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한용섭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 화끈한 타격을 펼치며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1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한 후 현지 매체의 우려의 시선들을 단 5경기 만에 불식시켰다. 장타력에 의문을 갖고, 오버 페이라는 우려는 감탄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1억1300만 달러를 베팅하자, 오버페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사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포스팅을 신청한 후 미국 매체들은 6000만 달러~8000만 달러 정도 계약을 예상했다. 지난해 보스턴이 영입한 일본인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의 몸값(5년 9000만 달러) 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통 큰 투자를 했다.
그런데 계약 직후 팬사이디드는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이정후가 5년 50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에게 1억1300만 달러를 계약한 것은 샌프란시스코가 초과 지불한 걸까? 조만간 알 수는 없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거의 10년 만에 FA 위험을 감수한 것은 처음이다”고 전했다.
또 “이정후가 결코 파워 히터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홈런 3~5개 선수와 12~17개를 치는 선수는 꽤 큰 차이가 있다(Obviously he's never going to be a power hitter. But there's a pretty huge difference between being a 3-5 HR guy and a 12-17 HR guy)”고 했다.
매체는 이정후의 KBO리그 홈런 기록(7시즌 65홈런)을 분석하며 “2022년에 23홈런(27타수당 1홈런), 나머지 6년간 42홈런(79타수당 1홈런)을 쳤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팬은 “애런 저지는 한 시즌에 62홈런을 쳤다”라며 이정후의 7시즌 65홈런 기록을 조롱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또 ‘디 애슬레틱'은 2월말 메이저리그 전현직 구단 임원, 감독, 코치, 스카우트 등 총 31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우려되는 FA 계약에서 이정후가 공동 2위(7표)로 뽑혔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루카스 지올리토가 1위(8표)였다. (지올리토는 지난 6일 팔꿈치 부상으로 최악의 경우 시즌 아웃이 예상된다)
또 샌프란시스코 구단 소식을 다루는 미국 팬사이트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지난해 12월말 야구 팟캐스트 '토킹 베이스볼'의 방송 내용을 언급하며 "샌프란시스코가 빅리그 경험이 없는 이정후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했으며, KBO리그의 수준이 빅리그보다 낮기 때문에 이정후에게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물론 계약 후 긍정적인 전망들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을 바탕으로 각 포지션별로 전력 보강에 성공한 팀을 살폈다. 매체는 이정후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뎁스를 주목했다. 지난해 28위 하위권에 그쳤던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WAR 순위가 올해 11위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는 오프시즌에 기대했던 것만큼 영입을 하지 못했지만, 한국인 중견수 이정후를 영입했다. 인상적인 콘택트 능력으로 알려진 그는 25세 시즌에 출루율 .354, wRC+(조정득점생산력) 116을 기록하며 삼진 및 볼넷 비율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적으로 MLB에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에서 메이저리그 신인으로 도전한 이정후가 빅리그 투수를 상대로 시범경기 초반 맹타를 터뜨리자, 현지 매체의 칭찬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정후는 7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시범경기 5경기에 출장해 매 경기 안타를 기록 중이다.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출루율 .533, 장타율 .769, OPS 1.302다. 홈런 1개와 2루타 1개를 터뜨렸다. 장타력을 우려했던 시선에 이정후는 총알같은 타구 속도로 홈런을 만들고, 하드히트를 때려내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시범경기에서 장타 2방을 터뜨렸다. 1회 첫 타석에서 애리조나 우완 선발 라인 넬슨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81.6마일(131.3km) 커브를 받아쳐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때려냈다. 타구속도 99.7마일(약 160.5km) 타구였다.
그리곤 3회 넬슨 상대로 2볼-1스트라이크에서 94.7마일(152.4km) 포심 패스트볼을 끌어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발사각 18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타구속도 109.7마일(약 176.5km)로 비거리 418피트(127m) 대형 홈런이었다.
컨택 능력이 좋지만 똑딱이 타자라는 시선을 깨뜨리는 기분좋은 장타 2방이었다. MLB.com은 4일 이정후의 장타 2개에 주목했다. 시범경기에서 눈에 띄는 12명의 기록을 조명하면서 이정후의 타구 속도를 3위로 꼽았다.
매체는 “오프시즌 이정후의 맹활약은 2022년 KBO리그 최우수선수의 방망이를 미리 볼 수 있게 해줬다. 이정후의 스윙은 2루타를 만들었고, 다음 타석에서 시속 109.7마일, 18도, 418피트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쳤다. 이처럼 이정후는 공을 그라운드 밖으로 보낼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미국 매체 '야후스포츠'는 6일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훌륭한 7년을 보내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는 공을 맞히는 기술이 빼어나고 중견수 골드글러브를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후스포츠도 이정후가 파워가 없다는 편견을 깬 것에 주목했다. 매체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장타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있었다. 2월과 3월의 성적이 이 의구심에 확실한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정후가 지난 주에 친 타구 속도 109.7마일(약 176.5㎞) 홈런은 최소한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파워를 낼 수 있는 원석이란 것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MLB의 빠른 공에 초반 고전할 것이라는 걱정도 씻어내고 있다.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에 대한 유일한 걸림돌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 93마일(약 149.7km)인 메이저리그 보다 느린 88마일(약 141.6km)의 KBO리그 출신이라는 점이다. 초반 적응 과정에서 많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 KBO리그의 수준은 트리플A와 더블A 사이로 여겨진다”고 했다.
시범경기 5경기까지 이정후는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때려 홈런을 만들고,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15타석에서 볼넷 2개, 삼진은 1개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머큐리뉴스는 "자이언츠의 새로운 리드오프 이정후가 캑터스리그에서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갔다. 5차례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며 “자이언츠는 자신들의 순위를 안정시키기 위해 올 겨울 이정후를 영입했고 지금까지 캠프에서 이정후는 그렇게 해왔다. 25세 중견수는 홈런 1개와 .462/.533/1.302의 슬래시 라인을 갖고 있다. 표본이 작지만 지난해 9명의 톱타자를 기용한 뒤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팀에게는 고무적인 신호다”라고 전했다.
MLB.com은 7일 메이저리그의 '한국 출신 선구자' 6명을 언급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소개하면서 최초 기록을 갖고 있는 한국인 빅리거를 조명한 것.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시작으로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 최희섭, 최초 월드시리즈 우승의 김병현, 최초의 올스타전 출전 타자 추신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 뽑혔던 미국 태생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차례로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정후도 포함됐다.
MLB.com은 "이정후는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지만, 이미 기록을 세웠다. 이정후는 KBO리그 출신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했다. 계약금 500만 달러(약 66억 원), 연봉은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2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2억 원), 2028년과 2029년에는 각각 2050만 달러(약 272억 원)를 받는다.
매체는 "이정후가 이런 계약을 한 이유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2017년 18세의 나이로 데뷔한 이정후는 통산 타율 .340, 출루율 .407, 장타율 .491을 기록했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지닌 다재다능한 선수다. 이정후는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도 칠 수 있는 타자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정후는 지난 5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시범경기에서 종아리에 투구를 맞았는데, 경기 도중 교체됐고 6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범경기에 출장하지 않았다. 7일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가 없는 날이었다. 이틀을 쉬며 몸 관리를 한 이정후는 8일 LA 다저스와 시범 경기에 다시 라인업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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