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호 코리안리거 황재균(37·KT 위즈)이 자신의 뒤를 이어 2호가 된 이정후(26)의 성공을 기원했다.
황재균은 지난 2017년 1월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전격 체결하며 빅리그 도전에 나섰다. 2015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포스팅 무응찰 수모를 겪었지만 2016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127경기 타율 3할3푼5리 27홈런으로 절치부심한 뒤 FA 자격을 획득, 스플릿 계약으로 미국 무대를 밟았다. 당시 황재균은 원소속팀 롯데를 비롯한 복수 구단의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꿈을 좇았다.
황재균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5홈런 15타점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3개월 동안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고, 6월 28일 메이저리그 콜업에 이어 이튿날 감격의 데뷔전에서 결승홈런을 치는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했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첫해를 맞아 18경기 타율 1할5푼4리 1홈런 5타점을 남긴 뒤 KBO리그로 복귀해 KT와 4년 총액 88억 원에 FA 계약했다.
그로부터 6년의 시간이 흘러 황재균이 뒤를 잇는 샌프란시스코의 2호 코리안리거가 탄생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린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이정후가 작년 12월 1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6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한 것.
이정후의 계약은 과거 류현진(6년 3600만 달러)의 LA 다저스 입단 계약을 훨씬 웃돌았다. 아울러 2023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일본 천재타자 요시다 마사타카의 5년 9000만 달러를 넘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투수와 야수 통틀어 1위는 2014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한 다나카 마사히로다.
최근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황재균은 “내가 (이)정후한테 해줄 조언이 있을까요”라고 웃으며 “이정후는 아예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고, 난 스플릿계약으로 가서 마이너리그에 오래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한 달밖에 없었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계약 직후 이정후로부터 연락이 왔고, 황재균은 짧지만 강렬했던 샌프란시스코 시절의 경험을 떠올려 조언을 건넸다. 황재균은 이정후의 계약 발표가 나자 자신의 SNS에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이적 소식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며 영문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옳은 선택을 한 것(Giants made the right choice)”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던 터.
황재균은 “(이)정후가 연락이 왔는데 한 달밖에 안 있어서 해줄 말이 없다고 했다”라며 “그래도 야구장과 관련해서는 조언을 해줬다. 바람이 많이 불고 수시로 바뀌어서 외야 수비할 때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 샌프란시스코 도시가 정말 예쁘고, 경기장도 예쁜데 정후가 좋은 팀에 가서 다행이다”라고 후배의 대박을 기원했다.
그러나 황재균은 이내 다시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마 정후가 4월 한 달만 메이저리그에 있어도 나보다 많이 있는 게 아닌가. 사실 미국 야구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라고 멋쩍어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의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를 통산 8차례 제패한 명문 구단이다. 가장 최근 우승은 2014년이었고, 포스트시즌은 2021년 디비전시리즈가 마지막이었다. 2022년 81승 81패 3위, 올해 79승 83패 4위에 그치며 가을 무대에 초대받지 못했다.
개막도 하기 전에 일찌감치 리드오프 중견수로 낙점된 이정후는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의 키플레이어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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