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의 부임 후 세 번째 소원이 이뤄질 수 있을까. 두산 프런트는 앞서 이 감독의 양의지 영입, 양석환 잔류 요청에 모두 응답한 바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창단 기념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홍건희는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요. 구단에서 잘 해주실 걸로…”라며 프런트에 홍건희 잔류를 요청했다.
이승엽 감독이 홍건희를 언급한 이유는 호주 스프링캠프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홍건희의 두산 잔류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이 돼야 하루 빨리 계약이 성사되는데 이마저도 현 상황에서는 언감생심이다. 두산 구단과 홍건희 측은 계속 평행선을 걸으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홍건희 측은 잔류 협상 기조를 세운 두산과 지난해 11월 30일 처음 만났다. 첫 만남부터 구체적인 조건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양 측이 입장 차이를 확인했고, 큰 소득 없이 만남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홍건희가 에이전트를 교체한 가운데 다시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지만 역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두산의 입장은 명확하다. 홍건희 잔류 기조를 유지하되, 샐러리캡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두산 관계자는 “현재 샐러리캡을 타이트하게 맞춰놓은 상태다. 우리가 생각하는 홍건희 계약의 적정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면 FA 계약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건희의 레벨에 맞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역시 기준선을 언급했다.
홍건희는 타 팀 이적 시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및 연봉 200% 또는 연봉 300%가 수반되는 A등급이라 운신의 폭이 좁다. 이에 지난해부터 원소속팀 잔류라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데 좀처럼 구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2월 1일 스프링캠프 출국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홍건희는 지난 2020년 6월 류지혁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해 인생을 바꿨다. KIA에서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로 인해 방황을 거듭했던 그는 두산 이적과 함께 제구가 되는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며 리그 정상급 뒷문 요원으로 거듭났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트레이드 전까지 약 10년 동안 347이닝을 담당한 홍건희는 두산 이적 후 지난해까지 불과 4시즌 만에 254⅔이닝을 달성했다. 2020시즌 68⅔이닝을 시작으로 2021년 74⅓이닝, 2022년 62이닝, 2023년 61⅔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 기간 12승 44세이브 39홀드를 수확했다.
홍건희는 2023년 두산 이승엽호의 클로저로 낙점되며 뒷문지기 역할까지 수행했다. 부진으로 인해 막바지 정철원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64경기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성적으로 스토브리그 전망을 밝혔다.
이승엽 감독과 더불어 두산 구단 또한 새 시즌 홍건희를 필요로 하고 있다. 홍건희는 두산의 마무리 후보이며, 마무리를 맡지 못하더라도 7, 8회 셋업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급 자원이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홍건희가 맡았던 투수조장 보직은 여전히 공석인 상태다.
한편 이승엽 감독은 홍건희 협상과 별개로 2024시즌 경쟁을 통해 다시 클로저를 결정하겠다는 플랜을 밝혔다. 이 감독은 “마무리가 작년에 정철원으로 바뀌었는데 현재 조웅천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금부터 보직을 결정하기보다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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