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작지만 강한 팀'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매력에 메이저리그(ML)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이 반했다. 스프링캠프 공유로 알게 된 키움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진솔한 태도는 서로의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지난 13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는 키움과 애리조나 양 구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협약식이 진행됐다.
키움 측에서는 고형욱 단장, 허승필 운영팀장, 이철진 전력분석팀장, 애리조나 쪽에서는 제이슨 팍스 프로 스카우트 디렉터가 주요 인사로서 참여했다. 양 팀의 선수단 운영 및 스카우트 그리고 전력분석 담당 직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깜짝 손님이 찾아왔다.
당초 이 자리에는 마이크 헤이즌 애리조나 단장 겸 야구 파트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 & General Manager)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데릭 홀 애리조나 사장(President, CEO & General Partner)이 직접 나와 키움 측 인사들을 반겼다.
이번 파트너십은 키움이 2023시즌 스프링캠프 장소를 알아보던 중, 애리조나 구단에 먼저 연락하면서 시작됐다. 의외의 점이라면 애리조나의 예상보다 호의적이라는 점이었다. 애리조나는 키움이 강정호(37·은퇴), 박병호(38·KT 위즈),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메이저리거 3명을 배출한 팀인 것을 알고 있었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애리조나는 자신들과 비슷한 점이 많은 키움의 운영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캠프 기간 교류를 하면 좋을 거 같다고 판단해 좋은 조건에 스프링캠프지를 내줬다.
키움과 애리조나는 각각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이다. 창단 연도가 각각 2008년과 1998년으로 리그 역사에 비해 짧고, 평균 관중 수도 지난해 기준 키움이 8220명(KBO 8위), 애리조나가 2만 4212명(ML 20위)로 낮은 편이다. 그와 동시에 빅마켓 구단보다 관중 수입과 FA 영입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입장에서도 성공적인 역사를 써 내려간 공통점이 있다.
애리조나는 랜디 존슨-커트 실링이란 역대급 원투펀치와 마무리 김병현에 힘입어 메이저리그에서 창단 후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차례 차지한 팀이 됐다. 지난해에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가장 낮은 시드에서 시작해 중부지구 1위 팀 밀워키 브루어스, 서부지구 1위 팀이자 100승 팀 LA 다저스, 와일드카드 1위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차례로 격파하고 월드시리즈에 올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아쉽게 패했다.
키움은 최근 11년간 9번의 포스트시즌을 진출한 것을 비롯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3회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에 이어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 4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면서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불린다. 한 팀에서 한 명 내기도 어려운 메이저리거를 무려 4명이나 미국으로 보내면서 야구 유망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팀 중 하나가 됐다.
비슷한 환경 덕분에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허승필 키움 운영팀장과 제이슨 애리조나 프로 스카우트 디렉터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키움 관계자에 확인한 결과, 스몰마켓 팀이 어떻게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메이저리거를 꾸준히 배출할 수 있었는지를 주로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KBO 구단과 메이저리그 구단이 업무 협약을 맺는 것 자체는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다. 키움 역시 2014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팜 시스템, 세이버 매트릭스, 선수 분석 및 평가 시스템, 트레이닝 기법 등 운영 방식을 전수 받았다. 운영과 스카우트 등 현장 파트 직원들이 직접 보스턴 스프링캠프에 참관해 이와 같은 노하우를 업무에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키움 선수들이 보여준 행동에 상호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관계가 발전했다. 같은 훈련장을 공유한 두 팀은 애리조나가 오전, 키움이 오후 시간으로 나눠 훈련했는데 때때로 4면으로 된 미니 연습장을 이용하는 시간이 겹치기도 했다. 이때 키움 선수들이 훈련장 룰을 정확히 지키면서 활기차게 훈련하고, 끝난 후 정리정돈하는 일상에 애리조나의 호감도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 참여했던 김휘집은 스타뉴스에 "한국에 있을 때와 우리의 행동이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며 "다만 여기서는 치료실에도 휴대폰을 못 들고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들 친절하게 해주셔서 올해도 열심히 하고 떠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렇게 신뢰를 쌓은 결과 지난해 8월 두 구단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23시즌 중 애리조나 구단 고위 관계자가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협약식을 진행하려 했으나,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 탓에 협약식 자체는 올해 2월에 열렸다.
애리조나는 파트너십 체결 직후 크리스 육성 부팀장(당시 R&D파트 스태프)이 이승원 애리조나 스카우트를 직접 고척스카이돔에 파견해 키움의 운영 노하우 학습에 진심이었음을 알렸다. 두 사람은 키움 전력분석팀과 동행하면서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방식, 선수와 소통 방법, 선수 평가 방식 등과 관련해 서로의 업무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 과정에 참여한 이승원 애리조나 스카우트는 "한국 프로야구팀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특히 우리와 다른 선수 평가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키움이 활용하는 평가 방식을 리포트로 작성해 구단에 보고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두 구단이 좋은 관계를 지속해 서로 윈윈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키움에서도 지난달 오윤 타격코치와 오주원 잔류군 투수코치, 이철진 전력분석팀장을 일주일간 애리조나 구단 교육 캠프에 파견했다. 이들은 애리조나 구단 훈련과 코칭스태프 회의에 참여하면서 실무를 경험했다. 오윤 코치는 "회의 때 파트 코치들이 활발하게 본인의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구단이 정한 방향을 코치 회의를 통해 정립하고 그것을 훈련에 반영했다. 훈련 방식과 과정이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우리의 방향성에도 확신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이철진 전력분석팀장 역시 "데이터 전문 장비들을 갖춘 투구 및 타격 데이터랩이 따로 있고, 피칭장마다 설치된 전문 장비들을 잘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코치들이 장비를 통해 산출된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회의를 통해 선수 개별적 방향성을 설정, 객관적 평가를 하는 모습들이 팀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들은 선수들에게도 코칭스태프의 진단을 신뢰하게 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은 2013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었던 보스턴과 2014년 업무협약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그해를 포함해 3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냈다. 그때보다 조금 더 밀접하고 실효성 있는 애리조나와 파트너십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키움과 애리조나 두 구단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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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욱 키움 단장(왼쪽)이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데릭 홀 애리조나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
고형욱 키움 단장(오른쪽)과 데릭 홀 애리조나 사장이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파트너십 협약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
왼쪽부터 홍원기 키움 감독, 박찬호, 박찬호 측 관계자, 데릭 홀 애리조나 사장. /사진=키움 히어로즈 |
지난 13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는 키움과 애리조나 양 구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협약식이 진행됐다.
키움 측에서는 고형욱 단장, 허승필 운영팀장, 이철진 전력분석팀장, 애리조나 쪽에서는 제이슨 팍스 프로 스카우트 디렉터가 주요 인사로서 참여했다. 양 팀의 선수단 운영 및 스카우트 그리고 전력분석 담당 직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깜짝 손님이 찾아왔다.
당초 이 자리에는 마이크 헤이즌 애리조나 단장 겸 야구 파트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 & General Manager)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데릭 홀 애리조나 사장(President, CEO & General Partner)이 직접 나와 키움 측 인사들을 반겼다.
이번 파트너십은 키움이 2023시즌 스프링캠프 장소를 알아보던 중, 애리조나 구단에 먼저 연락하면서 시작됐다. 의외의 점이라면 애리조나의 예상보다 호의적이라는 점이었다. 애리조나는 키움이 강정호(37·은퇴), 박병호(38·KT 위즈),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메이저리거 3명을 배출한 팀인 것을 알고 있었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애리조나는 자신들과 비슷한 점이 많은 키움의 운영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캠프 기간 교류를 하면 좋을 거 같다고 판단해 좋은 조건에 스프링캠프지를 내줬다.
키움과 애리조나는 각각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이다. 창단 연도가 각각 2008년과 1998년으로 리그 역사에 비해 짧고, 평균 관중 수도 지난해 기준 키움이 8220명(KBO 8위), 애리조나가 2만 4212명(ML 20위)로 낮은 편이다. 그와 동시에 빅마켓 구단보다 관중 수입과 FA 영입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입장에서도 성공적인 역사를 써 내려간 공통점이 있다.
2022년 포스트시즌 당시 키움 선수단 더그아웃. /사진=뉴스1 |
애리조나의 폴 시월드(가운데)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NLCS 7차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직후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애리조나는 랜디 존슨-커트 실링이란 역대급 원투펀치와 마무리 김병현에 힘입어 메이저리그에서 창단 후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차례 차지한 팀이 됐다. 지난해에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가장 낮은 시드에서 시작해 중부지구 1위 팀 밀워키 브루어스, 서부지구 1위 팀이자 100승 팀 LA 다저스, 와일드카드 1위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차례로 격파하고 월드시리즈에 올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아쉽게 패했다.
키움은 최근 11년간 9번의 포스트시즌을 진출한 것을 비롯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3회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에 이어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 4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면서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불린다. 한 팀에서 한 명 내기도 어려운 메이저리거를 무려 4명이나 미국으로 보내면서 야구 유망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팀 중 하나가 됐다.
비슷한 환경 덕분에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허승필 키움 운영팀장과 제이슨 애리조나 프로 스카우트 디렉터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키움 관계자에 확인한 결과, 스몰마켓 팀이 어떻게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메이저리거를 꾸준히 배출할 수 있었는지를 주로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KBO 구단과 메이저리그 구단이 업무 협약을 맺는 것 자체는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다. 키움 역시 2014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팜 시스템, 세이버 매트릭스, 선수 분석 및 평가 시스템, 트레이닝 기법 등 운영 방식을 전수 받았다. 운영과 스카우트 등 현장 파트 직원들이 직접 보스턴 스프링캠프에 참관해 이와 같은 노하우를 업무에 반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키움의 라이브 피칭 현장. /사진=김동윤 기자 |
홍원기 키움 감독(자주색 옷)이 2024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말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
하지만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키움 선수들이 보여준 행동에 상호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관계가 발전했다. 같은 훈련장을 공유한 두 팀은 애리조나가 오전, 키움이 오후 시간으로 나눠 훈련했는데 때때로 4면으로 된 미니 연습장을 이용하는 시간이 겹치기도 했다. 이때 키움 선수들이 훈련장 룰을 정확히 지키면서 활기차게 훈련하고, 끝난 후 정리정돈하는 일상에 애리조나의 호감도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 참여했던 김휘집은 스타뉴스에 "한국에 있을 때와 우리의 행동이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며 "다만 여기서는 치료실에도 휴대폰을 못 들고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들 친절하게 해주셔서 올해도 열심히 하고 떠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렇게 신뢰를 쌓은 결과 지난해 8월 두 구단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23시즌 중 애리조나 구단 고위 관계자가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협약식을 진행하려 했으나,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 탓에 협약식 자체는 올해 2월에 열렸다.
애리조나는 파트너십 체결 직후 크리스 육성 부팀장(당시 R&D파트 스태프)이 이승원 애리조나 스카우트를 직접 고척스카이돔에 파견해 키움의 운영 노하우 학습에 진심이었음을 알렸다. 두 사람은 키움 전력분석팀과 동행하면서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방식, 선수와 소통 방법, 선수 평가 방식 등과 관련해 서로의 업무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 과정에 참여한 이승원 애리조나 스카우트는 "한국 프로야구팀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특히 우리와 다른 선수 평가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키움이 활용하는 평가 방식을 리포트로 작성해 구단에 보고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두 구단이 좋은 관계를 지속해 서로 윈윈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왼쪽부터 애리조나의 이승원 스카우트, 제이슨 팍스 프로 스카우트 디렉터, 키움의 고형욱 단장, 허승필 운영팀장, 이철진 전력분석팀장. /사진=키움 히어로즈 |
키움 선수단이 2022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철진 전력분석팀장 역시 "데이터 전문 장비들을 갖춘 투구 및 타격 데이터랩이 따로 있고, 피칭장마다 설치된 전문 장비들을 잘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코치들이 장비를 통해 산출된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회의를 통해 선수 개별적 방향성을 설정, 객관적 평가를 하는 모습들이 팀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들은 선수들에게도 코칭스태프의 진단을 신뢰하게 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은 2013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었던 보스턴과 2014년 업무협약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그해를 포함해 3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냈다. 그때보다 조금 더 밀접하고 실효성 있는 애리조나와 파트너십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키움과 애리조나 두 구단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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