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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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의 김광현과 양현종, 류현진(왼쪽부터).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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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류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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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왼쪽)과 KIA 양현종. /사진=각 구단 제공 |
2000년대 중후반 이후 KBO 리그를 호령했던 류현진(37)과 김광현(36·SSG 랜더스), 양현종(36·KIA 타이거즈), 이른바 '류김양'이 14년 만에 '정면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12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던 류현진이 12년 만에 친정팀 한화 이글스 복귀를 앞두고 있다. 모든 상황이 이를 알리고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2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류현진의 신분조회를 요청했고 이날 류현진이 자유계약선수(FA)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KBO 리그 규약의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하면 한국 구단이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선수나 현재 MLB 30개 팀과 계약 중이거나 보류명단에 든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KBO 사무국을 거쳐 MLB 사무국에 신분 조회를 해야 한다.
MLB 사무국은 신분 조회 요청 접수 후 영업일 나흘 이내에 결과를 KBO 사무국에 전달하게 되는데 한화는 류현진과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르렀고 이 과정을 거쳐 류현진의 최종 합의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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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이 2024년 호주 멜버른 캠프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또한 한화는 류현진과 함께 2차 스프링캠프지인 오키나와로 떠날 준비도 마쳤다. 한화 선수단은 20일 호주 멜버른을 떠나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의 합류를 예상해 항공편을 미리부터 이미 준비해뒀다"고 전했다. 유니폼 제작도 이미 의뢰를 해둔 상태다.
아직 정확한 계약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KBO 리그 역대 최고액 대우는 확실하다. 한화 관계자는 "정확한 기간이나 액수에 대해 우리는 먼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역대 최고 수준 대우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까지 FA 계약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선수는 양의지(두산 베어스)로, 4+2년 총액 152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이 아닌 류현진처럼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선수로는 김광현이 2022년 SSG로 돌아오며 4년 총액 151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총액 170억 원대의 계약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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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류현진의 모습.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200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KBO 리그 무대를 누볐다. |
한국에서 불과 7시즌밖에 뛰지 않았지만, 류현진이 KBO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리그 역대 최고의 좌완을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데뷔 첫해 '다승(18승)-평균자책점(2.23)-탈삼진(20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투수 3관왕과 및 시즌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MVP-신인왕 동시 수상은 지난해까지 KBO 역사상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이후 류현진은 KBO 리그를 평정하며 한국 최고의 투수로 성장했다. KBO 리그에서 7시즌 동안 통산 190경기에 출전해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의 성적을 거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의 통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은 44.7로, 이는 역대 좌완투수 중에서 송진우(전 한화, 69.1), 양현종(56.1), 김광현(55.7) 다음 가는 4위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송진우가 21시즌, 양현종이 16시즌, 김광현이 14시즌을 뛰었다는 점에서 이 정도 차이는 놀랍기만 하다.
특히 2010시즌의 WAR 9.2는 역대 14위이자 좌완 1위다. 2001년 이후 WAR이 8이 넘은 투수는 류현진을 비롯해 2020년 라울 알칸타라(두산, 8.3),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8.2), 2015년 양현종(8.1)까지 4명뿐인 기록이다. 그야말로 21세기 최고의 투수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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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류현진의 모습.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200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KBO 리그 무대를 누볐다. |
그리고 이런 맹활약 속에는 함께 경쟁했던 두 좌완투수 김광현과 양현종이 있었다. 김광현은 류현진의 한국 시절 최고의 라이벌이었고, 양현종 역시 두 선수에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리그에 적응했다. 나이도 비슷한 세 선수는 서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류현진은 2015년 초 인터뷰에서 "양현종과 김광현, 두 선수 모두 2년 뒤에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가 있을 것이다"며 응원을 했고, 실제로 이들은 한 해 차이로(김광현 2020년, 양현종 2021년) 빅리그에 진출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류현진처럼 메이저리그 유턴파다. 비록 뒤늦게 진출해 빨리 돌아오기는 했지만, 류현진의 올 시즌 활약에 있어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두 선수는 2022년 나란히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4년 103억 원의 FA 계약으로 KIA에 돌아온 양현종은 2022년 12승 7패 평균자책점 3.85, 지난해 9승 11패 평균자책점 3.58의 성적을 거뒀다. 빅리그 2년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김광현은 2022시즌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시즌에는 9승 8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마감했다.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팀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나란히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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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김광현(왼쪽)과 KIA 타이거즈 양현종. /사진=OSEN |
류현진이 돌아오면서 '류-김-양'의 매치도 다시 열리게 됐다. 세 선수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같이 KBO 리그에서 뛰었지만, 정작 셋 모두 활약한 건 2009년과 2010년 두 시즌뿐이었다. 특히 류현진과 김광현의 경우 선발 맞대결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라이벌리를 보여줬다. 이들이 KBO 리그에서 14년 만에 정면승부를 펼친다면 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김광현의 소속팀 SSG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두 사람(류현진-김광현)의 맞대결은 우리도 기대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복귀한 선수에게도 홈 경기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팬들에 대한 예우도 있지만, 류현진 입장에서도 개막전이 되자마자 던지는 것은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만약 우리와 경기에서 등판하면 환영이다. 류현진이 등판한다면 평일 경기인데도 구름 관중이 올 것 같다. 언제가 됐든 류현진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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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왼쪽)과 류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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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류현진의 모습. |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리그와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먼저 라이벌리가 형성된 건 류현진과 김광현이었다. 청소년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는 2007년 미디어데이에서 김광현이 농담 섞인 도발적 발언을 하며 화제가 됐다. 데뷔 첫 해(2007년) 정규시즌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에 그쳤던 김광현은 그해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7⅓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선발승을 거두며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이어 2008년 김광현은 16승 4패 150탈삼진 평균자책점 2.39의 기록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 리그 MVP와 투수 골든글러브를 쓸어담았다. 류현진은 앞선 2년보다 주춤했지만 그래도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을 거두며 활약했다. 또한 두 선수는 그해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중요한 경기마다 활약했다. 김광현은 일본과 2경기(조별리그, 4강전)에서 13⅓이닝 3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조별리그 캐나다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던 류현진은 야구 강국 쿠바와 결승전에서 8⅓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남자 단체 구기종목 최초의 금메달의 수훈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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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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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
200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고도 데뷔 후 2년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던 양현종도 2009년부터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해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한 양현종은 29경기에서 148⅓이닝을 소화하며 12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5로 활약했다. 타고투저 시즌 속에서 평균자책점은 5위에 올랐다. 같은 시즌 류현진은 탈삼진(188개), 김광현은 8월 초 손 골절로 이탈했음에도 평균자책점에서 1위(2.80)에 오르며 본격적인 '류김양' 좌완 트리오의 서막이 올랐다.
2010년에는 류현진과 김광현이 제대로 붙은 시즌이었다. 류현진은 그해 25경기에 등판해 192⅔이닝을 소화해 187탈삼진을 기록하며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의 성적을 올렸다. 1998년 현대 정명원(1.86) 이후 12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탈삼진 1위, 다승 2위, 이닝 2위 등 그야말로 리그를 점령했다. 팀이 2년 연속 최하위로 추락했음에도 거둔 성과였다. 29연속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17개, 5월 12일 청주 LG전)은 덤이었다. 1위팀 SK 와이번스(현 SSG)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김광현도 그해 31경기 193⅔이닝을 던지며 17승 7패 183탈삼진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했다. 다승과 이닝은 1위였고, 탈삼진과 평균자책점은 2위로 그야말로 류현진과 리그를 양분했다. 그해 말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류현진이 326표를 받아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됐지만, 김광현도 34표를 획득해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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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010년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여기에 양현종도 전년보다 많은 169⅓이닝을 소화하며 16승 8패 145탈삼진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다승은 류현진과 공동 2위, 탈삼진도 류현진-김광현에 이어 3위에 위치했다. 다소 높아보이는 평균자책점도 10위였다. 세 선수는 2년 동안 리그에서 활약하며 봉중근, 장원준, 장원삼 등과 함께 좌완투수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다만 류현진의 KBO 마지막 2시즌에서 세 선수가 동반 활약하는 일은 없었다. 2011년 류현진은 규정이닝(당시 133이닝)도 채우지 못하며(126이닝) 11승 7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했고, 김광현 역시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으며 4승 6패 평균자책점 4.84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만들었다. 양현종은 평균자책점 6.18로 흔들렸다. 2012년에는 류현진 홀로 활약했다. 양현종은 부상 여파 속에 아예 불펜으로 뛰며 1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5.05의 성적을 거뒀다. 김광현도 여전히 81⅓이닝 소화에 그치며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승운이 없어 9승 9패에 머물렀지만 27경기 182⅔이닝 동안 210탈삼진을 잡으며 평균자책점 2.66이라는 뛰어난 투구내용을 보여줬다.
그리고 류현진이 이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2013년부터는 양현종과 김광현의 맞대결이 이어졌다. 2014년부터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최동원 상에서 양현종이 2회(2014, 2017년), 김광현이 1회(2022년) 수상했다. 지난 시즌까지 양현종은 KBO 통산 484경기에서 2332⅓이닝을 던지며 168승 113패 9홀드 1947탈삼진 평균자책점 3.81의 성적을 거뒀다. 김광현은 356경기 2015⅓이닝 동안 158승 88패 2홀드 1728탈삼진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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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왼쪽)과 KIA 양현종./사진=SSG 랜더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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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전격적인 KBO 복귀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만큼 지난 11년 동안 류현진이 보여준 활약이 기대 이상이었고, 앞으로 1~2년은 더 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2년 말 류현진은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LA 다저스는 응찰 금액으로 2573만 7737달러 33센트(당시 환율 한화 약 279억 원)를 써내며 류현진 영입 경쟁에서 승리했다. 결국 류현진은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현 한화 기준, 약 480억 원)의 대형 장기 계약을 맺었다.
이후 류현진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건강만 보장된다면 리그 상위 클래스의 선발투수로 평가받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에는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이라는 빼어난 성적과 함께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14승을 챙긴 류현진은 2015시즌을 앞두고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다. 투수로서 가장 예민한 어깨 부위였기에 우려가 컸다. 2016년 9월엔 팔꿈치 관절경 수술까지 추가로 받았다. 2년 동안 메이저리그 단 1경기 등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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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LA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 2014년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후 류현진은 다시 건강하게 돌아왔다. 2017년 적응기를 거친 뒤 이듬해 커터와 커브를 추가하며 82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2019년에는 더욱 무르익은 실력으로 14승 5패, 그리고 내셔널리그 1위에 해당하는 2.32의 평균자책점 을 기록했다.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제이콥 디그롬(당시 뉴욕 메츠)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런 활약을 토대로 류현진은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8억 원)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준으로 토론토 역사상 2006년 버논 웰스(7년 1억 2600만 달러), 2014년 러셀 마틴(5년 8200만 달러)에 이어 3번째였고, 투수로서는 최고액이었다. 그의 뒤로 2021년 조지 스프링어(6년 1억 5000만 달러)와 케빈 가우스먼(5년 1억 1000만 달러), 호세 베리오스(7년 1억 3100만 달러) 등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쏟아냈지만, 류현진이라는 준척급 FA가 토론토로 오지 않았다면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토론토에서도 류현진은 첫 2년 동안 제 몫을 다했다. 계약 첫 해인 2020년 60경기 단축 시즌에서는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올랐고, 팀이 4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복귀하는 데 있어 힘을 보탰다. 2021년에도 개인 최다 타이인 14승을 거두며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투수진의 리더 역할을 맡아 알렉 마노아(26)나 네이트 피어슨(28) 등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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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오른쪽)과 알렉 마노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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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시절의 류현진. /AFPBBNews=뉴스1 |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해 6월 생애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의학의 발달로 토미 존 수술 후 성공적으로 복귀할 확률은 높지만, 2번 이상의 수술은 이야기가 다르다. 북미관절경학회(AANA)의 지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당시까지 235명의 빅리그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았는데, 이 중에서 재수술을 받은 선수는 13.2%(31명)였다고 한다. 이중 첫 수술 후 2년 이상이 지나 재수술한 26명 중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한 사람은 17명(65.4%), 10경기 이상 투구한 선수는 11명(42.3%)에 불과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까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류현진은 약 1년 2개월의 재활 기간을 걸친 끝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2021년 이후 토미 존 재수술을 받은 14명 중 컴백에 성공한 3명의 투수(약 21%) 중 한 명이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탄탄한 몸으로 복귀해 화제가 됐던 그는 5월 말부터 불펜 피칭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컴백 절차를 밟았다. 시뮬레이션 게임과 4차례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으로 투구 감각을 끌어올린 그는 마침내 지난해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경기에서 426일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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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지난해 8월 14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서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복귀 후 3번째 경기인 8월 14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둔 류현진은 이후 꾸준히 5이닝을 소화하며 선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9월 13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는 패전투수는 됐지만 6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시즌 11경기에 등판,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건강한 복귀를 알렸다. 비록 패스트볼 평균 구속(88.6마일)은 수술 전인 2021년(89.9마일)에 비해 줄었지만, 노련한 투구를 펼치며 선발투수의 역할을 수행했다.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은 "류현진은 지난해 총 11경기 중 9경기를 3실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3실점 이하 선발 등판 9경기 중 6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고 한 번은 시즌 최다인 6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의 직구는 대부분 시속 87~89마일(약 140~143.2㎞)이었다. 상대 타자들은 그의 체인지업에 타율 0.276, 커터에 0.238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시즌 후 2번째 FA가 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지 못하며 2월까지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지난해 11월 "류현진은 내년에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공을 던질 것이다. 류현진에 대해 빅리그 팀들의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MLB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든 역시 지난해 디 애슬레틱을 통해 "류현진이 인센티브를 포함해 계약 기간 1년, 총액 800만 달러(한화 약 103억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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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시절의 류현진. /AFPBBNews=뉴스1 |
보든은 최근에도 류현진에게 어울리는 팀이 무려 7팀이나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계약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저 세 팀이 아니라면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부상 위험이 높거나 많은 나이 그리고 하향세에 접어든 투수가 많은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같은 팀이 어울릴 수 있다고 봤다.
비교적 저렴한 몸값 덕분에 운신의 폭이 넓은 건 긍정적이다. 앞서 디 애슬레틱은 "류현진이 인센티브를 포함해 계약 기간 1년, 총액 80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미국 매체 블리처리포트는 "류현진은 '저위험 고수익이 기대되는 베테랑'이다"고 말했다. 그가 1000만 달러(약 133억 원) 정도의 연봉으로, 긁어볼 만한 복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계약이 빨리 맺어지지는 않았다.
가장 최근까지 류현진과 연결됐던 팀은 김하성(29)과 고우석(26)이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디 애슬레틱은 17일 "좌완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샌디에이고는 베테랑 류현진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하지만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음에도 스캇 보라스의 고객(류현진)은 몸값을 낮출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다 최근 한화와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은 19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과거부터 (류)현진이와 친해서 단장이 된 후에도 꾸준하게 연락을 해왔다"며 "그러던 중 공감대도 형성이 돼 좋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혁 단장은 " 메이저리그 오퍼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긍정적인 제안이 온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수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로서는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보도 및 류현진 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류현진과 한화는 이미 합의를 마쳤으며, 현재 한화 그룹의 재가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은 4년이며, 총액 규모는 최소 1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현진의 계약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한화 선수들은 그의 복귀에 대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최원호 감독은 "큰 선수(류현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계약 소식이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계속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계약 소식이 있어야 기대를 접지(웃음)"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만난 문동주는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이 아니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개인훈련을 이어오고 있는 장민재도 류현진을 쌍수를 들고 반겼다. 그는 "현진이 형과 저는 나이가 있어 야구에 대해서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본인들이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도 "몸 관리라든지 마운드에서 어떻게 침착하게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밥 먹고 운동할 때 물어보면 조언도 해주시고 그걸 바탕 삼아서 내가 가진 장점을 경기 때 공을 던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을 지켜본 만큼 여전히 류현진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다. 장민재는 "워낙 가지고 있는 게 좋은 선수인데 노력까지 하다 보니까 세계 정상급 투수가 된 것"이라며 "'노력을 많이 하고 공을 이렇게 던지니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게 느껴지고 캐치볼만 해봐도 가볍게 던져지는데도 변화구를 보면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래서 타자들이 못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만에 같이 운동을 했는데 몸이 더 좋아졌더라. 재활을 잘해서 몸이 엄청 좋아보였다"며 한화 복귀에 대해서는 "자기 표현도 잘 안하고 티가 안나는 스타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배울 것도 많고 우리 팀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다. 본인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존중을 해줘야 하지만 농담 식으로 '형 빨리 와요'라고는 한다"고 전했다.
만약 류현진이 하루이틀 사이 계약을 맺는다면 오키나와 캠프부터 합류할 전망이다. 한화는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바로 일본 오키나와로 2차 전지훈련을 떠난다. 류현진은 계약이 완료되는 대로 이 대열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동료들과 조우할 예정이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더 없이 강한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1선발 류현진을 필두로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난 문동주까지 빈틈없는 4명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신인 전체 1순위 황준서와 2021년 14승을 따냈던 김민우 등이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타선에서는 지난해 30홈런을 기록하며 만개한 4번 타자 노시환이 버티고 있고, FA로 영입한 채은성과 안치홍 역시 중심타선에서 역할을 해줄 전망이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로 김강민과 SSG 랜더스에서 방출을 요구한 포수 이재원까지 영입하며 젊은 선수층에 경험을 더했다. 외국인 타자는 지난해 한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으나 요나단 페라자는 화끈한 타격은 물론이고 활발한 성격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최원호 감독과 동료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흐름을 끊어내기에 적절하다.
류현진의 복귀가 의미있는 건 현재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마지막 시즌, 그리고 신구장인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의 첫 시즌을 모두 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64년 개장한 이글스파크는 1982~1984년 OB 베어스(두산 전신)에 이어 1986년 빙그레 이글스(한화의 전신)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인연이 시작됐다. 이글스파크에서 한화는 류현진을 비롯해 장종훈, 송진우, 정민철, 김태균 등 전설적인 선수들을 배출했다. 같은 기간 6차례 한국시리즈 진출(1988, 1989, 1991, 1992, 1999, 2006년)을 달성했고, 1999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4승 1패로 꺾으며 창단 첫 우승을 이뤄냈다.
노후화된 구장을 대체하기 위해 한화 구단과 대전광역시는 2022년 3월부터 야구장 옆 한밭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철거하고 신축구장을 짓고 있다. 2025년 초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이 신구장 개막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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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열린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 기공식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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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류현진의 모습. |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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