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이건 존중과 교육의 문제다."
이탈리아 매체 '로마 프레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간) "파비오 카펠로(78) 감독은 AS 로마가 조세 무리뉴(61) 전 감독을 향해 존중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라고 전했다.
AS 로마는 지난 16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니엘레 데 로시(41)를 무리뉴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4년 6월 30일까지.
같은 날 앞선 시각 로마 구단은 "무리뉴 감독은 로마를 떠난다"라며 무리뉴 감독과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21년 토트넘 홋스퍼를 떠난 무리뉴 감독은 2021년 5월 로마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2021-2022시즌 로마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구단 역사상 첫 유럽 대항전 우승이었다.
이후 무리뉴의 로마는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엔 리그 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2023-2024시즌 현재 리그 20경기에서 8승만을 거뒀다. 리그 순위는 9위.
승점으론 2002-2003시즌 이후 20라운드 기준 최악의 성적이다.
댄 프리드킨과 아들 라이언 프리드킨 로마 소유주는 미국 국적으로 프리드킨 그룹의 회장이다. 이들은 "로마 지휘봉을 잡은 뒤 무리뉴가 보여준 열정과 노력에 우리는 로마를 대표해 감사를 전한다"라며 무리뉴에게 작별을 고했다.
무리뉴와 로마의 결별이 공식 발표된 직후 이탈리아 '겟 풋볼 뉴스'는 "무리뉴 경질 배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공개됐다.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무리뉴 감독 경질 결정이 프리드킨 회장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라고 전했다.
로마는 곧바로 데 로시 감독의 선임 소식을 전했다. 구단은 "로마에서 18년간 선수 생활을 보낸 데 로시는 오는 21일 열리는 엘라스 베로나전을 통해 감독으로 팀에 돌아온다"라고 전했다.
경질과 선임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
무리뉴 감독에겐 충격적일 수 있는 경질 통보다. 경질 당시 리그 9위(승점 29점)에 쳐져 있다고는 하지만, 4위 ACF 피오렌티나(승점 34점)와 승점 차는 5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같은 날 무리뉴 감독이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로마의 일부 팬들은 무리뉴 경질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시즌이 18경기나 남아 있었고 다음 두 경기가 강등권 팀과 맞대결인 걸 생각했을 때 한 경기 한 경기 반등의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테랑 중의 베테랑 무리뉴를 경질하고 '초짜 감독' 데 로시를 모셔 온 것에 불만이 큰 이도 있다.
카펠로는 무리뉴의 경질에 관해 "무리뉴는 마치 한 번도 팀을 지도해보지 않은 사람처럼 취급받았다"라며 "AC 밀란이 파올로 말디니에게 저지른 짓과 같다"라고 구단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앞서 지난해 6월 AC 밀란은 구단의 전설 말디니 디렉터 경질을 발표했는데, 말디니는 지난 1978년 밀란 유스팀에 입단한 뒤 2009년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32년 동안 밀란에서만 몸을 담았던 전설 중의 전설이다.
한 구단에서만 헌신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를 꼽을 때면 늘 거론될 정도로 훌륭한 실력으로 밀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수이기에 말디니의 경질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카펠로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업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라커룸에서 무리뉴에게 '당신은 더 이상 로마 감독이 아니야'라고 말하거나 말디니에게 '더 이상 밀란의 디렉터가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제발!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결정하자. 이건 존중, 교육의 문제"라고 목소리 높였다.
카펠로 감독은 "그들만의 스타일이지만, 이게 비즈니스 세계라면 이해할 수 없다. 말디니와 같은 사람, 무리뉴와 같은 감독은 시즌이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