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인천맨→방출 요청→한화 이적' 이재원 ''SSG에 미안함, 반복하지 않겠다'' [호주 현장인터뷰]
입력 : 2024.02.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멜버른(호주)=안호근 기자]
한화 포수 이재원이 1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 후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한화 포수 이재원이 1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 후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싶어요."

18년을 '인천맨'으로 살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인천 살이를 스스로 포기했다. 아직 더 보여줄 게 남았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이재원(36)은 낯선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원은 1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2024 스프링캠프 첫 날 훈련 도중 스타뉴스와 만나 "어려운 시기에 불러주셔서 한화에 감사드린다"며 "처음에 (SSG에서) 나간다고 했을 때는 사실 정해진 것도 없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현역 연장 의지가 확고했고 SSG 랜더스에선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지르고 봤지만 한화에서 손을 내밀었고 이재원은 옛 동료들이 즐비한 프로 생활 두 번째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인천고 출신으로 2006년 1차 지명을 받고 SK 와이번스(SSG 전신)에 입단했다. 인천 동산고 류현진 대신 선택을 받았을 정도로 기대감이 컸던 유망주였다.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잡기까지는 8년이 걸렸지만 1군에서 경기를 치를 때만큼은 확실한 타격 재능을 뽐냈다. 특히나 '좌투수 킬러'로서 명성을 높였다.

2014년 처음 주전 포수가 된 뒤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2018시즌 뛰어난 성적과 함께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뒤엔 자유계약선수(FA)로 4년 총액 69억원의 잭팟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만 5차례, 주전 포수로도 2회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최근 두 시즌 급격히 내리막길을 탔고 특히나 지난해엔 1군에서 단 76일만 머물며 27경기에서 44타수 4안타, 타율 0.091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은퇴 후 코치직 제안 제안도 있었지만 이재원은 방출 요청을 했고 그런 그에게 한화가 손을 내밀었다. 직전해 연봉에서 반토막이 난 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SK 시절 함께 뛴 동료들과 재회했다. 이명기는 물론이고 지난해까지 같은 '인천 원클럽맨'으로 뛰었던 김강민, 옛 영광을 함께 했던 정우람과 이태양, 정경배 수석코치와 박재상 주루코치와도 다시 만났다. 이재원은 "(이)명기는 같이 하자고 꾸준히 이야기해준 친구"라며 "여기에 오기까지 걱정도 많았는데 후배들도 잘 해주고 옛 동료들도 있어서 적응하기에 순조롭다"고 말했다.

SSG 시절 이재원. /사진=SSG 랜더스
SSG 시절 이재원. /사진=SSG 랜더스
김강민과 마찬가지로 프로 생활을 한 팀에서만 했다. 더구나 인천에서 나고 자랐기에 더 애착이 컸다. 그러나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쉬움도 남는다. 자신의 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내심 서운함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다만 그 끝엔 미안함이 남았다. "내가 할 걸 못 했다. 스스로 약해진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성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답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렇기에 한화에선 본연의 모습을 찾겠다는 이재원이다.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 '재미있게'라는 뜻엔 많은 게 포함돼 있다"며 "야구를 잘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고 그 재미 속에서 '내가 살아있구나'라는 걸 야구장에서 느끼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컸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야구장에서 더 활기차게 해야 하는 스타일인데 작년엔 그게 잘 안 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변에서도 그것 때문에 나를 안타깝게 보기도 했는데 여기선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늘도 후배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건 야구 잘하는 것과는 별개이지 않나. 그래야 나도 더 힘이 나고 생기가 도는데 뭔가에 한없이 빠져들어 있다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힘들었다. 그래서 팀(SSG)에도 미안했는데 여기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은퇴를 목전에 두고 팀을 옮겨 새롭게 시작하게 된 제2의 야구 인생이기에 큰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좋은 포수들이 있다. 일단 팀에 먼저 스며들고 적응을 하는 게 급선무"라며 "(최)재훈이도 있고 밑에 (박)상언이도 있지만 어차피 나머지 한 자리는 경쟁일 수 있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해봤다. 나도 부족하면 (후배들에게) 보고 배우면서 이 팀이 더 강해진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1군에 꾸준히 머무는 건 당연하면서도 가장 큰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경기에 나가도 티가 안 나고 팀이 좀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첫째로는 아프지 않고 일단 투수들 공을 많이 보는 게 가장 필요할 것 같다. 방망이도 당연히 잘 쳐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이 살아나면 팀도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이재원은 "내가 잘해서 팀과 윈-윈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 새 유니폼을 입은 이재원.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새 유니폼을 입은 이재원. /사진=한화 이글스



멜버른(호주)=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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