 새로운 기회로 연결됐다. 충남아산은 감독직이 공석이 되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제 배성재 수석코치는 없다. 그는 감독으로 2025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문일답

-흔치 않은 태국 지도자 커리어.
어린 나이에 타지로 나가서 감독 생활을 했다. 처음엔 외국인 선수들과 소통이 어려워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특히 축구라는 공통적인 분모를 통해 유대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을 계속했다.

내가 만일 국내에서 유소년부터 대학팀까지 맡았다면 용병 선수들의 선발, 교체 등 프로 감독으로서 중요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이해'라는 역량을 쌓을 기회가 없었을 것 같다.

-선수들과의 소통.
언어적으로 외국인 선수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한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선수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이런 부분에 있어선 그때 많이 배웠다.

지난 시즌 감독님께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다. 나는 태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코치로서 외국인 선수 및 국내 선수와 관계적인 부분을 잘 형성했다. 문제가 없었고 원만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메인 무대로 올라와 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고등학교 팀을 맡았을 당시엔 부족한 선수들과 부족한 감독이 만났다고 이야기해 왔다. 선수들한테도 항상 너희들도 지금이 기회고 지도자로서 나도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점진적으로 성장해서 메인 무대로 올라왔는데 이 기회가 나에겐 좋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행운을 기회로 삼아 더욱 발전할 수 있게 죽을 만큼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성적이 좋았다. 내년 시즌에 대한 부담은 없나.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매우 크다. 동계 훈련에서 자신감을 얻는 것을 시작으로 이 부담을 없애 나가야 할 것 같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대목은.
지난해에도 후방에서 비대칭으로 빌드업하는 전술을 활용했다. 올해도 이 부분에 있어서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중앙에서 미드필더가 볼 소유하는 부분에 있어선 형태를 바꾸는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충남아산이 하위권에서 경합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부분은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팀 자체 매뉴얼, 시스템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단 철학이나 가치관을 선수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시즌 후에도 우리가 세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팀을 강하고 체계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이다.

-배성재 감독만의 선수 선발 및 기용 기준점은.

선수 개개인 특성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작년에도 기존 선수단 내에서 최대한의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런 축구를 구사하는 와중에도 팀의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볼을 어떻게 소유할 것인지,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그 공간을 만들었을 때 상대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그리고 수비 상황에선 사냥꾼처럼 기다렸다가 어느 타이밍에 헌팅할 것인지 게임 모델을 정립하고 있다. 선수들에겐 이와 같은 내용을 30일에 전달할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팀 내 핵심 멤버들의 거취는.


지난해 중요한 역할을 해주던 황기욱 선수 입대가 결정된 상황이다. 이은범 선수의 경우도 입대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탈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주닝요는 구단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명확하게 함께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일단은 보유하고 있는 선수단을 통해 최대한의 장점을 끌어내 볼 계획이다.

용병 같은 경우는 구단과 주고받은 부분이 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 측면 윙어 두 포지션을 준비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국내 무대에서 보고 있진 않다. 외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를 관찰하고 있다.

백스리 포지션의 경우 이탈이 있기에 다른 구단의 선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조만간 공식적인 발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젊고 유망한 선수가 많다. 배성재 감독이 점치는 깜짝 스타는.


22세 자원으로 뛰었던 정마호, 정세준 선수 같은 경우 지난해 어느 정도 기회를 부여받았고 경쟁력을 증명했다. 내년 시즌도 기대하고 있다. 정마호 선수는 부상에서 회복하고 있기에 추이를 보긴 해야 할 것 같다.

정세준 선수는 올해 보여준 역할과 퍼포먼스를 발전시키면 내년에도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신인으로 데려온 고등학교 졸업생 선수들이 있다. 22세 자원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 팀 목표.
개인적인 목표는 지지 않는 축구, 재밌는 축구를 하는 것이다. 가장 큰 팀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세부적으론 승점 60점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 그 안에서 팀이 가지고 갈 수 있는 전술적인 철학이나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팬 분들께.

충남아산을 응원해 주시는 많은 팬 분들 덕분에 지난해 선수단과 구단이 의기투합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감독님께서 팀을 옮기시면서 우려가 크신 것으로 알고 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씻어내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걱정보다는 기대감을 드릴 수 있도록. 더 공격적이고 이기는 축구를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즌 개막부터 우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보여드릴 계획이다. 팬 분들께 실망을 안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나는 밑에서부터 올라온 유명하지 않은 지도자이다. 프로 선수 생활도 짧았다. 대부분의 K리그1, K리그2 감독님들께서 대표팀 혹은 엄청난 커리어를 지니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이 준비할 생각이다. 나를 보고 지도자를 꿈꾸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분들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위치에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더 공부하고 준비해서 좋은 성적과 함께 변화되고 진보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사진=충남아산FC,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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