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 25일까지 열흘간 대장정
[OSEN=손찬익 기자]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한국탁구의 향후 100년을 담보할 ‘기회의 장’으로서 각별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6일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에 한창인 이번 대회를 ‘키 워드’로 풀어서 조목조목 정리해본다.
ㄱ : 국제탁구연맹
ㄴ : 나이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선수는 룩셈부르크 여자대표 니샤리엔으로 만 60세(1963년 7월생)다. 중국계 펜 홀더 페인트 전형인 이 선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신유빈(19·대한항공)과 벌인 대전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환갑에 이른 나이에도 세계정상급 선수로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최연소 참가선수는 태국 여자대표 완위사 아우에아위리야요틴이다. 2010년 7월생인 이 선수의 나이는 만 13세 7개월이며, 니샤리엔과의 차이는 무려 47년이다. 한국대표팀으로 범위를 좁히면 남자대표 이상수(34·삼성생명, 1990년 8월생)가 최연장자, 가장 어린 선수는 역시 남자대표 박규현(18·미래에셋증권, 2005년 3월생)이다.
ㄷ : 단체전
초기 개최 주기가 불규칙했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1959년 대회부터 격년 주기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2003년 대회부터는 격년 주기를 유지하되 개인전과 단체전을 분리해 매년 세계대회를 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홀수 해에는 남녀단·복식과 혼합복식 등 개인전 다섯 종목, 짝수 해에는 남녀 단체전 두 종목만을 치르며, 두 대회를 묶어 한 회차로 기록한다. 2001년 제46회 오사카 대회가 개인전과 단체전을 한 번에 치른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이며, 2024년 짝수 해에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단체전만 열리는 ‘팀 선수권대회’다. 회차로 따지면 작년 더반에서 치러진 개인전을 더해 57회째를 완성하는 무대다.
ㄹ : 랭킹
이번 대회는 대표선수들 개개인의 ‘랭킹 포인트’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세계랭킹이 7월 말 파리올림픽 출전선수 선발의 절대적 기준인 까닭이다. 이번 대회는 우승 1000점을 기준으로 각 단계별 성적에 따른 점수를 순위대로 차등 분배한 뒤, 해당 점수를 각 팀 멤버들이 기여도(승수, 승률)에 따라 나눠 갖게 하는 방식으로 랭킹 포인트가 주어진다. 8강 이상 팀에게 단체전 출전 티켓이 주어지지만, 엔트리가 3명으로 줄어드는 올림픽에는 모든 선수들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탁구협회는 세계랭킹 30위 이내 선수를 우선 선발하고, 엔트리가 모자랄 경우는 100위 이내 선수들로 올림픽대표선발전을 치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ㅁ : 메달
1956년 제23회 도쿄세계선수권대회부터 세계를 향한 도전을 시작한 한국탁구는 지금까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남녀를 합쳐 모두 28회 시상대에 올랐다. 여자가 금메달2, 은메달7, 동메달8 등 모두 17개, 남자가 은메달2, 동메달9 등 11개의 메달을 따냈다. 최고 성적은 한국 구기스포츠 사상 최초 세계제패 신화를 썼던 1973년 사라예보 대회와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우승한 1991년 지바 대회 여자단체전 금메달이다. 남자는 2006년 브레멘, 2008년 광저우 대회 2연속 은메달이 현재까지 최고 성적이다. 가장 최근인 2022년 청두대회에서는 남자팀이 동메달을 땄는데, 2016년 대회부터 3연속 동메달 기록이다. 2018년 남북단일팀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팀은 2022년 대회에서는 16강에 머물렀다.
ㅂ : 부산
부산시는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남규, 현정화 등 한국탁구 레전드들의 고향이다. 86아시안게임 히어로 안재형도 부산 출신이다. 특히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현정화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전 종목 금메달을 획득한 ‘풀하우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부산 만큼 한국에서의 첫 번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최지로 어울리는 곳은 찾기 어렵다. 부산은 2020년 세계대회를 유치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좌절했으나, 다시 도전해 2021년 휴스턴 세계선수권 총회에서 재유치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개막을 앞두고 있다.
ㅅ : 시드
이번 대회 예선 조 편성 시드는 2024년 1월 팀 랭킹을 기준으로 배정했다. 중국이 남녀 모두 1그룹 톱시드, 한국은 남자3조, 여자5조 톱시드다. 시드는 본선 성적도 좌우할 수 있는 중요 지표다. 4강 시드(1~4조 1위 팀)를 우선 기준으로 대진을 정하는 까닭이다. 1, 2번 시드인 1조와 2조 1위 팀이 대진표의 맨 위와 맨 아래 순번에 위치하고, 3, 4조 1위 팀이 다시 추첨에 따라 1, 2조 1위의 어느 한쪽 대진에 들어가게 된다. 5~8조 1위 팀들도 추첨을 통해 양 갈래로 나눠진다. 3번 시드를 받은 남자팀은 조1위가 되면 4강전까지는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피할 수 있지만, 5번 시드 여자팀은 1위가 된다 해도 8강전부터는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다.
ㅇ : 우승후보
이번 대회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중국이다. 이제는 ‘당연한’ 얘기로 들리지만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역대 전적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가져간 나라도 중국이다. 중국은 자국 청두에서 치러진 직전 대회를 포함, 지금까지 남녀 팀이 똑같은 스물두 개씩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1년 대회부터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남자팀이 11연속, 2010년 대회 때 자국 출신 펑티안웨이가 활약한 싱가포르에게 일격을 허용한 뒤 2012년부터 다시 연승 기록을 쌓아가고 있는 여자팀은 6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중이다. 남자 판젠동, 마롱, 여자 순잉샤, 왕만위 등 세계 최고랭커들이 활약하는 중국의 연속 우승 확률은 아주 높은 편이다.
ㅈ : 전초전
이번 대회는 7월 말 파리올림픽 전에 열리는 유일한 국가대항 단체전이다. ‘올림픽 전초전’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각국은 경쟁국들의 기선을 제압하는 한편 주전들의 컨디션 점검과 올림픽 전략수립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도 배정돼 있다. 8강에 오르면 출전권이 주어진다. 조기에 출전을 확정짓고 올림픽을 준비하려는 경쟁국들이 예선부터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단,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는 다르다. 올림픽은 32개국으로 참가국이 줄어든다. 단체전 엔트리도 세계대회 5명에서 올림픽 3명으로 줄어든다. 올림픽을 목표하는 각 팀 주전들의 치열한 내부경쟁도 수면 아래서 치열할 것이다.
ㅊ : 참가국
이번 대회 참가국은 남녀 각 40개국이다. 33개국이 남녀 팀을 모두 파견했고, 14개국은 남자팀, 또는 여자팀만 나온다. 따라서 단순 숫자로만 합산하면 47개국 80개 팀이 이번 대회에서 경쟁하는 셈이다. 팀 엔트리는 최대 5명, 남녀 모두 3인 5단식(11점 5게임제)의 ‘뉴-스웨들링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며, 남녀 8개조 예선리그 후 각 조 3위까지가 본선에서 24강 토너먼트로 순위를 가린다. 또한 ITTF는 매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마다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파트별로 수많은 실무회의도 연다. 회의대표만 오는 나라들까지 포함하면 참가국은 150개국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최지 부산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더 넓은 세계로 퍼질 것이다.
ㅋ : 코르비용컵
여자단체전 트로피 이름이 바로 코르비용컵이다. 여자단체전은 1934년 파리에서 처음 열렸는데, 당시 대회 개최지인 프랑스탁구협회장 마르셀 코르비용이 기증했다. 코르비용컵은 전쟁의 아픈 사연도 간직했다. 2차 세계대전 이전 마지막 대회였던 1939년 대회 우승팀 독일이 보관하고 있었으나 전쟁 종료 직후 베를린 점령 초기에 소실됐다. 현재 전달되는 트로피는 이후 독일탁구협회가 똑같은 모양으로 제작한 복제품으로 1949년 스톡홀름 대회에서 공개됐다. 한국은 1973년과 1991년에 이 트로피를 품어본 적이 있다.
참고로 1926년 첫 대회부터 시작한 남자단체전 트로피는 ‘스웨들링컵’으로 불린다. 이보 몬태규 ITTF 초대 회장의 모친인 스웨들링 남작부인이 기증했다. 코르비용컵과 스웨들링컵 외에도 세계대회 단체전에서는 ‘이집트컵’이라는 또 하나의 트로피도 볼 수 있다. 1939년 이집트 카이로 대회는 유럽 외 대륙에서 개최된 최초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였다. 파루크 당시 이집트 국왕이 기증한 ‘이집트컵’은 세계대회의 영광과 우정을 상징하며 개최국들이 번갈아 보관한다. 이번 대회 이후 부산의 이름도 트로피에 새겨질 것이다.
ㅌ : 태극전사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탁구대표팀은 남자 이상수(33·삼성생명, 세계27위), 장우진(28, 14위), 임종훈(27·한국거래소, 18위), 안재현(24·한국거래소, 34위), 박규현(18·미래에셋증권, 179위), 여자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 세계22위), 이은혜(28·대한항공, 66위), 이시온(27·삼성생명, 46위), 윤효빈(25·미래에셋증권, 159위), 신유빈(19·대한항공, 8위)으로 구성됐다. 주세혁, 오광헌 감독이 남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홈에서의 세계선수권대회라는 ‘생소한 경험’을 넘어, 홈 관중 앞에서 ‘새 역사’를 열겠다는 각오로 막판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남자 3조, 여자 5조 톱시드를 받은 대표팀은 조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뒤 4강까지 직행하는 게 1차 목표다. 메달권에 들어서면 이후의 경기들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ㅍ : 파이널스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지난 2021년 미국 휴스턴 개인전대회부터 타이틀 뒤에 ‘파이널스(FINALS)’가 붙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출전을 희망하는 모든 선수들이 개최지에 모여 단계별로 경쟁을 시작해 최종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었지만, 이 대회부터 진출권을 획득한 선수만 본선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모든 참가 희망국이 예선 없이 모여 수준별 디비전에서 동시에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던 단체전 역시 2022년 중국 청두대회부터 출전권을 획득한 나라만 단일 카테고리에서 본선 경쟁을 벌이는 형태로 바뀌었다. 단체전 본선 참가국은 출전권을 획득한 남녀 각 40개국으로 제한된다.
이번 대회 역시 공식 타이틀은 ‘World Team Table Tennis Championships Finals’다. 그런데 첫 번째 단체전 파이널스였던 2022년 청두 대회는 ‘코로나시국’의 영향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진행됐다. 남자33개국, 여자29개국이 예정보다 축소된 형태로 치렀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2020년에 파이널스 이전 방식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했을 대한탁구협회는, 정원을 온전히 채우고 진행하는 단체전 파이널스의 사실상 첫 대회를 여는 상황이 됐다. 단체전 세계선수권대회는 2024년 이후 부산에서의 전례를 기준 삼게 될 것이다.
ㅎ : 형제
‘탁구 피’를 공유하며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형제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번 대회에도 눈에 띄는 탁구 패밀리가 출전한다. 프랑스의 알렉시스(20), 펠릭스(17) 르브렁 형제는 근 30여 년간 8강권 정도에 머물던 자국 프랑스를 4강 시드까지 올려놓은 천재소년들이다. 일본의 토모카즈(20), 미와(15) 하리모토 남매는 일본을 넘어 세계의 천재로 각광받는 주인공들이다. 둘 다 10대 초반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국제무대에 등장했고, 현재 일본 남녀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란의 쌍둥이 형제 노사드(32), 니마(32) 알라미얀 형제도 유명한 선수들이다. 쌍둥이지만 노사드는 왼손, 니마는 오른손잡이다. 남자 예선 8조에 속한 이란은 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들 외에도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형제나 자매, 또는 남매가 출전하는 탁구패밀리는 더 있다. 모두 12쌍 24명이나 된다. 한국팬들에게 낯익은 태국의 수타시니, 지니파 사웨타붓도 자매 지간이며, 이집트는 칼리드, 오마르 아싸르 형제, 마리암, 미와 알호다비 자매 등 남녀 팀에 다 있다. 부산에서 쌓을 추억들이 이들의 우애를 더욱 깊게 할 것이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2월 16일 그 막을 올린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