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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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4일 '윌리 메이스 데이'를 알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SNS. /사진=샌프란시스코 구단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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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있는 이승엽 벽화. /사진=삼성 라이온즈 |
2월 4일은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이었다.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로, 새해의 봄이 시작하는 날이다. 먼나라 미국의 서부도시 샌프란시스코는 한국에서 새 봄을 맞는 이날, 2024년 2월 4일(현지시간)을 '윌리 메이스 데이'로 선포했다. 레전드 야구 선수 윌리 메이스(93)를 기리는 날이다.
윌리 메이스는 누구인가.
메이스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레전드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샌프란시코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명외야수이자 강타자로 이름을 떨쳤다. 1950년 니그로리그 버밍엄 블랙 바론스를 거쳐 1951년 뉴욕 자이언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신)에 입단하며 MLB에서 활약하기 시작해 선수 생활 마지막 두 시즌인 1972~1973년(뉴욕 메츠)을 제외하고 1971년까지 '자이언츠맨'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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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메이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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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메이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
42세에 은퇴하기까지 전까지 MLB에서 22시즌동안 뛰면서 2992경기에 나서 통산 타율 0.302(1만881타수 3283안타), 660홈런, 2062득점, 1903타점, 338도루, 출루율 0.384, 장타율 0.557, OPS(출루율+장타율) 0.941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역대 최다인 13년 연속 300루타와 12년 연속 외야수 골드글러브 수상을 기록했고, MLB 역사상 유일한 '3000안타+500홈런+골드글러브 10회 이상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1957년 시작된 골드글러브가 조금 더 일찍 생겼다면, 그의 외야수 부문 수상 횟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12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그치지 않고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내셔널리그(NL) 올스타에 24회 연속으로 선발된 실력과 인기를 함께 누렸고, 1951년 NL 신인왕에 이어 1954년 뉴욕 자이언츠와 1965년 연고지를 옮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두 차례 NL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 차례 올스타 MVP(1963, 1968년)에도 뽑혔다. 또 한 차례 타격왕(1954년), 네 차례의 홈런왕(1955, 1962, 1964, 1965년)과 도루왕(1956~1959년), 두 차례 득점왕(1958, 1961년)을 수상했다. 1971년에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도 받았다. 1979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는 홈런, 안타, 주루뿐 아니라 빼어난 외야 수비 능력까지 모든 야구 재능을 갖춰 '윌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Willie could do everything)'는 말로도 잘 알려진 '가장 완벽한 선수'다. 메이스의 외야 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Willie could do everything'이 회자됐다. 우승컵을 안았던 195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뒤로 달려가며 키를 넘어가는 외야 타구를 받아낸 '바스켓 캐치' 명수비는 '가을 야구' 때가 되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2017년부터 월드시리즈 MVP에게 주어지는 상의 이름은 '윌리 메이스 상'으로 불리고 있다. 메이스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최고령 생존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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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메이스 데이를 알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의 SNS.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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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메이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
이처럼 위대한 선수인 윌리 메이스의 등번호가 '24번'이다. 샌프란시스코(1972년)뿐 아니라 단 두 시즌 몸담았던 뉴욕 메츠(2022년)까지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한 등번호다. 2024년 2월 4일을 '윌리 메이스 데이'로 선포한 이유다. 숫자 24가 연도와 날짜에 두 차례 겹치는 이날을 앞두고 지난 3일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또 한 명의 프랜차이즈 스타 배리 본즈(60)와 함께 직접 나서 '샌프란시스코의 아이콘' 메이스의 업적을 기리는 '일생에 한 번뿐인 날'로 선포한 것이었다. 배리 본즈는 메이스의 자이언츠 팀 동료였던 바비 본즈의 아들이다. 메이스가 배리 본즈의 대부를 맡았던 인연도 있다. 본즈의 영구결번은 메이스 등번호의 다음 숫자인 '25번'이다.
'윌리 메이스 축제의 날'에는 시청 등 랜드마크에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주황색 등 조명을 밝히고,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도 조명뿐 아니라 윌리 메이스 광장(Willie Mays Plaza)에 있는 24그루의 야자수를 배너로 장식하는 등 축제 분위기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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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메이스(왼쪽)가 2015년 11월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6월 20일 메이스의 고향인 앨라배마주 버밍엄의 릭우드 필드에서 갖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경기 때 다시 한 번 그의 유산을 조명하기로 했다. 또 5월 31일 오라클 파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산의 날'을 기념해 메이스의 니그로리그 소속팀이었던 블랙 바론스 유니폼을 입은 그의 버블헤드 2만 개를 나눠줄 계획이다.
국내 팬들도 최근 '윌리 메이스'의 이름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2023시즌까지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다가 MLB 진출을 선언하고, 2027시즌 뒤 옵트 아웃(계약 기간 도중 FA 권리 행사 등으로 인한 계약 파기) 조항을 포함한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84억 원)의 조건에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외야수 이정후(26)가 지난해 12월 15일 입단식에서 새 구단의 대선배 스타를 언급하면서 가장 먼저 입에 올린 이름이 '윌리 메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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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
이정후는 이날 입단 기자회견에서 '샌프란스시스코 자이언츠의 역사'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정말 유명한 선수들이 많지만, 윌리 메이스가 있다. 너무 오래 전 야구는 잘 모른다. 최근 기억에 남는 건 2010, 2012, 2014시즌 우승했을 때 그 중심에는 버스터 포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그의 롤 모델인 스즈키 이치로(일본)의 등번호와 같은 51번을 KBO 리그에 이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달고 뛴다.
'윌리 메이스 데이'를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야구, 더 넓게는 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문화 풍토다. 2024년으로 출범 43년째를 맞는 KBO 리그에서도 언제쯤이면 위대한 선수의 이름을 딴 'OOO의 날' 행사를 치르는 날을 볼 수 있을까. 2036년 3월 6일에 '국민타자'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의 영구결번 36번을 떠올리며 '이승엽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2026년 2월 6일 박경완의 날, 2033년 3월 3일 박용택의 날, 2035년 3월 5일 장종훈의 날, 2041년 4월 1일 김용수의 날은 또 어떤가. 그것도 대구시, 인천시, 서울시, 대전시에서 직접 나서서 야구인의 업적과 유산을 기리는 행사를 마련할 수 있을까.
또 하나는, 올해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일원이 된 이정후가 메이스처럼 대활약을 펼쳐 KBO 리그에 이어 MLB에서도 '레전드' 선수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그의 등번호 51번이 이치로의 그것만큼이나 빛나고, 메이스의 24번처럼 구단의 유산으로 오랫동안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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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합성사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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