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아웃 가능했는데...' 17년차 베테랑, 왜 1사 만루서 홈 아닌 1루 송구를 했나 [광주 현장]
입력 : 2024.03.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광주=김동윤 기자]
서건창이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1루 수비에 나서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서건창이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1루 수비에 나서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선제 실점의 원인이 된 6회 초 1사 만루에서의 홈 송구. 프로 데뷔 17년 차 베테랑 서건창(35·KIA 타이거즈)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서건창은 26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7328명 입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에서 9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KIA는 최형우의 6회 말 동점 솔로포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8회 말 결승타로 롯데에 2-1 신승을 거두고 2연승을 질주했다.

양 팀 선발들이 5회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는 팽팽한 투수전을 벌인 가운데 이날 KIA는 하마터면 경기를 내줄 뻔했다. 0-0으로 맞선 6회 초 1사 만루에서 박승욱(롯데 자이언츠)이 1루 쪽으로 느린 땅볼 타구를 보냈다.

서건창이 그 타구를 잡은 순간, 3루 주자 정훈의 위치는 3루와 홈 베이스 중간을 갓 넘어선 시점이었다. 여기서 서건창은 홈이 아닌 1루로 송구했다. 얼핏 보기에 홈까지 충분히 승부할 수 있는 타이밍으로 보였지만, 서건창의 선택으로 인해 롯데가 선취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서건창은 이때의 상황에 대해 "내가 홈으로 던지려면 러닝 스로 후 외에는 자세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만약 7회나 8회처럼 경기 후반이었으면 나도 한번 과감하게 홈 승부를 시도해 봤을 텐데 아직 경기 중반이었기 때문에 조금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서건창의 선택이 옳았다. 이후 임기영이 윤동희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6회 말 최형우가 동점 솔로포를 때려내 잊혔다. 결국 KIA 양현종이 5⅓이닝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1실점, 롯데 반즈가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채 내려갔다.

롯데 정훈이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2024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6회초 홈에 들어온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정훈이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2024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6회초 홈에 들어온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전체적으로 서건창에게는 아쉬운 경기였다. 서건창은 타석에서도 2회 말 2사 1, 2루 첫 타석에서 첫 2구를 잘 골라냈다. 초구는 떨어지는 슬라이더, 2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직구였다. 3구째 몸쪽 투심 패스트볼은 노렸으나, 파울이 됐다. 몸쪽 높은 5구째가 스트라이크 판정받고 루킹 삼진이 됐다. ABS로 인해 다소 억울할 수 있는 판정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5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3루 쪽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타구가 너무 빨라 평범한 3루수 땅볼이 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별다른 반전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서건창에게 있어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 2008년 고교 졸업 후 육성 선수로 LG 트윈스를 통해 프로에 입단한 후 18년 만에 고향 팀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정규시즌 경기였다.

이범호 감독 나름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상대 선발로 좌완 투수 찰리 반즈가 나왔고, 야구 통념상으로는 우타자를 내보내야 했으나, 서건창이 반즈를 상대로 2타수 2안타로 강하고 우타 1루수 황대인이 12타수 1안타로 약했던 것을 이유로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또한 서건창의 프로 데뷔 후 첫 1루수 출전이기도 했다. 커리어 통틀어 서건창이 교체나 선발 어느 시점에서든 1루수로 출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에 경기 전 이범호 감독은 "1루 백업 훈련을 스프링캠프 때부터 해왔다. 올 시즌 내야수 6명이냐 7명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서건창에게 1루와 2루를 같이 연습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서건창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경기 초반 몸을 날려 1루로 오는 땅볼 타구를 막는 등 좋은 모습도 보였다. 서건창은 "피하는 것보단 1루는 무조건 몸으로 막아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며 "이겨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른 거 없고 첫 경기에 나갔는데 이겨서 정말 즐겁게 생각한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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