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기보배가 4일 오전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에서 은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보배(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여자 양궁 간판 기보배(36)가 27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기보배는 14일 오전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7년 처음 활을 잡고 27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공식 은퇴 소감을 밝혔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본격적으로 세계 양궁계에 이름을 알린 기보배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수확하며 신궁의 계보를 잇는 선수이자 '양궁 여제'로 불렸다. 그가 국내외 대회 통틀어 딴 메달만 해도 금메달 94개, 은메달 50개, 동메달 43개로 총 187개에 달한다.

뉴스1, 뉴시스에 따르면 기보배는 이와 같은 활약의 이유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거둔 모든 결과는 국민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하면서 "지나온 시간 동안 정상에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스승님, 선·후배 동료들,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한양궁협회와 늘 헌신해 준 가족들에게 큰 감사를 전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기보배는 2017년 결혼, 2018년 출산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현역으로 복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8위로 태극마크를 달아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최종 평가전에서는 끝내 탈락해 국제 무대에 나서지 못했고 이때의 경험은 은퇴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기보배는 "한국에서 양궁으로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만큼 많은 고충과 부담감이 동반된다"며 "런던, 리우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의 의심이 있었다. 후배들이 잘해내리라 믿고 있어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여자 양궁 대표팀 장혜진(왼쪽부터), 최미선, 기보배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바도로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하계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러시아를 꺽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틈틈이 학업을 이어가 2022년 조선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기보배는 은퇴 후 엄마와 아내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남편 성민수 씨, 딸 성제인 양을 비롯한 가족들이 참석해 기보배의 은퇴를 축하했다. 27년 선수 생활을 기념한 순금 27돈 금메달을 딸 제인 양이 직접 기보배에게 목에 걸어주면서 의미를 더했다.

기보배는 "앞으로는 아이의 엄마와 아내로서 역할을 잊지 않으려 한다. 2018년 임신 2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비를 맞으며 활시위를 당기던 때가 생각난다. 종별선수권대회였는데 그때 1등을 했다"며 "출산 이후 출전했던 2021년 올림픽제패기념 회장기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때 받은 국내대회 메달이 올림픽만큼이나 값진 메달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주말에만 만나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펑펑 울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편은 내 훈련을 위해 육아 휴직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지난해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등 은퇴하는 순간까지 최고의 기량을 지킬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나타냈다.

기보배(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양궁 대표팀 선발전은 올림픽 금메달보다는 말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기보배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양궁을 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에 정말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항상 긴장감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게 힘들었다. 무한 경쟁 속에서 내 목표를 이뤄야겠다는 부담감도 싫었다. 한국 양궁 선수로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힘들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양궁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양궁 여제는 떠나지만, 그의 뒤를 잇는 당찬 후배들이 올해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에 도전한다. 기보배는 "우리 대표팀이 파리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에 도전한다. 내가 7연패와 8연패를 했었는데 중압감과 부담감은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면서도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하는 우리 후배들을 보면서 파리올림픽도 준비만 잘하면 새 역사를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항상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가 막상 활시위를 내려놓으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내 빈자리는 이제 든든한 후배들이 채워줄 거라 굳게 믿는다. 한국 양궁에 대한 지속적인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응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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