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12년만의 복귀전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류현진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86구를 뿌리며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2012년 10월 14일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를 끝으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 복귀를 택했다. 8년 170억원이라는 KBO 역대 최고액 대우와 함께 화려하게 돌아왔다.
디펜딩 챔피언 LG와 돌아온 괴물 류현진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몰렸다. 경기 시작 전 2시간 전부터 잔여좌석 현장 판매가 시작됐고 12분 만에 500여장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시야 방해가 있는 자리임에도 디펜딩 챔피언과 류현진을 앞세운 한화의 경기를 보려는 팬들의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업었다. 2만 3750장이 개막전부터 모두 팔려나갔다. 그만큼 기대감이 남다른 경기였다.
과거 KBO리그 시절 LG를 상대로 22승 8패 평균자책점(ERA) 2.36으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던 류현진이기에 기대감이 남달랐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전날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선발을 예고하며 "다른 팀에 없는 류현진"이라고 소개했다. 이 표현 하나만으로도 한화의 달라진 존재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1회초 한화는 1사에서 페라자의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페라자의 과감한 도루 시도가 실패로 끝이 났고 안치홍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진 1회말 류현진이 드디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투구는 실망스러웠다. 최재훈과 배터리를 이룬 류현진은 적극적으로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했다. 박해민을 상대로 초구는 볼이 됐지만 2구부터 모두 적극적으로 존 안을 공략했고 5구째 시속 144㎞ 속구를 공략한 땅볼 타구는 유격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홍창기와 김현수에겐 각각 2구씩만 던지며 유격수 땅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한화에겐 2회 공격이 아쉬웠다. 노시환이 볼넷, 채은성이 중전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으나 문현빈의 3루수 땅볼 때 선행 주자가 3루에서 아웃됐고 김강민이 병살타를 때려 득점하지 못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곧바로 위기로 이어졌다. 2회말 첫 타자 오스틴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2사에서 박동원에게 좌전 안타, 문성주의 잘 맞은 타구를 유격수 하주석이 잡아내며 실점을 막아냈지만 2사 만루에 놓였다.
9번 타자 신민재를 상대로 볼 카운트 2-2에서 5구째 류현진의 속구를 신민재가 받아쳐 좌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짧게 떨어진 타구였으나 2사였기에 3루 주자는 물론이고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까지 득점에 성공했다. 실점 후 바로 박해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더욱 아쉬움이 남은 장면이었다.
한화 타자들도 힘을 냈다. 하주석이 우익 선상으로 타구를 날린 뒤 전력질주했다. 2루까지 여유 있게 안착했다. 이어 최재훈의 타구도 1,2루 사이를 갈랐다. 정은원이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선 건 1회 안타를 날린 페라자. 초구부터 강하게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익선상을 타고 흘렀다. 3루심의 판단은 페어. 3루 주자 최재훈이 득점에 성공했다.
LG 벤치에서 타구 판단을 놓고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확인 결과 타구는 3루 베이스 안쪽으로 내야를 통과한 것이 확인됐다. 원심은 번복되지 않았다.
3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예상 외로 경기 초반 속구 위주 피칭을 펼쳤는데 통타당한 3개의 안타 모두 속구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본격적으로 섞기 시작했다. 홍창기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오스틴에게 1루수 파울 플라이, 오지환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하고 이닝을 마쳤다.
4회초 타선이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채은성이 중전 안타, 문현빈이 볼넷, 김강민이 우전 안타를 때리며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하주석의 땅볼 타구가 투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지만 최재훈의 몸에 맞는 공으로 2-2 동점을 이뤘다. 정은원의 2루수 땅볼 때 다시 홈에서 주자가 아웃되며 2사 만루가 됐다.
다만 타선의 집중력은 아쉬웠다. 3회에도 1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투수 땅볼로 홈에서 주자가 잡히는 등 득점 없이 마치더니 4회에도 연이은 땅볼 타구로 두 차례나 홈에서 주자가 아웃된 게 아쉬웠다.
4회말 문보경과 박동원을 연속 땅볼로 돌려세우며 쉽게 이닝을 마칠 것으로 보였지만 문성주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신민재의 평범한 2루 땅볼 땐 문현빈의 포구 실책까지 나왔다. 결국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실점은 3으로 늘었다. 비자책이기는 했으나 다시 리드를 넘겨줬기에 더욱 뼈아픈 실점이었다.
힘이 빠진 탓일까. 류현진이 크게 흔들렸다. 3루까지 도달한 신민재는 박해민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도루로 2루를 훔친 박해민도 홍창기의 중전 안타 때 홈을 파고 들었다. 이어 김현수에게까지 좌전 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이태양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 4회말 실점은 문현빈의 실책으로 인한 것으로 자책점은 2에 불과했으나 4회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태양이 오스틴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류현진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 전 류현진에 대해 "90개 안쪽으로 던질 예정"이라며 "빌드업 과정을 거쳐 그 정도까지 던질 수 있게끔 했다. 본인도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86구를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경기 전부터 자신감이 넘쳤던 LG였다. 선발 라인업만 보더라도 LG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읽어볼 수 있다. LG는 박해민(중견수)-홍창기(우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로 타선을 꾸렸다. 좌투수에게 좌타자들이 약하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좌타자를 7명이나 배치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공격적인 게 우선이다. 류현진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 "어느 정도는 점수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준비해온 공략법이 있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커터와 역회전을 그리며 몸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중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 염 감독은 "양쪽을 다 치려고 하면 어렵다. 한 쪽을 버리고 다른 한 쪽을 택해야 한다. 내 생각이지만 분석 파트에서도 그렇게 보지 않았겠나"라며 "류현진이 위 아래로 싸우는 투수는 아니다. 측면에서 한 쪽을 버리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타선은 과거와 달리 류현진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류현진은 86구 중 45구를 속구로 뿌렸다. 최고 시속은 150㎞를 기록했다. 최저는 138㎞로 특유의 완급조절을 했음이 나타나는 차이였다. 커브를 18구 뿌렸는데 최고 118㎞, 최저 99㎞, 커터를 9구 던졌는데 최고 140㎞, 최저 124㎞로 마찬가지로 같은 구종에서도 많은 차이를 두고 던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인지업은 14구로 최고 132㎞, 최저 125㎞였다.
다양한 투구 패턴과 노련미도 엿볼 수 있었지만 체력과 수비 지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류현진은 지난해 8월 메이저리그(MLB)에서 팔꿈치 수술 후 복귀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부상 우려가 있어 100구는 물론이고 90구를 넘기는 일도 없었다. 그 덕에 부상 재발 없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했고 국내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첫 경기부터 90구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을지엔 의문이 달렸다.
최 감독은 "물론 무조건 개수대로만 가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조금 일찍 내려올 수도 있다. 좋으면 그 정도를 던지고 진짜 많아도 90개 정도에서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류현진은 70구 중반 이후 3연속 안타를 맞으며 과제를 남겼다.
문현빈의 실책도 뼈아팠다. 4회를 손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타구였지만 공을 잘 포구하구도 송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을 흘렸고 이후 류현진은 3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과거 부실한 수비에 고통을 받았던 류현진이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등판 후 "고통 받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 잊었다"고 말했지만 이날 첫 경기부터 실책의 희생양이 됐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안타를 맞고 공을 쳐다보고 있다./사진=김진경 대기자 |
류현진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86구를 뿌리며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2012년 10월 14일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를 끝으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 복귀를 택했다. 8년 170억원이라는 KBO 역대 최고액 대우와 함께 화려하게 돌아왔다.
디펜딩 챔피언 LG와 돌아온 괴물 류현진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몰렸다. 경기 시작 전 2시간 전부터 잔여좌석 현장 판매가 시작됐고 12분 만에 500여장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시야 방해가 있는 자리임에도 디펜딩 챔피언과 류현진을 앞세운 한화의 경기를 보려는 팬들의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업었다. 2만 3750장이 개막전부터 모두 팔려나갔다. 그만큼 기대감이 남다른 경기였다.
과거 KBO리그 시절 LG를 상대로 22승 8패 평균자책점(ERA) 2.36으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던 류현진이기에 기대감이 남달랐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전날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선발을 예고하며 "다른 팀에 없는 류현진"이라고 소개했다. 이 표현 하나만으로도 한화의 달라진 존재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1회초 한화는 1사에서 페라자의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페라자의 과감한 도루 시도가 실패로 끝이 났고 안치홍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진 1회말 류현진이 드디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투구는 실망스러웠다. 최재훈과 배터리를 이룬 류현진은 적극적으로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했다. 박해민을 상대로 초구는 볼이 됐지만 2구부터 모두 적극적으로 존 안을 공략했고 5구째 시속 144㎞ 속구를 공략한 땅볼 타구는 유격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홍창기와 김현수에겐 각각 2구씩만 던지며 유격수 땅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오른쪽)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을 위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곧바로 위기로 이어졌다. 2회말 첫 타자 오스틴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2사에서 박동원에게 좌전 안타, 문성주의 잘 맞은 타구를 유격수 하주석이 잡아내며 실점을 막아냈지만 2사 만루에 놓였다.
9번 타자 신민재를 상대로 볼 카운트 2-2에서 5구째 류현진의 속구를 신민재가 받아쳐 좌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짧게 떨어진 타구였으나 2사였기에 3루 주자는 물론이고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까지 득점에 성공했다. 실점 후 바로 박해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더욱 아쉬움이 남은 장면이었다.
한화 타자들도 힘을 냈다. 하주석이 우익 선상으로 타구를 날린 뒤 전력질주했다. 2루까지 여유 있게 안착했다. 이어 최재훈의 타구도 1,2루 사이를 갈랐다. 정은원이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선 건 1회 안타를 날린 페라자. 초구부터 강하게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익선상을 타고 흘렀다. 3루심의 판단은 페어. 3루 주자 최재훈이 득점에 성공했다.
LG 벤치에서 타구 판단을 놓고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확인 결과 타구는 3루 베이스 안쪽으로 내야를 통과한 것이 확인됐다. 원심은 번복되지 않았다.
3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예상 외로 경기 초반 속구 위주 피칭을 펼쳤는데 통타당한 3개의 안타 모두 속구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본격적으로 섞기 시작했다. 홍창기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오스틴에게 1루수 파울 플라이, 오지환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하고 이닝을 마쳤다.
4회초 타선이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채은성이 중전 안타, 문현빈이 볼넷, 김강민이 우전 안타를 때리며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하주석의 땅볼 타구가 투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지만 최재훈의 몸에 맞는 공으로 2-2 동점을 이뤘다. 정은원의 2루수 땅볼 때 다시 홈에서 주자가 아웃되며 2사 만루가 됐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오른쪽)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2회 실점하며 흔들리자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4회말 문보경과 박동원을 연속 땅볼로 돌려세우며 쉽게 이닝을 마칠 것으로 보였지만 문성주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신민재의 평범한 2루 땅볼 땐 문현빈의 포구 실책까지 나왔다. 결국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실점은 3으로 늘었다. 비자책이기는 했으나 다시 리드를 넘겨줬기에 더욱 뼈아픈 실점이었다.
힘이 빠진 탓일까. 류현진이 크게 흔들렸다. 3루까지 도달한 신민재는 박해민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도루로 2루를 훔친 박해민도 홍창기의 중전 안타 때 홈을 파고 들었다. 이어 김현수에게까지 좌전 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이태양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 4회말 실점은 문현빈의 실책으로 인한 것으로 자책점은 2에 불과했으나 4회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태양이 오스틴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류현진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 전 류현진에 대해 "90개 안쪽으로 던질 예정"이라며 "빌드업 과정을 거쳐 그 정도까지 던질 수 있게끔 했다. 본인도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86구를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경기 전부터 자신감이 넘쳤던 LG였다. 선발 라인업만 보더라도 LG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읽어볼 수 있다. LG는 박해민(중견수)-홍창기(우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로 타선을 꾸렸다. 좌투수에게 좌타자들이 약하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좌타자를 7명이나 배치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공격적인 게 우선이다. 류현진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 "어느 정도는 점수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4회를 채 마치지 못하고 강판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류현진은 86구 중 45구를 속구로 뿌렸다. 최고 시속은 150㎞를 기록했다. 최저는 138㎞로 특유의 완급조절을 했음이 나타나는 차이였다. 커브를 18구 뿌렸는데 최고 118㎞, 최저 99㎞, 커터를 9구 던졌는데 최고 140㎞, 최저 124㎞로 마찬가지로 같은 구종에서도 많은 차이를 두고 던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인지업은 14구로 최고 132㎞, 최저 125㎞였다.
다양한 투구 패턴과 노련미도 엿볼 수 있었지만 체력과 수비 지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류현진은 지난해 8월 메이저리그(MLB)에서 팔꿈치 수술 후 복귀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부상 우려가 있어 100구는 물론이고 90구를 넘기는 일도 없었다. 그 덕에 부상 재발 없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했고 국내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첫 경기부터 90구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을지엔 의문이 달렸다.
최 감독은 "물론 무조건 개수대로만 가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조금 일찍 내려올 수도 있다. 좋으면 그 정도를 던지고 진짜 많아도 90개 정도에서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류현진은 70구 중반 이후 3연속 안타를 맞으며 과제를 남겼다.
문현빈의 실책도 뼈아팠다. 4회를 손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타구였지만 공을 잘 포구하구도 송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을 흘렸고 이후 류현진은 3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과거 부실한 수비에 고통을 받았던 류현진이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등판 후 "고통 받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 잊었다"고 말했지만 이날 첫 경기부터 실책의 희생양이 됐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빠져나가고 있다./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포수를 바라보고 있다./사진=김진경 대기자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