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확 어려진 '팀 코리아'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있는 메이저리그(ML) 팀들과 정면 대결한다.
조계현(60)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장은 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팀 코리아' 선수단 구성은 2026년 WBC, 2028년 LA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나이를 계산해서 짰다. 지금 22~25세 선수들이 그때 되면 기량도 절정에 이를 것이다. 그렇게 경험을 쌓아서 경쟁력 있는 국가대표팀을 만들어보자는 중장기적 계획이라고 보면 된다"고 어린 선수 위주로 선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 스페셜 게임에 출전할 선수들은 오늘(2일) 발표한 예비 명단 안에서 나올 것이다. 만약 부상이 10명, 20명이 나오면 모를까 그런 일이 아니고서야 그 안에서 다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KBO는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를 앞두고 열리는 평가전,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스페셜 게임'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맞붙을 한국 대표팀(팀 코리아)의 35인 예비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에는 지난해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주를 이뤘다. 웬만하면 추가 발탁 없이 예비 명단에 있는 선수들 그대로 간다. 만에 하나 추가 발탁이 있더라도 이름값 있는 베테랑 선수가 아닌 전도유망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예정이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세대교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다. KBO는 메이저리그 팀과 잡은 평가전조차 어린 한국 야구 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았다.
예비 명단 35인은 투수 19명, 포수 3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구성했으며, 팀 별로는 롯데가 가장 많은 5명, NC, KIA, 한화, 키움 각각 4명, LG, KT, 두산 3명, SSG, 삼성 2명, 상무에서 1명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한국 국가대표 경기를 챙겨본 야구팬이라면 익숙한 얼굴들이다. 대표팀 주장 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문동주(21), KBO 홈런왕 노시환(24·이상 한화 이글스), '제2의 김하성' 김주원(22), '차세대 안방마님' 김형준(25·NC 다이노스) 등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부터 최지민(21), 김도영(21·이상 KIA) 등 APBC 준우승 멤버까지 화려하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부상 등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던 박명근(20·LG 트윈스), 한동희(25·롯데 자이언츠), 아마추어 대표로서 아시안게임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택연(19·두산 베어스), 황준서(19·한화) 등도 새로이 이름을 올렸다. 예비 명단 중 KBO리그 데뷔 무대도 밟지 못한 선수는 황준서와 김택연이 유일하다.
조계현 위원장은 "한국 선수들이 언제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경기를 해보겠나.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 될 거고 그런 경험으로 인해 선수 개개인이 꿈을 굉장히 크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실력도 벽으로 느낄 것이고 한국 야구가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건지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황준서, 김택연 같은 아직 KBO리그 무대조차 밟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예비 명단에 포함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예비명단에 있었으나, 최종 명단에서 탈락한 황준서와 김택연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전체 1, 2번으로 각각 한화와 두산에 지명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대만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에서 원투펀치로서 대표팀의 동메달에 공헌해 왜 자신들이 어린 나이에도 성인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됐는지를 입증했다.
조 위원장은 "예를 들어 황준서 같은 경우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후보에도 있었다. 합류에 근접했지만, 그때는 장현석(20·LA 다저스)이 있었다. 이렇게 나이가 19세밖에 되지 않았더라도 잘하면 국가대표도 갈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려 했다. 이번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어린 선수들은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메이저리그(ML) 사무국이 원하는 출전 명단 엔트리가 정해지지 않아 최종 명단 발표는 언제가 될지 미지수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스페셜게임을 시작으로 대표팀을 지휘할 전임 감독이 설 연휴 이후 정해진다. 새 감독이 온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 예정이며, 아직 메이저리그(ML) 사무국이 알려주지 않은 출전 명단 인원이 확정된 후에야 최종 명단이 발표될 계획이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대표팀 기회가 열리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량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번 예비 명단에서 팀별 인원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도 이 부분이 감안됐다. 조 위원장은 "팀을 구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다. 기존에 있는 베테랑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베테랑 선수들은 어느 정도 데이터가 있는 상황이고 어린 선수들은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지난 아시안게임 때도 당장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 욕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어린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면 다음 WBC나 LA 올림픽에서는 성과를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밀어붙였다. 허구연 총재님도 그렇게 방향을 잡는 데 함께 하셨고 다행히 선수들이 두 대회를 통해 잘 성장해 줬다"고 흐뭇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그렇다고 실력을 안 볼 순 없다. 구단 별로 똑같이 배분하면 좋지만, 경기 내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경험치도 내용이 좋아야 더 쌓일 수 있다. 또 기대를 걸고 보는 팬분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나름의 고충을 설명했다.
이번 서울 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의 세계화를 이유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기다. 지난해 7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미국 밖에서 하는 정규시즌 경기를 '메이저리그 월드투어'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브랜딩한 뒤 2024년에는 한국 등 4개국에서 MLB 월드투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장소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3월 20일과 21일 각각 오후 7시 5분에 시작되며 이 경기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생중계된다. 미국 현지 시각 기준(서머타임 시행 이후)으로는 동부 시간으로 오전 6시 5분, 서부 시간으로는 오전 3시 5분이다.
KBO에서도 모처럼 온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총 6경기가 열릴 고척스카이돔이 메이저리그식으로 일부 탈바꿈하는 것이 첫번째다. 지난해 11월부터 고척스카이돔은 기존의 인조 잔디와 담장 모두 걷어내는 등 관중석과 전광판을 제외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8월 고척돔에 실사단을 파견해 그라운드 등 시설을 종합적으로 점검했고, 원정 라커룸, 투광등, 그라운드를 우선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실제 선수들이 뛸 그라운드와 잔디 상태로 충격흡수율(G-max), 평활도를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맞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침 고척돔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설공단에도 보수 계획이 잡혀 있었던 터라 공사는 순조롭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달 스타뉴스의 관련 질의에 "원정 라커룸의 식당 시설이 좁다는 의견이 있어 보수 계획이 잡혀 있었다. 인조 잔디와 투광등 교체 역시 2022년부터 계획돼 있던 공사로 이와 관련해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꾸준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원정팀 선수 시설은 분리됐던 라커룸을 통합해 공간 단절을 해소하고자 했다. 또 샤워실로의 이동 동선을 개선 및 식당 공간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공단에서 설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공유했고, 이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측의 이견이나 특이 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장 환경뿐 아니라 높은 경기 수준도 기대될 전망이다. KBO리그의 어린 선수들이 상대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두 팀은 지난해 선수단 총 연봉만 2억 달러를 가뿐히 넘는 빅마켓 클럽이다. 여기에 이번 겨울 대대적인 보강으로 더욱 로스터가 화려해졌다.
특히 투·타 겸업으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최초 만장일치 MVP를 두 차례 수상한 오타니가 첫 FA 자격을 행사해 10년 7억 달러(약 9268억 원)로 LA 다저스로 향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북미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액 계약을 디퍼 계약으로 체결해 슈퍼팀이 되는 환경을 조성했다. 덕분에 일본프로야구(NPB) MVP 3연패, 3년 연속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03억 원)의 초대박 계약을 맺고 LA 다저스의 1선발이 됐다. 뒤이어 1선발 유형의 타일러 글래스노우(30)를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트레이드 영입해 5년 1억 3650만 달러(약 1818억 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거포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1년 2350만 달러(약 313억 원)의 FA 계약을 맺으며 지명타자 공백을 해결했고, 제임스 팩스턴을 1년 1100만 달러(약 147억 원)에 추가 영입해 선발 로테이션에 안정감을 더했다.
샌디에이고에 대한 한·일 야구팬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의 '어썸 킴' 김하성은 3년 만에 고척 그라운드를 밟는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김하성은 2020년 겨울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았다. 152경기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0.749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대폭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2010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시절 추신수(42·SSG 랜더스)의 22도루. 조정OPS서도 110으로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을 보여준 덕분에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 들기도 했다.
또한 2루수로 106경기(98선발) 856⅔이닝, 3루수로 32경기(29선발) 253⅓이닝, 유격수로 20경기(16선발) 153⅓이닝 등 총 3개 포지션에서 수비 이닝 1263⅓을 소화하면서도 총 7개의 실책밖에 저지르지 않았다. 그 덕에 골드글러브 수상에 공식적으로 반영되는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개발한 수비 지수(SDI)에서 김하성이 +9점으로 포지션 불문 내셔널리그 9위, 2루수 중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김하성 외에도 다르빗슈 유(38)가 샌디에이고의 1선발로서 활약 중이고, 이번 겨울 NPB 최고 마무리 중 하나로 손꼽히던 마쓰이 유키(30)가 5년 최대 3360만 달러(약 445억 원)의 계약으로 합류했다. 뒤이어 한국 KBO리그 최고 마무리 중 하나인 고우석(26)이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4억 원) 계약을 체결해 샌디에이고 클로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을 상대할 어린 대표팀도 기대해 볼만한 선수가 많다. 특히 지난해 두 번의 국제대회를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1999년생 이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2023년 류중일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APBC 대회를 통해 동 나이대 일본 대표팀을 몰아붙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문동주(한화),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는 국제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이어갔고, 곽빈과 이의리(22·KIA)는 올해 아쉬웠던 모습에 대한 비판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타선에서는 노시환(한화)이 이대호의 뒤를 이을 4번타자감임을 스스로 증명했고, 김혜성-최지훈(27·SSG)-김도영이라는 확실한 테이블세터 자원을 확보했다. 또 윤동희(21·롯데 자이언츠), 김휘집(22·키움 히어로즈) 등 기대치 않았던 자원이 깜짝 활약을 했고, 포수 김형준이 큰 경기를 통해 차세대 안방마님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적장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젊은 대표팀이다. APBC 결승전을 마친 뒤 이바타 감독은 "한국 투수들은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졌다. 선발투수 4명은 전부 150㎞ 이상 던졌다. 젊으면서 훌륭한 선수를 데려온 것 같다"고 마운드를 칭찬한 뒤 "9번(최지훈)과 1번(김혜성)이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4번 노시환도 좋았다. 날카로운 타구를 보여줬다. 일본에서도 톱 클래스라 생각한다"고 성장한 야수들을 눈여겨봤다.
지난 두 대회 주축 선수들 외에 새로운 얼굴이 최종 명단에 얼마나 남을지도 관심사다. 29년 만에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두 영건 김윤식(24)과 박명근(20), 제2의 이정후라 평가받는 이주형(23·키움 히어로즈)이 가장 눈에 띈다.
광주진흥고 졸업 후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김윤식은 차세대 LG 마운드를 이끌어 나갈 좌완으로 평가받았다. 4년 차인 지난해 17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하면서 LG 마운드의 한 축을 이뤘다.
박명근은 데뷔 첫해부터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신인이었다. 라온고 졸업 후 2023년 3라운드 27순위로 LG에 입단해 57경기 4승 3패 9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후반기 크게 구위가 떨어지는 한계를 보였으나, 전반기에는 36경기 4승 무패 5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3.25로 필승조로 활약했다.
경남고 졸업 후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3순위로 LG에 입단한 이주형은 지난해 최원태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에 새 둥지를 틀었다. 키움에서 단 51경기 동안 타율 0.330, 6홈런 34타점, OPS 0.911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줬으나, 시즌 막판 허벅지 부상으로 APBC 대표팀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이밖에 KT의 우완 필승조 손동현(23·2019년 2차 3R), 삼성의 좌완 불펜 이승현(22·2021년 1차지명)도 첫 대표팀 승선을 노린다.
◆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 및 개막전 일정(왼쪽이 홈팀)
3월 17일 오후 12시 키움 히어로즈 - LA 다저스
3월 17일 오후 7시 팀 코리아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월 18일 오후 12시 LG 트윈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월 18일 오후 7시 팀 코리아 - LA 다저스
3월 20일 오후 7시 5분 LA 다저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월 21일 오후 7시 5분 LA 다저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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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동주가 지난해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호주와 첫 경기에서 상대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포효하고 있다. |
국가대표팀 주장 김혜성. |
조계현(60)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장은 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팀 코리아' 선수단 구성은 2026년 WBC, 2028년 LA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나이를 계산해서 짰다. 지금 22~25세 선수들이 그때 되면 기량도 절정에 이를 것이다. 그렇게 경험을 쌓아서 경쟁력 있는 국가대표팀을 만들어보자는 중장기적 계획이라고 보면 된다"고 어린 선수 위주로 선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 스페셜 게임에 출전할 선수들은 오늘(2일) 발표한 예비 명단 안에서 나올 것이다. 만약 부상이 10명, 20명이 나오면 모를까 그런 일이 아니고서야 그 안에서 다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KBO는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를 앞두고 열리는 평가전,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스페셜 게임'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맞붙을 한국 대표팀(팀 코리아)의 35인 예비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에는 지난해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주를 이뤘다. 웬만하면 추가 발탁 없이 예비 명단에 있는 선수들 그대로 간다. 만에 하나 추가 발탁이 있더라도 이름값 있는 베테랑 선수가 아닌 전도유망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예정이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세대교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다. KBO는 메이저리그 팀과 잡은 평가전조차 어린 한국 야구 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았다.
예비 명단 35인은 투수 19명, 포수 3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구성했으며, 팀 별로는 롯데가 가장 많은 5명, NC, KIA, 한화, 키움 각각 4명, LG, KT, 두산 3명, SSG, 삼성 2명, 상무에서 1명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한국 국가대표 경기를 챙겨본 야구팬이라면 익숙한 얼굴들이다. 대표팀 주장 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문동주(21), KBO 홈런왕 노시환(24·이상 한화 이글스), '제2의 김하성' 김주원(22), '차세대 안방마님' 김형준(25·NC 다이노스) 등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부터 최지민(21), 김도영(21·이상 KIA) 등 APBC 준우승 멤버까지 화려하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부상 등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던 박명근(20·LG 트윈스), 한동희(25·롯데 자이언츠), 아마추어 대표로서 아시안게임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택연(19·두산 베어스), 황준서(19·한화) 등도 새로이 이름을 올렸다. 예비 명단 중 KBO리그 데뷔 무대도 밟지 못한 선수는 황준서와 김택연이 유일하다.
2024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 스페셜 게임에 출전한 '팀 코리아' 35인 예상 명단. /사진=KBO |
쿠팡플레이가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의 스페셜 게임을 발표했다.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
황준서. /사진=한화 이글스 |
조계현 위원장은 "한국 선수들이 언제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경기를 해보겠나.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 될 거고 그런 경험으로 인해 선수 개개인이 꿈을 굉장히 크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실력도 벽으로 느낄 것이고 한국 야구가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건지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황준서, 김택연 같은 아직 KBO리그 무대조차 밟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예비 명단에 포함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예비명단에 있었으나, 최종 명단에서 탈락한 황준서와 김택연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전체 1, 2번으로 각각 한화와 두산에 지명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대만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에서 원투펀치로서 대표팀의 동메달에 공헌해 왜 자신들이 어린 나이에도 성인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됐는지를 입증했다.
조 위원장은 "예를 들어 황준서 같은 경우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후보에도 있었다. 합류에 근접했지만, 그때는 장현석(20·LA 다저스)이 있었다. 이렇게 나이가 19세밖에 되지 않았더라도 잘하면 국가대표도 갈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려 했다. 이번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어린 선수들은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메이저리그(ML) 사무국이 원하는 출전 명단 엔트리가 정해지지 않아 최종 명단 발표는 언제가 될지 미지수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스페셜게임을 시작으로 대표팀을 지휘할 전임 감독이 설 연휴 이후 정해진다. 새 감독이 온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 예정이며, 아직 메이저리그(ML) 사무국이 알려주지 않은 출전 명단 인원이 확정된 후에야 최종 명단이 발표될 계획이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대표팀 기회가 열리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량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번 예비 명단에서 팀별 인원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도 이 부분이 감안됐다. 조 위원장은 "팀을 구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다. 기존에 있는 베테랑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베테랑 선수들은 어느 정도 데이터가 있는 상황이고 어린 선수들은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지난 아시안게임 때도 당장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 욕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어린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면 다음 WBC나 LA 올림픽에서는 성과를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밀어붙였다. 허구연 총재님도 그렇게 방향을 잡는 데 함께 하셨고 다행히 선수들이 두 대회를 통해 잘 성장해 줬다"고 흐뭇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그렇다고 실력을 안 볼 순 없다. 구단 별로 똑같이 배분하면 좋지만, 경기 내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경험치도 내용이 좋아야 더 쌓일 수 있다. 또 기대를 걸고 보는 팬분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나름의 고충을 설명했다.
2024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 홍보 포스터.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
샌디에이고가 SNS에 올린 MLB 서울 시리즈 홍보 이미지. 김하성이 가장 가운데에 위치했다. /사진=샌디에이고 공식 SNS |
LA 다저스 구단이 공식 SNS를 통해 한국에서 열리는 2024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시리즈를 소개했다. /사진=LA 다저스 구단 공식 SNS |
이번 서울 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의 세계화를 이유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기다. 지난해 7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미국 밖에서 하는 정규시즌 경기를 '메이저리그 월드투어'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브랜딩한 뒤 2024년에는 한국 등 4개국에서 MLB 월드투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장소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3월 20일과 21일 각각 오후 7시 5분에 시작되며 이 경기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생중계된다. 미국 현지 시각 기준(서머타임 시행 이후)으로는 동부 시간으로 오전 6시 5분, 서부 시간으로는 오전 3시 5분이다.
KBO에서도 모처럼 온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총 6경기가 열릴 고척스카이돔이 메이저리그식으로 일부 탈바꿈하는 것이 첫번째다. 지난해 11월부터 고척스카이돔은 기존의 인조 잔디와 담장 모두 걷어내는 등 관중석과 전광판을 제외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8월 고척돔에 실사단을 파견해 그라운드 등 시설을 종합적으로 점검했고, 원정 라커룸, 투광등, 그라운드를 우선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실제 선수들이 뛸 그라운드와 잔디 상태로 충격흡수율(G-max), 평활도를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맞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침 고척돔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설공단에도 보수 계획이 잡혀 있었던 터라 공사는 순조롭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달 스타뉴스의 관련 질의에 "원정 라커룸의 식당 시설이 좁다는 의견이 있어 보수 계획이 잡혀 있었다. 인조 잔디와 투광등 교체 역시 2022년부터 계획돼 있던 공사로 이와 관련해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꾸준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원정팀 선수 시설은 분리됐던 라커룸을 통합해 공간 단절을 해소하고자 했다. 또 샤워실로의 이동 동선을 개선 및 식당 공간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공단에서 설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공유했고, 이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측의 이견이나 특이 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장 환경뿐 아니라 높은 경기 수준도 기대될 전망이다. KBO리그의 어린 선수들이 상대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두 팀은 지난해 선수단 총 연봉만 2억 달러를 가뿐히 넘는 빅마켓 클럽이다. 여기에 이번 겨울 대대적인 보강으로 더욱 로스터가 화려해졌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
야마모토 요시노부. /AFPBBNews=뉴스1 |
김하성. /AFPBBNews=뉴스1 |
특히 투·타 겸업으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최초 만장일치 MVP를 두 차례 수상한 오타니가 첫 FA 자격을 행사해 10년 7억 달러(약 9268억 원)로 LA 다저스로 향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북미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액 계약을 디퍼 계약으로 체결해 슈퍼팀이 되는 환경을 조성했다. 덕분에 일본프로야구(NPB) MVP 3연패, 3년 연속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03억 원)의 초대박 계약을 맺고 LA 다저스의 1선발이 됐다. 뒤이어 1선발 유형의 타일러 글래스노우(30)를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트레이드 영입해 5년 1억 3650만 달러(약 1818억 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거포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1년 2350만 달러(약 313억 원)의 FA 계약을 맺으며 지명타자 공백을 해결했고, 제임스 팩스턴을 1년 1100만 달러(약 147억 원)에 추가 영입해 선발 로테이션에 안정감을 더했다.
샌디에이고에 대한 한·일 야구팬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의 '어썸 킴' 김하성은 3년 만에 고척 그라운드를 밟는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김하성은 2020년 겨울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았다. 152경기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0.749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대폭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2010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시절 추신수(42·SSG 랜더스)의 22도루. 조정OPS서도 110으로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을 보여준 덕분에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 들기도 했다.
또한 2루수로 106경기(98선발) 856⅔이닝, 3루수로 32경기(29선발) 253⅓이닝, 유격수로 20경기(16선발) 153⅓이닝 등 총 3개 포지션에서 수비 이닝 1263⅓을 소화하면서도 총 7개의 실책밖에 저지르지 않았다. 그 덕에 골드글러브 수상에 공식적으로 반영되는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개발한 수비 지수(SDI)에서 김하성이 +9점으로 포지션 불문 내셔널리그 9위, 2루수 중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김하성 외에도 다르빗슈 유(38)가 샌디에이고의 1선발로서 활약 중이고, 이번 겨울 NPB 최고 마무리 중 하나로 손꼽히던 마쓰이 유키(30)가 5년 최대 3360만 달러(약 445억 원)의 계약으로 합류했다. 뒤이어 한국 KBO리그 최고 마무리 중 하나인 고우석(26)이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4억 원) 계약을 체결해 샌디에이고 클로저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당시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뉴스1 |
2023 APBC 당시 김도영. |
이들을 상대할 어린 대표팀도 기대해 볼만한 선수가 많다. 특히 지난해 두 번의 국제대회를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1999년생 이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2023년 류중일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APBC 대회를 통해 동 나이대 일본 대표팀을 몰아붙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문동주(한화),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는 국제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이어갔고, 곽빈과 이의리(22·KIA)는 올해 아쉬웠던 모습에 대한 비판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타선에서는 노시환(한화)이 이대호의 뒤를 이을 4번타자감임을 스스로 증명했고, 김혜성-최지훈(27·SSG)-김도영이라는 확실한 테이블세터 자원을 확보했다. 또 윤동희(21·롯데 자이언츠), 김휘집(22·키움 히어로즈) 등 기대치 않았던 자원이 깜짝 활약을 했고, 포수 김형준이 큰 경기를 통해 차세대 안방마님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적장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젊은 대표팀이다. APBC 결승전을 마친 뒤 이바타 감독은 "한국 투수들은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졌다. 선발투수 4명은 전부 150㎞ 이상 던졌다. 젊으면서 훌륭한 선수를 데려온 것 같다"고 마운드를 칭찬한 뒤 "9번(최지훈)과 1번(김혜성)이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4번 노시환도 좋았다. 날카로운 타구를 보여줬다. 일본에서도 톱 클래스라 생각한다"고 성장한 야수들을 눈여겨봤다.
지난 두 대회 주축 선수들 외에 새로운 얼굴이 최종 명단에 얼마나 남을지도 관심사다. 29년 만에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두 영건 김윤식(24)과 박명근(20), 제2의 이정후라 평가받는 이주형(23·키움 히어로즈)이 가장 눈에 띈다.
광주진흥고 졸업 후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김윤식은 차세대 LG 마운드를 이끌어 나갈 좌완으로 평가받았다. 4년 차인 지난해 17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하면서 LG 마운드의 한 축을 이뤘다.
박명근은 데뷔 첫해부터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신인이었다. 라온고 졸업 후 2023년 3라운드 27순위로 LG에 입단해 57경기 4승 3패 9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후반기 크게 구위가 떨어지는 한계를 보였으나, 전반기에는 36경기 4승 무패 5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3.25로 필승조로 활약했다.
경남고 졸업 후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3순위로 LG에 입단한 이주형은 지난해 최원태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에 새 둥지를 틀었다. 키움에서 단 51경기 동안 타율 0.330, 6홈런 34타점, OPS 0.911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줬으나, 시즌 막판 허벅지 부상으로 APBC 대표팀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이밖에 KT의 우완 필승조 손동현(23·2019년 2차 3R), 삼성의 좌완 불펜 이승현(22·2021년 1차지명)도 첫 대표팀 승선을 노린다.
◆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 및 개막전 일정(왼쪽이 홈팀)
3월 17일 오후 12시 키움 히어로즈 - LA 다저스
3월 17일 오후 7시 팀 코리아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월 18일 오후 12시 LG 트윈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월 18일 오후 7시 팀 코리아 - LA 다저스
3월 20일 오후 7시 5분 LA 다저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월 21일 오후 7시 5분 LA 다저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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