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진출한 고우석(26)이 새로운 등번호로 21번을 택했다. KBO리그 LG 트윈스 시절에 쓰던 19번은 샌디에이고 영구 결번이라 사용 불가였다.
10일(이하 한국시간) ‘MLB.com’ 샌디에이고 공식 홈페이지의 고우석의 프로필에는 등번호 ’21’이 새롭게 업데이트됐다. 지난 4일 샌디에이고와 2년 보장 450만 달러 계약이 정식 발표된 뒤 고우석의 등번호는 따로 표시되지 않은 상태였다. 남아있는 번호 중 21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은 지난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뒤 7년간 등번호 19번을 고수했다. 2016년까지 LG에서 29번을 달았던 정현욱 삼성 투수코치가 은퇴하면서 비어있던 번호를 받았다.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 올림픽,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고우석은 19번을 계속 달았다. 지난해 WBC에선 ‘한국계’ 내야수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등번호가 겹쳤지만 양보를 받아 19번을 지켰다. 에드먼은 11번을 썼다.
19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고우석이지만 샌디에이고에선 아예 불가능한 등번호였다. 샌디에이고 구단 사상 최고의 선수인 토니 그윈의 영구 결번 번호이기 때문이었다.
좌투좌타 외야수로 지난 1982년 데뷔 후 2001년까지 20년간 샌디에이고 원클럽맨으로 뛴 그윈은 통산 2440경기 타율 3할3푼8리 3141안타 135홈런 1138타점 790볼넷 434삼진 319도루 출루율 .388 장타율 .459 OPS .847을 기록한 당대 최고 교타자였다.
1984년 첫 타격왕에 오른 그윈은 1987~1989년 3년 연속, 1994~1997년 4년 연속 포함 무려 8번이나 내셔널리그(NL) 타격왕에 올랐다. 1997년 220안타 포함 NL 최다 안타 타이틀도 7번 가져갔다. 올스타 15회, 실버슬러거 7회, 골드글러브 5회로 공수에서 최고 스타로 활약했다. 은퇴 후 득표율 97.6%로 명예의 전당에도 한 번에 입성했다. 유니폼을 벗은 뒤 모교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 감독을 하다 후두암으로 2014년 6월 세상을 떠났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생전이었던 2004년 그윈의 상징과 같은 19번을 영구 결번으로 일찌감치 지정했다. 1969년 창단해 올해로 56년째인 샌디에이고에선 그윈을 비롯해 스티브 가비(6), 데이브 윈필드(31), 랜디 존스(35), 재키 로빈슨(42), 트레버 호프먼(51) 등 6명의 레전드들이 영구 결번 영예를 누렸다.
비록 19번을 달지 못한 고우석이지만 21번이라는 새 번호도 의미가 있다. 어릴 때부터 롤모델로 삼은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줄곧 쓴 번호로 상징성이 있다. 같은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후계자로 오승환의 21번을 달고 빅리그에 데뷔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작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 21번을 쓰지 못했다. 2016~201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에는 26번을 사용했다. 마이크 매시니 당시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자신이 쓰던 26번을 오승환에게 넘겨줘 화제가 됐다. 201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선 22번, 시즌 중 옮긴 콜로라도 로키스에선 18번을 달고 던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