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해, 조형래 기자] “의욕이 타오른다.”
롯데 자이언츠는 김태형 감독은 부임하면서 포수진을 칭찬한 바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최고”라는 말은 주전으로 낙점된 유강남을 비롯해서 손성빈 정보근 등 백업 포수진에게 자부심을 심어줬다. 또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는 원동력이 됐다.
마무리캠프 기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롯데 포수진은 1군 코칭스태프 눈에 더욱 들기 위해 땀을 흘렸다. 하지만 정보근(25)은 자신을 어필할 기회와 시간이 적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막판 청백전을 하던 도중 불규칙 바운드에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맞고 골절을 당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골절과 더불어 인대까지 파열됐다. 우측 엄지 견열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복귀 예정 시점은 2024년 5월이었다. 스프링캠프는 물론 개막전까지 모두 놓치게 됐다.
포수 왕국의 치열한 경쟁의 장에 정보근은 합류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정보근은 상동에서 재활에만 매진해야 했다. 의욕적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 결과 괴물 같은 회복력을 보여줬다. 모두 5월 복귀를 예상했지만 이제 정보근은 개막전까지 내다볼 수 있는 몸 상태가 됐다. 정보근은 3월 중순부터 2군 연습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실전에 나설 정도로 몸이 완성됐다는 의미. 주전 유강남을 비롯해 손성빈 강태율 서동욱이 참가한 스프링캠프였다. 주전 포수 유강남은 확고하고 여기에 손성빈과 강태율 서동욱 모두 치열하게 훈련을 소화했다. 정보근은 이들보다 경쟁의 출발선에서 뒤처져 있다. 그는 ”재활을 하면서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했는데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일상생활을 했지만 불편했다. 야구가 더 하고 싶어지다 보니까 의욕이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빨리 복귀하고자 하는 의지가 앞서서 재활할 때도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복귀가 더 빨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면서 “우리 팀 포수진이 워낙 좋다보니까 저도 뒤처지거나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고 있다. 그러면서 의욕도 더 타오르는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보근 입장에서는 의욕을 다질 수밖에 없는 게, 2년 연속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팔꿈치 통증으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고 올해 역시 수술로 캠프를 건너뛰어야 했다. 새 감독과 새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를 시간, 정보근은 재활로만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보근은 “작년에도 팔꿈치를 다쳐서 캠프에 못 갔는데, 2년 연속 캠프에 못 가게 되니까 너무 아쉽다. 선배들이나 형들, 동료들과 어울려서 팀 플레이도 같이 하고 손발을 맞춰나가야 하는데 같이 못 따라가는 게 정말 아쉬웠다”라면서 “캠프에 간 선수들과 연락도 자주 했다. 특히 (나)승엽이랑 연락을 자주 했다. 2년 연속 캠프를 못 가니까 많이 궁금했다. 생각나는대로 많이 물어봤다. 힘들다고는 하는데 같이 어울리고 싶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보근으로서는 지난해 기세가 워낙 좋았기에 이 기세를 캠프까지 이어가고 싶었다. 지난해 55경기 타율 3할3푼3리(81타수 27안타) 1홈런 13타점 OPS .902의 성적을 남겼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백업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7월 말, 복귀한 뒤 깜짝 놀랄 활약을 펼쳤다. 주전 유강남의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8월 한 달 동안 타율 4할3푼9리(41타수 18안타) 1홈런 9타점 OPS 1.129의 특급 활약을 펼쳤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레전드 포수였던 버스터 포지를 빗댄 ‘버스터 보근’이라는 별명도 이때 만들어졌다. 그 당시 만큼 정보근은 롯데의 해결사이자 믿음직스러운 안방마님이었다. 9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지만 정보근을 향한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스스로도 기세를 잇지 못한 게 아쉽다. 그는 “너무 의미 있는 시즌이었고 이 기세를 잇고 싶었는데 그게 안돼서 아쉬웠다”라면서도 “다친 것은 다친 것이고 지나간 일이니까 다시 좋은 흐름과 페이스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태형 감독도 스프링캠프 기간 정보근의 부상 회복 추이를 꾸준히 체크했다. 회복이 빨리 되면 1군 경기에 투입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캠프 기간 정보근에게 조언을 건넸고 정보근도 이에 맞춰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과 타격, 송구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송구할 때는 하체를 좀 더 신경써서 던지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고 방망이 칠 때는 몸이 투수 쪽으로 오픈 되어 있다 보니까 그것을 조금 닫고 쳐보라는 말씀을 하셨다”라며 “감독님도 제가 이렇게 하다 보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서 저도 동의를 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활을 하면서 야구가 더 간절해졌다. 지난해 좋은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경기 운영이나 볼배합, 수비 등 잘 된 부분과 안 된 부분들을 필기해 놓았는데 그런 것들을 재활하면서 많이 챙겨봤다. 잘 안된 부분은 복귀해서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잘 된 부분은 이어가려고 한다”라면서 “야구 생각이 많이 나니까 작년 영상들도 많이 돌려봤고 필기도 다시 돌아보면서 지냈다. 이제 다시 돌아가서 좋은 페이스와 흐름을 가져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쟁의 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순간을 상상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믿고 편안하게 내보내주실 수 있게 잔실수를 줄이면서 안정감을 챙겨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투수들도 편안해 하고 감독님이 보시기에도 편안해하실 것 같다”라면서 “타격도 좋았던 모습을 이어가면서 안주하지 않고 공수에서 모두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면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다시 의욕을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