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베테랑 우완투수 임창민(39·삼성)은 어떻게 두 차례의 방출을 딛고 은퇴를 해도 무방한 나이에 FA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을까.
임창민은 지난달 5일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기간 2년 총액 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4억 원, 옵션 1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불펜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삼성은 계약을 마친 뒤 “ 베테랑 투수 임창민 영입을 통해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진 구축과 팀 내 어린 선수들과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흡족해했다.
임창민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내 계약이 생각보다 주목을 받았다”라고 웃으며 “다행인 건 나보다 훌륭한 투수 2명(오승환, 김재윤)이 더 있어서 부담이 덜하다. 그들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떤 시즌이 될지 궁금하다. 잘 준비했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라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올해로 39세가 됐지만 몸 상태는 그 어느 오프시즌보다 좋다. 임창민은 “몸 관리를 항상 잘해왔지만 올해가 유독 괜찮다. 그래서 무게를 올려 헤비 웨이트를 조금 했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된다”라며 “다들 나이 때문에 날 저평가하더라. 그런데 난 그게 즐거웠다. 평가를 낮게 하면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올 시즌 그걸 증명할 것 같다”라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냈다.
1985년생인 임창민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현대 2차 2라운드 11순위 지명된 우완 베테랑투수다.
전성기는 NC 다이노스 시절이었다. 히어로즈-넥센을 거쳐 2012년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다이노스에 입성해 9년 동안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25세이브(도합 86세이브)를 달성했고, 2020년 창단 첫 통합우승에 이어 2021년 46경기 17홀드 평균자책점 3.79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임창민에게 찾아온 현실은 방출이었다. NC 구단의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따라 2021년 11월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의도치 않게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그런 임창민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두산 베어스였다. 임창민은 2022시즌에 앞서 두산과 연봉 1억2000만 원에 계약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32경기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95로 기대에 못 미쳤다. 시즌 초반 11경기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0.96의 반짝 활약 이후 팔꿈치, 손가락 부상 및 부진을 겪으며 1군과 2군을 자주 오갔다. 그리고 결말은 또 다시 방출이었다.
다시 무소속이 된 임창민은 연봉 1억 원에 친정 키움과 계약하며 2023시즌 현역을 연장했다. 그리고 51경기 2승 2패 2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51의 회춘투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퇴를 선언해도 무방할 나이에 마지막 불꽃을 제대로 태우며 정해영(KIA), 홍건희(두산) 등 젊은 클로저들을 제치고 세이브 부문 6위를 차지했다.
임창민은 2023시즌을 마치고 당당히 FA 권리를 행사했다. 지난해 11월 18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FA 승인 선수 명단에 C등급으로 이름을 올렸고, 불펜 보강이 필요한 삼성의 선택을 받으며 마침내 FA 계약자가 됐다. 두 차례의 방출을 딛고 39세라는 늦은 나이에 인간 승리의 감동을 선사한 순간이었다.
임창민은 “난 아웃사이더 같다. 항상 그랬다. 또 아웃사이더 친구들이 항상 날 찾아온다”라며 “갖고 있는 게 뛰어나면 보석 같이 눈에 확 띈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도 계속 닦다보면 빛날 수 있다. 여러 선수들이 날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 또한 삼성과 계약 기간 내에 좋은 활약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인간 승리의 비결을 전했다.
임창민은 스프링캠프에서 오승환, 김재윤 등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들과 마무리 보직을 두고 경쟁을 펼칠 예정. 그러나 9회를 맡고 싶은 욕심은 없다. 임창민은 “(마무리를)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생각도 없다. 굳이 거기 가서 고생할 생각이 없다. 물론 하라고 하면 해야겠지만 굳이 찾아서 할 생각은 없다”라며 “아마 내가 나이가 있는 선수라서 팀에서 관리를 해주실 것 같다. 부담은 적고 몸은 편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베테랑답게 개인이 아닌 팀을 먼저 언급했다. 임창민은 “고참은 개인 성적이 별 의미가 없다. 팀 성적이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하며 “삼성의 외부 평가를 들어보면 5강 외 전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충분히 5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기대가 적으니 부담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고, 전문가들 예상보다 높이 올라가면 많은 보상이 따라올 것이다. 하던 대로 하면 많은 보상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창민은 과거 두산, 키움에서 그랬듯 삼성에서도 젊은 투수들의 멘토를 자청하며 이들의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그는 “내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먼저 다가갈 것이고, 어린 선수들도 나한테 다가올 것으로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다 오픈해서 알려줄 것이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해서 다 발전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