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타선을 압도하고 2024시즌 프로야구 신인왕 1순위로 지목됐던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의 성장통을 어떻게 봐야할까.
김택연은 지난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후 3경기 만에 처음으로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김택연은 2-4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3번째 등판에 나섰다. 시작은 불안했다. 만원관중 앞에서 베테랑 거포 최형우를 만나 긴장했는지 볼 2개를 연거푸 던졌고, 파울 2개로 2B-2S가 된 가운데 다시 볼 2개로 흔들리며 시즌 5번째 볼넷을 허용했다. 최형우에게 던진 6개의 공은 모두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이었다.
김택연은 후속 이우성을 상대로도 2B-0S 불리한 카운트로 출발했다. 헛스윙에 이어 다시 볼을 던져 3B-1S에 처한 상황. 이번에는 145km 직구로 풀카운트를 만든 뒤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이닝 종료였다.
인천고를 나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
고교 시절 혹사 논란에 시달린 김택연은 두산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 팔꿈치 및 어깨 회복에 집중했다. 다행히 빠르게 상태를 회복하면서 호주 시드니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2024시즌을 준비했다.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된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서 남다른 구위와 배짱을 선보였고, 2024년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는 영예까지 안았다.
김택연은 시범경기에서 정철원과 마무리 경쟁을 하다가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적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했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단연 화제는 김택연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올해 신인왕 1순위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택연을 2월 1일부터 본 바로는 차별화된 선수다.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다. 훌륭한 선수다”라며 “이제 그 선수가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 스태프들이 도와줘야 한다. 아마 그러면 올 시즌 신인왕은 김택연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택연은 특급 선수 이전에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초년생이었다. 23일 NC와의 개막전부터 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1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2실점의 쓴맛을 봤고, 27일 수원 KT전에서도 1이닝 2볼넷 1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김택연의 3경기 성적은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71(2⅓이닝 2자책) 5볼넷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29일 잠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김택연은 지금 프로 무대, 경기장, 응원 분위기 조금씩 적응하는 단계다. 아무래도 관중이 많다보니 마음이 급해지면서 제구력이 조금 흔들리는 거 같다. 조금씩 경기를 하다보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진단했다.
두산은 계속해서 김택연에게 경험치를 주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김택연 기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플랜도 세웠다. 이 감독은 “지금은 때에 따라 연투도 가능하지만 30개 정도를 던지면 다음날 등판이 힘들다고 봐야 한다. 조금씩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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