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두산의 김택연이 아닌, 코리아의 김택연입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향후 10년 이상 팀의 마운드를 책임질 국보급 투수를 얻었다.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김택연(18)이 급속 성장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은 2022년 기존 선수들의 연쇄 이탈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채 9위로 추락했다. 가을야구를 못한 여파는 컸지만 대신 두산은 대신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인천고 파이어볼러 김택연을 얻었다.
김택연은 기대대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시범경기부터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마무리 정철원을 위협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지난 18일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2-4로 뒤진 6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빅리그 통산 159홈런을 때려낸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93.7마일(150.8km) 포심패스트볼을 가운데에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했다. 이후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오른 제임스 아웃맨도 풀카운트 끝에 92.5마일(148.9km)의 포심 패스트볼을 한가운데로 꽂아넣으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 경기후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인상적인 한국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우완투수 1명이 있었는데 아웃맨이 말하기를 정말 멋진 피칭을 했다고 하더라. 스트라이크존 상위 부분에서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팔을 정말 잘 쓰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했다. 김택연을 의미하는 얘기였다.
이승엽 감독은 메이저리거들을 만난 뒤 소속팀으로 돌아와서도 전혀 들뜨지 않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전혀 들뜨지 않았다. 그런 성격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 자신의 페이스를 항상 지킬 수 있는 선수다. 평소에도 들뜨거나 이런 성격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라면서 “이제 만 18살이라고 하는데 38살 같다. 출생조사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김택연의 의젓함을 대견해 했다.
이제 KBO리그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당장 구위 자체는 필승조 대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이날 만큼은 최대한 편한 상황에 등판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은 “오늘과 내일까지는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등판을 시키려고 한다. 고척에서 스페셜매치를 할 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을 던졌지만 그래도 국내 개막전은 응원 문화나 분위기가 다르다”라며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여기 분위기에 스며들고 차분하게 등판을 할 수 있게끔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등판시키려고 한다. 코칭스태프 미팅에서도 오늘과 내일 만큼은 최대한 편하게 해주자는 의견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승엽 감독의 공언과는 달리, 김택연은 이날 편하지 않은, 접전 상황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도 모두가 기대했고 바라던 것과 달랐다. 2-0으로 앞선 7회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알칸타라가 6이닝 동안 66개의 공 밖에 던지지 않았고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제압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측 허벅지 앞쪽 통증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마운드를 내려왔고 김택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데뷔전에서 만나게 된 타선이 손아섭-맷 데이비슨-박건우, NC의 클린업 트리오였다. 메이저리거들을 추풍낙엽처럼 무너뜨렸던 패기를 이날 보여주지 못했다. 겁없이 달려들던 김택연의 기세는 이날 꺾였다. KBO리그도 어려운 무대라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이날 데뷔전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을 세심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브리핑 중 거듭 강조한 게 김택연의 이닝 관리와 혹사에 대한 내용이었다.김택연은 혹사로 본의 아니게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U-18 야구월드컵에서 대회 기간 중 무려 5연투를 펼쳤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이영복 감독의 구시대적 투수 기용과 황당한 경기 운영 때문에 김택연은 혹사의 희생양이 됐다. 대표팀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축하 받기는 힘들었다.
김택연의 5연투 여파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됐다. 지난해 지명 직후 마무리캠프에서도 김택연은 일절 공을 만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괜찮았지만 MRI 등 정밀 검진을 받았을 때 어깨에 피가 한동안 고여있었다. 그렇기에 두산 구단과 이승엽 감독 모두 김택연의 혹사에 민감하다.
이닝 관리를 수치화 시키지는 않았지만 이닝 관리에 대한 기조는 명확하다. 이승엽 감독은 "이닝 관리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트레이닝 파트가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지만 김택연 선수를 얼마나 써야할지, 언제 과부하가 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던져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단은 김택연 선수를 항상 면밀히, 매일매일 김택연 선수를 체크하고 있다. 작년에 혹사 논란도 있었고 구단에 왔을 때 한동안 피가 고여 있었던 상태도 있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서 잘 관리를 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김택연 선수의 올해 이닝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매일, 매경기 트레이닝파트와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결정을 할 것이다. 최종 이닝이 유동적일 수는 있지만 팬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혹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고 단언했다.
이미 김택연의 재능을 확인한 이상, 김택연의 어깨는 두산 만의 것이 아니다. 이승엽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김택연이 아닌, 코리아의 김택연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그 정도로 잘 모시고 관리를 해줘야 할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애지중지할 것임을 단언했다.
“우리는 (김)택연이를 정말 잘 모시고 있다. 팬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혹사는 없을 것이다. 두산의 김택연이 아닌 코리아의 김택연이 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잘 모시려고 한다”라고 웃으면서 혹사 없이 김택연을 활용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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