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하늘도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돕는 걸까. 올 시즌 후 FA로 시장에 나올 김하성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유격수, 2루수 시장의 경쟁자들이 연이어 잔류하면서 김하성의 가치가 더 크게 상승 중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될 예정이었던 특급 2루수 호세 알투베(33)와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5년 1억2500만 달러로 2025년부터 시작돼 2029년 39세 시즌까지 커버하는 장기 계약이다.
알투베에겐 3번째 연장 계약이다. 지난 2013년 7월 4년 1250만 달러, 2018년 3월 5년 1억51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알투베는 이번까지 3차례 연장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커리어 수입 3억 달러를 돌파한 2루수가 됐다.
베네수엘라 출신 알투베는 키가 168cm로 리그 최단신이지만 2011년 데뷔 후 13년 통산 1668경기 타율 3할7리(6665타수 2047안타) 209홈런 747타점 293도루 OPS .834를 기록 중이다. 2000타석 이상 현역 타자 중 최고 타율. 2014~2017년 4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최다 안타를 비롯해 MVP 1회, 올스타 8회, 실버슬러거 6회, 타격왕 3회 경력을 자랑한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2번이나 해냈다.
지난해에는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사구로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출발이 늦었고, 7월에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90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타율 3할1푼1리(360타수 112안타) 17홈런 51타점 14도루 OPS .915로 활약했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급 2루수로 FA 시장에서 대우를 받을 만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지난달 17일 예비 FA 랭킹을 선정했는데 상위 20명 중 5위가 알투베였다. 또 다른 매체 ‘더스코어’가 지난 6일 내놓은 FA 랭킹에서도 20명 중 8위에 올랐다. 유격수와 2루수를 뜻하는 중앙 내야수 중에서 넘버원 FA로 평가됐는지만 휴스턴과 연장 계약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중앙 내야수 중 ‘넘버투’로 평가되는 김하성에겐 상당한 호재다. 김하성은 CBS스포츠와 더스코어 예비 FA 랭킹에서 각각 6위,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 내야수 중에선 전부 알투베 다음 가는 순위였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바로 알투베였는데 그가 사라졌으니 김하성의 FA 가치가 더욱 상승하게 됐다.
알투베가 계약하기 전날인 6일에는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유격수 바비 위트 주니어(23)와 11년 2억8870만 달러의 초대형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3년 8900만 달러 팀 옵션을 더하면 14년 최대 3억7700만 달러 계약. 캔자스시티 구단 최초 10년 이상 계약으로 역대 첫 1억 달러 이상의 최고액 계약이기도 하다.
위트 주니어는 이제 2년을 뛴 선수로 FA까지 올해 포함 4시즌 더 뛰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연장 계약이 없었다면 스몰마켓 캔자스시티가 시즌 뒤 그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었다. ‘ESPN’은 ‘이보다 더 좋은 연장 계약 시기는 없다. 이번에 계약하지 않았다면 다음 겨울에 캔자스시티가 트레이드를 타진할 수도 있었다’고 바라봤다. 한창 나이의 30-30 호타준족 유격수라면 웬만한 FA보다 가치가 높다.
만약 위트 주니어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면 FA 김하성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중앙 내야수로 김하성을 향한 시장 관심이 분산될 수 있었지만 연장 계약으로 남으면서 잠재적인 경쟁자도 사라졌다.
현재 FA 시장에서 김하성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밀워키 브루어스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28)밖에 없다. 김하성과 같은 1995년생으로 역시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는 아다메스는 장타력이 뛰어나지만 지난해 전체적인 타격 생산력과 수비 기여도에서 김하성이 역전했다. 지난해 페이스만 이어간다면 김하성은 넘버원 중앙 내야수로 FA 시장에서 동포지션 최고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하성에 대한 평가와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MLB네트워크’는 지난 7일 메이저리그 선수 랭킹 TOP 100에서 81~90위를 발표했는데 김하성이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커리어 첫 TOP 100 진입으로 리그 톱클래스 수준의 선수임을 인정받았다.
김하성은 이 랭킹에 선정된 역대 3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다. 추신수가 지난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42위에 올라 최초로 TOP 100에 포함됐다.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300출루 시즌을 보내고 7년 1억3000만 달러 FA 대박을 터뜨린 뒤였다.
이어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이었던 2020년 5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LA 다저스에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2위로 최고 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을 따내고 처음으로 TOP 100에 진입했다. 2020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3위로 활약을 이어간 류현진은 2021년 39위로 순위가 14계단 더 올랐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투타 최고 선수들에 이어 김하성이 3번째로 TOP 100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추신수와 류현진도 FA 대박을 치면서 TOP 100에 진입했지만 김하성은 FA를 앞두고 포함된 것이 다르다. 시장 상황도 김하성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한국인 빅리거 역대 최고액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