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한국시리즈 ⅓이닝 충격 강판' 이제는 말할수 있다 ''진짜 죄송하고... 선수들 얼굴을 못 보겠더라고요'' [스코츠데일 현장]
입력 : 2024.02.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LG 최원태(오른쪽)가 지난해 11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회초에 강판당하고 있다.
LG 최원태(오른쪽)가 지난해 11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회초에 강판당하고 있다.
"그래도 우승해서 진짜 다행이고,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누구보다 LG 트윈스의 29년 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LG 트윈스의 기둥 선발 투수가 있었다. 지난해 시즌 도중 우승 청부사로, 트레이드를 통해 전격 영입한 최원태(27). 그가 쓰라린 한국시리즈 2차전 기억을 잠시 떠올리며 당시의 감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했다.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 일정이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한창인 가운데, 최원태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18일(한국시간) LG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최원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에 대해 "몸은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사실 느낌은 좋지 않았다"고 입을 열며 되돌아봤다.

잠시 시간을 되돌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 1차전을 KT에 내준 LG. 이제 2차전마저 내줄 경우, 사실상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이었다. 그런 부담스러운 상황 속에서 선발 중책을 맡은 건 최원태였다. 그러나 최원태는 아웃카운트를 단 1개밖에 잡지 못한 채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4자책)으로 흔들리며 1회초 강판당했다.

그래도 LG는 최원태를 조기에 내리는 초강수를 띄운 뒤 불펜진을 총동원했다. 결국 불펜 투수 7명이 8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한 끝에 짜릿한 역전승 거뒀다. 훗날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있어서 2차전을 분수령으로 꼽기도 했다.

최원태는 "사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불펜에서 저는 느낌이 안 좋았다. 원래 불펜에서 던질 때는 스트라이크가 잘 안 들어가는 편인데, 그날따라 너무 잘 들어가는 거다. 그래서 '불안한데' 하면서 올라갔는데, 여지없이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았다"고 떠올렸다.

최원태가 지난 6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최원태가 지난 6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이어 "몸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1차전 패배에 대한 부담감도 없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던졌던 경험도 있다 보니까, 그런데 이게 막 제가 잘 던진다고 해서 팀이 꼭 이기고 이런 게 아니더라. 분위기 싸움인데 (오)지환이 형이 홈런 치고, (박)동원이 형이 또 홈런을 쳐서 분위기가 왔을 때, '오늘은 이기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기고 난 뒤에 죄송하고 그랬죠. 죄송하고 감사하고, 여러 감정이 많이 교차한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순간 조용하게 말하던 최원태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다.

그래도 최원태는 솔직하고 또 친절하게 당시 감정을 이야기하는 프로다운 자세를 보여줬다. 계속해서 그는 "(강판당한 뒤 더그아웃에서) 기도하고 봤다. 마운드에서 던지고 내려온 뒤 야구를 보는데, 선수들 얼굴을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좀 많이 죄송하고 그랬죠"라며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최원태는 당시 부진했던 원인에 대한 질문에 "그냥 모르겠어요.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빨리 그냥 잊었다. 그냥 빨리 잊는 게 저한테 가장 좋은 거니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항상 하고 있죠"라고 답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 당시 시구자는 영화배우 정우성이었다. 최원태는 "스트라이크를 던지시길래, 저보다 더 잘 던지더라"며 취재진에 큰 웃음을 안긴 뒤 "실물을 보면서, '진짜 잘 생기셨다' 했는데 공도 스트라이크를 던졌다"고 말했다. 아픈 기억 속에서도 이제는 농담하는 여유를 잃지 않은 최원태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이후에도 환하게 웃지 않은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환하게 웃었어요"라면서 "다행이라고, 그래도 우승해서 진짜 다행이고, 감사하고, 죄송했다"면서 더 나은 2024시즌을 기약했다.

최원태가 지난 2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원태가 지난 2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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