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수원=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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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형 KBO 심판위원이 9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범경기에서 4회말 2사 후 키움 히어로즈 투수 최준표를 향해 피치 클록 위반을 경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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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KT위즈파크에 설치된 피치 클록의 모습. |
올 시즌 KBO 리그 전반기에 시범 운용될 예정인 피치 클록 규정에 관해 LG 트윈스는 최대한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KBO 리그는 스피드업을 위해 투구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에는 23초, 주자가 없을 때는 18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 포수는 피치 클록의 잔여 시간이 9초가 남은 시점까지 포수석에 위치해야 한다. 또 타자는 피치 클록 종료 8초 전까지는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타자와 타자 사이(타석 간)에는 30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 피치 클록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자의 타임 횟수는 타석당 1회로 제한된다.
원래 이를 위반할 시 수비 측에는 볼, 공격 측에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그러나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일단 KBO 리그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위반 시 볼·스트라이크 제재 대신 구두 경고만 부여되며, 투수판 이탈 제한 규정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KBO는 "불필요한 경기 지연 감소를 위해 도입된 피치클락은 전반기 시범운영 되며, 위반에 따른 제재 보다는 선수단의 적응과 원활한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둔다"면서 "위반에 따른 제재 적용 여부와 시점은 전반기 운영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추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위반해도 제재가 없기에 구태여 지킬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도 당연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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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 설치된 피치 클록(좌측 상단)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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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KT위즈파크 외야 중앙 전광판에 설치된 피치 클록의 모습. /사진=KT 위즈 제공 |
그러나 '우승 명장'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염 감독은 "우리는 최대한 피치 클록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9일 수원 KT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를 봐도 그렇고, 야구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 중에 하나라고 저는 생각한다. 또 언젠가는 우리 리그도 받아들여야 할 제도다. 그래서 우리 팀은 투수와 타자 모두 룰을 최대한 지키고, 적응하자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게 아니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어차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승부 도중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초과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면 그걸 바탕으로 수정해 나가면 되는 거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룰 안에서 경기하도록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 감독은 "어차피 한 가지다. 우리가 팬 분들께 좀 더 지루하지 않고 스피디(Speedy)한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서 "팬 분들과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조건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팬 분들이 좋아하신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시행 후 경기당 20분 이상 줄었다는 건,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재차 "어차피 해야 하는 거다. 올해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팬 분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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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피치 클록을 시행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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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병호가 타석에 선 가운데, 수원 KT위즈파크에 설치된 피치 클록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 |
피치 클록 효과는 확실하다. 메이저리그 9이닝 평균 경기 시간이 종전 3시간 4분에서 2시간 40분으로 약 20분 이상 단축됐다.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 중계를 봐도 엄청 빨리 진행되는 게 저도 훨씬 보기 좋더라. 저는 스타일상 투수들이 공을 오래 갖고 있고 끄는 걸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선수들한테 타격에 임하기 전 하는 루틴도 계속해서 짧게 줄이라고, 단순하게 하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다만 염 감독은 빠른 '피치컴(투수와 포수가 투구 사인을 교환하는 전자 장치)' 도입을 요망했다. KBO 관계자는 지난 7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ABS에 관한 미디어 설명회에서 피치컴 도입에 대해 "국내 전파 인증 문제가 남아 있다. 이르면 2개월 안에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염 감독은 "우리도 빨리 피치컴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포수가 한 번 사인을 냈는데 안 맞거나 바꾸면 제시간에 던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치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구두 경고만 준다면 경기 시간만 늘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염 감독은 "미국 야구는 작전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다르다. 작전 수행이 필요한 야구다. KBO도 그래서 작전 사인 전달 등 여러 부분을 생각해 미국보다 3초의 여유를 더 준 것이라 본다. 이런 부분들은 모두 고려해 과연 일정 시간 내에 다 할 수 있는지 등을 시범 운영하면서 체크해야 한다. 그래서 시범 운영이 필요한 것이다. 데이터를 쌓아서 보완하고, 준비를 빨리한 뒤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KBO 리그 만의 피치 클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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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오른쪽) LG 트윈스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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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피치클록 규정. /표=K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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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피치클록 규정. /표=KBO 제공 |
수원=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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