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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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왼쪽)가 NC 강인권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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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가 NC 구단으로부터 지난해 자신의 골든글러브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지난해 팀 투수진을 이끌었던 에이스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를 NC 다이노스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가 가져가지 못했던 트로피를 미국까지 직접 들고가 전달했다.
NC는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캐멀백 랜치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연습경기를 펼쳤다. 7이닝제로 진행된 경기에서 NC는 1-0으로 승리하며 올해 스프링캠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선발 신민혁이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한 NC는 김시훈(3이닝 1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과 김재열(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도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화이트삭스는 빅리그 1114경기 경험이 있는 베테랑 케빈 필라나 팀 내 유망주 10위 안에 있는 세 선수가 라인업에 포진했다.
타석에서는 3회 초 김수윤과 김주원이 연달아 안타를 터트리며 한 점을 얻어냈다. 이외에도 송승환과 안중열은 각각 2루타를 뽑아내면서 타격감을 조율했다.
강인권(52) NC 감독은 구단을 통해 "캠프 마지막 경기 선발 후보 선수들인 신민혁, 김시훈, 김재열 선수의 호투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 승리로 인해 시즌을 시작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오늘 경기는 팀의 젊은 유망주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고 이 선수들이 느끼는 점이 많았을 것이다. 오늘 경기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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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오른쪽 3번째)가 NC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이날 경기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바로 NC와 페디의 재회였다. 페디는 지난 시즌 KBO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로 인정받으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빅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 경험이 있던 페디는 2023시즌을 앞두고 NC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5선발이라는 기대치가 있었고, 그는 비시즌 가다듬은 스위퍼라는 신무기를 바탕으로 리그를 평정했다. 그는 페넌트레이스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거뒀다.
페디는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르며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또한 1986년 해태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 시즌을 만들었다. NC 역사상 최초의 20승 투수라는 타이틀은 덤이었다. 마지막 등판(10월 16일 광주 KIA전)에서 타구에 팔을 맞고 강판되면서 단 ⅓이닝 차이로 1점대 평균자책점은 무산됐지만, 지난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이에 그는 시즌 종료 후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팀도 최하위 후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시즌 초부터 상위권에서 순항하면서 결국 정규시즌 4위(75승 67패 2무, 승률 0.528)로 마감했다. 부상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등판을 하지 못했던 페디는 꾸준히 재활에 나섰고,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올라와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5차전에서는 구원 등판을 준비하기도 했다. 시즌 후 강 감독은 일각에서 제기된 태업 논란에 대해 "그건 아니다. 오해를 할 수는 있지만 분명히 그런 선수는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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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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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가 지난해 KBO MVP를 수상한 후 트로피에 키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페디는 가을야구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KBO 시상식에 맞춰 다시 돌아와 직접 MVP와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상, 수비상을 받았다. MVP를 받은 후 페디는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KBO리그 자체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NC에 왔기에 수상할 수 있었고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가족들이 먼 한국까지와서 엄마, 아빠, 동생, 여자친구까지 와서 많은 도움을 줬다. 아버지는 이 자리까지 와주셔서 너무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페디는 12월에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200억 원) 계약을 맺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NC도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을 했지만, 메이저리그와 머니게임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임선남 NC 단장은 "그 금액이 사실이라고 하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규모다"고 말했다.
비록 이별은 했지만 NC와 페디는 서로를 잊지 않고 있었다. NC와 화이트삭스의 연습경기가 열린 날, 페디는 NC 선수단을 마중나와 선수단 한명 한명과 인사를 나눴다. NC 역시 한국에서 직접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트로피를 가져와 페디에게 전달했다.
페디는 "이 상은 나에게 큰 의미 있는 상이다. 트로피를 직접 보니 다시 한번 좋은 추억이 떠 오른다. 이렇게 큰 상을 직접 미국까지 가지고 온 국제업무팀 박찬훈 팀장 및 구성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많은 한국 팬분들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좋은 모습 보이겠다. 큰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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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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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동. /사진=NC 다이노스 |
한편 이날 경기를 끝으로 NC의 2024시즌 스프링캠프 훈련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야수 중에서는 5경기 13타수 6안타 1타점 타율 0.462를 기록한 권희동이, 투수 중에서는 3경기 4이닝 2피안타 4삼진 무실점의 성적을 거둔 이준호가 MVP에 선정됐다. 강 감독이 직접 뽑은 선수는 3경기 2⅔이닝 1탈삼진 3실점(1자책점)을 기록한 좌완 서의태였다.
권희동은 "MVP로 선정되니 얼떨떨하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선수들이 더 캠프 기간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앞으로도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준호는 "비시즌부터 준비했던 부분들이 CAMP 2에서 좋은 결과로 나오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지금의 좋은 느낌을 그대로 한국까지 가져가서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서의태는 "처음으로 투손에서 진행하는 CAMP 2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설레었다. 다치지 않고 잘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목표뿐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기쁘다. 시즌에 들어가서도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강인권 감독은 이번 캠프를 마치면서 "애리조나의 좋은 환경 속에서 CAMP 2를 진행했다.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텝, 그리고 구성원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계획대로 목표한 것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적으로 CAMP 2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시범경기 기간 훈련 성과뿐 아니라 컨디션 관리에도 초점을 맞추겠다. 이번 시즌 다이노스의 또 다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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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선수단이 2024년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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