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넘어 亞 타자 OPS 1위인데...'2루타-홈런-3루타' 日 스즈키, '아빠' 오타니 홈런에 또 활약 묻혔다
입력 : 2025.04.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하늘은 왜 스즈키 세이야(31·시카고 컵스)를 낳고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을 또 낳았는가. 스즈키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도 일본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지 못했다.

스즈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경기에 3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3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선발 이마나가 쇼타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13안타 4홈런을 몰아친 타선을 앞세운 컵스는 피츠버그를 9-0으로 완파하고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선두를 질주했다.

이날 스즈키는 3개의 안타를 모두 장타로 장식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스즈키는 두 번째 타석부터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4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스즈키는 호투 중이던 피츠버그 선발 앤드류 히니를 상대로 2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중견수 옆을 지나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터뜨렸다. 득점권 밥상을 차린 스즈키는 다음 타자 카슨 켈리의 투런포에 홈을 밟아 득점을 기록했다.


스즈키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기록하며 멀티 출루 경기를 만들었다. 네 번째 타석에서는 화끈한 홈런포도 터뜨렸다. 컵스가 5-0으로 앞선 7회 초 1사 1루서 헌터 스트래튼의 시속 95.5마일(약 153.7km) 강속구를 때려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396피트(약 120.7m)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홈런 이후 6경기 만에 터진 시즌 7호 홈런이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스즈키는 3루타까지 기록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데이비드 베드나의 4구째 시속 96.9마일(약 155.9km) 패스트볼을 때려 PNC 파크 좌중간 가장 깊은 곳으로 타구를 날렸다. 시즌 2호 3루타를 터뜨린 그는 켈리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이날 경기 자신의 3번째 득점을 올렸다.

단타 하나 빠진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급 활약을 펼친 스즈키는 시즌 성적을 26경기 타율 0.298 7홈런 25타점 OPS 0.964로 끌어올렸다. 전날까지 OPS 0.878이었던 그는 단숨에 내셔널리그(NL) OPS 6위로 뛰어올랐다. 다저스의 오타니(0.942, NL 8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0.915, NL 13위)를 뛰어넘은 현 시점 아시아 출신 타자 최고 순위다.


이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의 관심은 스즈키가 아닌 다른 곳에 집중됐다. 같은 날 다저 스타디움에서 오타니가 홈런포를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타니는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는데, 유일한 안타가 첫 타석에서 나온 홈런이었다. 일본 매체들은 지난 20일 득녀 소식을 전한 오타니가 '아빠'로서 첫 홈런을 터뜨렸다는 소식을 앞다투어 전했다. 다저스 경기가 끝난 뒤 일본 포털 사이트 해외야구 뉴스는 오타니의 인터뷰 기사로 도배되어 스즈키의 홈런 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스즈키의 활약이 오타니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스즈키는 지난해 9월 20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시즌 21호 홈런을 기록하며 MLB 진출 후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하지만 그의 기록은 전혀 이슈가 되지 못했다. 하필 오타니가 그날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6타수 6안타 3홈런 10타점 4득점 2도루라는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활약으로 MLB 역사상 최초의 50-50 대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올해도 악연(?)은 이어졌다. 지난 3월 18~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MLB 정규시즌 개막전 '도쿄 시리즈'에서 스즈키는 오타니의 들러리 신세가 됐다. 오타니는 2차전서 올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며 도쿄돔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반면 스즈키는 일본 팬들 앞에서 2경기서 8타수 무안타 4삼진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 3일 스즈키는 애슬레틱스전에서 5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 2득점 1볼넷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5타점은 스즈키가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후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일본 언론들의 시선은 스즈키를 외면했다. 같은 날 오타니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5-5로 맞선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모든 관심을 독식했다. 둘은 똑같이 5타수 3안타를 기록했고 홈런과 타점은 스즈키가 오히려 더 많았다(오타니 1타점). 하지만 '오타니'라는 슈퍼스타의 아성을 넘을 수는 없었다.



30일 경기서 특급 활약을 펼치고도 외면받은 스즈키를 향해 일본 팬들은 측은한 감정을 드러냈다. SNS상에는 '오타니만 부각되고 있는데, 스즈키도 똑같이 (시즌) 7홈런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정말 일본 언론이란...', '사이클링 히트에 가까운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의 홈런에 가려지는 스즈키가 너무 불쌍하다', '스즈키의 3안타 활약이 오타니의 수면 부족 인터뷰에 밀리다니' 등 스즈키의 활약을 외면하고 오타니에만 집중하는 일본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는 반응도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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