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역사를 쓰겠다"고 당당한 포부를 나타냈던 로베르토 만치니(50·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대표팀 감독은 가장 먼저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31일 새벽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한국과 연장전을 치르고도 1-1로 비겨 결국 승부차기로 향했다.
조현우가 선축으로 나선 상대의 3,4번째 키커의 슛을 막아냈고 한국은 4명 모두 성공을 시키며 4-2로 승리했다. 한국은 8강 진출, 사우디는 16강에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한국과 역대 전적에서 5승 8무 5패로 팽팽히 맞섰으나 2005년 이후 18년이 넘도록 3무 2패로 승리가 없었기에 부담이 컸다. 게다가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은 팀이었다.
만치니 감독의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를 거두고 F조 1위로 나서 E조 2위 한국과 격돌했다. 만치니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부터 한국을 경계했다.
그러나 먼저 웃은 건 사우디였다. 전반을 0-0으로 마쳤으나 후반 시작과 함께 행운이 따른 선제골을 가져갔다. 이후 한국이 공세를 높였으나 정규시간이 다하도록 1-0 리드를 이어갔다.
추가시간 10분이 주어졌고 한국의 파상공세 끝 99분에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김태환의 왼발 크로스를 설영우가 헤더로 문전 앞에 떨궜고 이를 조규성이 완벽히 마무리했다.
양 팀은 연장 전후반을 추가 골 없이 마쳤고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선축에 나선 사우디는 칸노와 압둘하미드가 나란히 골을 넣었다. 한국도 손흥민, 김영권이 차례로 득점에 성공했다. 3번째 키커에서 희비가 갈렸다. 왼쪽 하단을 노린 알 나지의 슛을 조현우가 완벽히 읽어내 막아냈고 한국은 조규성이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며 성공시켜 앞서갔다. 4번째 키커 가리브의 슛마저도 조현우에 막혔고 황희찬이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결국 승자가 됐다.
한국은 극적인 승리에 환희에 빠졌지만 사우디로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만치니 감독의 기행은 사우디 축구 팬들의 분노를 더 키울 법했다.
만치니 감독은 2명의 키커가 연달아 실패하자 일찌감치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아직 황희찬의 순번이 남아 있었으나 미리 실패를 직감한 것 같은 태도였다. 선수들과 관중들은 여전히 희망에 차 기적 같은 승리를 기원하고 있었으나 누구보다 먼저 감독이 포기한 셈이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도 만치니 감독의 기행에 주목했다. 매체는 "사우디가 한국을 상대로 승부차기 패배가 확정되기 전 만치니는 터널을 걸어나갔다"며 "황희찬이 조국을 8강에 올려놓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만치니의 사우디 감독 선임 배경도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하고 불과 몇 주도 지나지 않아 사우디 감독을 맡게 됐다며 "'역사를 만들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도 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만치니는 사우디가 아시안컵을 개최하는 2027년까지 계약을 맺으며 연봉 2500만 유로(360억원) 상당 규모의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으로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충격적인 본선 진출 실패를 경험했지만 유로 2020에서 우승을 이끌었고 인터 밀란의 3차례 세리에A 우승, 맨체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등을 이끈 명장이기에 기대가 컸던 사우디로선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것도 모자라 명장의 아쉬운 행보에 실망감이 두 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AFP에 따르면 만치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미안하다.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들은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이 누구보다 먼저 경기를 포기한 듯한 행동을 취한 것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우디 축구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해명일지는 의문이다.
이어 "매우 기쁘면서도 매우 슬프다"며 "우리가 많이 발전해서 매우 기쁘다. 한 달 동안 함께 했는데 이게 정말 중요했다. 이제 우린 하나의 팀이다. 더 발전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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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31일 한국과 2023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31일 새벽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한국과 연장전을 치르고도 1-1로 비겨 결국 승부차기로 향했다.
조현우가 선축으로 나선 상대의 3,4번째 키커의 슛을 막아냈고 한국은 4명 모두 성공을 시키며 4-2로 승리했다. 한국은 8강 진출, 사우디는 16강에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한국과 역대 전적에서 5승 8무 5패로 팽팽히 맞섰으나 2005년 이후 18년이 넘도록 3무 2패로 승리가 없었기에 부담이 컸다. 게다가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은 팀이었다.
만치니 감독의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를 거두고 F조 1위로 나서 E조 2위 한국과 격돌했다. 만치니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부터 한국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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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에서 사우디 키커의 킥을 막아내는 조현우. |
추가시간 10분이 주어졌고 한국의 파상공세 끝 99분에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김태환의 왼발 크로스를 설영우가 헤더로 문전 앞에 떨궜고 이를 조규성이 완벽히 마무리했다.
양 팀은 연장 전후반을 추가 골 없이 마쳤고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선축에 나선 사우디는 칸노와 압둘하미드가 나란히 골을 넣었다. 한국도 손흥민, 김영권이 차례로 득점에 성공했다. 3번째 키커에서 희비가 갈렸다. 왼쪽 하단을 노린 알 나지의 슛을 조현우가 완벽히 읽어내 막아냈고 한국은 조규성이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며 성공시켜 앞서갔다. 4번째 키커 가리브의 슛마저도 조현우에 막혔고 황희찬이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결국 승자가 됐다.
한국은 극적인 승리에 환희에 빠졌지만 사우디로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만치니 감독의 기행은 사우디 축구 팬들의 분노를 더 키울 법했다.
만치니 감독은 2명의 키커가 연달아 실패하자 일찌감치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아직 황희찬의 순번이 남아 있었으나 미리 실패를 직감한 것 같은 태도였다. 선수들과 관중들은 여전히 희망에 차 기적 같은 승리를 기원하고 있었으나 누구보다 먼저 감독이 포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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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에서 사우디의 3,4번째 키커의 킥이 연이어 조현우의 선방에 막히자 황희찬의 킥을 앞두고 먼저 라커룸으로 향하는 만치니 감독. /사진=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
만치니의 사우디 감독 선임 배경도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하고 불과 몇 주도 지나지 않아 사우디 감독을 맡게 됐다며 "'역사를 만들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도 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만치니는 사우디가 아시안컵을 개최하는 2027년까지 계약을 맺으며 연봉 2500만 유로(360억원) 상당 규모의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으로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충격적인 본선 진출 실패를 경험했지만 유로 2020에서 우승을 이끌었고 인터 밀란의 3차례 세리에A 우승, 맨체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등을 이끈 명장이기에 기대가 컸던 사우디로선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것도 모자라 명장의 아쉬운 행보에 실망감이 두 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AFP에 따르면 만치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미안하다.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들은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이 누구보다 먼저 경기를 포기한 듯한 행동을 취한 것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우디 축구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해명일지는 의문이다.
이어 "매우 기쁘면서도 매우 슬프다"며 "우리가 많이 발전해서 매우 기쁘다. 한 달 동안 함께 했는데 이게 정말 중요했다. 이제 우린 하나의 팀이다. 더 발전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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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만치니 감독(오른쪽). /사진=뉴스1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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