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고향팀에서 FA 4수를 택한 서건창(35·KIA 타이거즈)이 첫 모의고사부터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대박을 예감케 했다.
서건창은 3월의 마지막 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3차전에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 3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3 승리에 기여했다.
KIA 이적 후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던 서건창. 이날은 첫 타석부터 정타에 성공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2회 1사 1루에서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양석환 정면으로 향하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가 올라간 것. 미처 귀루하지 못한 1루주자 김선빈마저 태그아웃을 당하는 불운이 따랐다.
서건창은 여전히 0-0으로 맞선 5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두산 곽빈을 만나 이적 첫 안타를 신고했다.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중간으로 안타를 날렸다. 이후 2루 도루로 득점권에 도달했고, 최원준의 1타점 선제 적시타 때 결승 득점을 올렸다.
3-0으로 앞선 7회에는 선두로 등장해 바뀐 투수 이병헌 상대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후속 한준수의 2루타 때 2루를 거쳐 3루를 밟은 그는 김도영의 밀어내기 사구로 다시 홈을 밟았다.
서건창의 활약은 계속됐다. 5-0으로 리드한 8회 무사 2루에서 1타점 2루타를 날려 격차를 벌렸고, 8-1로 앞선 9회 1사 1, 3루에서 1타점 쐐기 적시타까지 책임졌다. 서건창의 한 경기 3안타는 LG 트윈스 시절이었던 2022년 7월 23일 창원 NC전 이후 617일만이었다.
서건창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나가서 열심히 뛰는 것이다. 오랜만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 것 같다. 오늘 이 느낌 잊지 않고 시즌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다만 시즌 첫 안타 포함 3안타를 몰아쳤다고 31일 경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서건창은 “많은 경기 중 한 경기다. 물론 시즌 첫 안타가 좋은 타이밍에 나온 거 같아 기분 좋지만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이다. 이번 주 우리 선수들 잘했기 때문에 다음 주 정비해서 좋은 결과 있도록 해보겠다”라고 들뜬 마음을 이내 가라앉혔다.
서건창은 지난 1월 총액 1억2000만 원에 KIA와 계약하며 현역을 연장했다. 당시 KIA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 선수가 팀 내 젊고 유망한 내야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 김선빈 선수와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며, 고향팀에서 부활해주길 기대한다”라고 서건창을 데려온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일고를 나와 2008년 LG 트윈스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성한 서건창은 히어로즈로 이적해 전성기를 보냈다. 최고의 시즌은 2014시즌이었다. 당시 128경기 타율 3할7푼 201안타 7홈런 67타점 48도루 135득점의 커리어하이를 쓰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고,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경신했다. 1982년 KBO 개막 후 200안타 고지를 밟은 선수는 서건창이 유일하다.
히어로즈의 간판 2루수였던 서건창은 2021년 7월 정찬헌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 LG로 컴백했다. 서건창의 커리어는 이 때부터 급격히 하락세를 탔다. 예비 FA 시즌을 맞아 전 경기(144경기)를 소화했으나 LG 이적 후 68경기 타율 2할4푼7리 24타점의 부진을 겪었고, 시즌 종료 후 FA 재수를 택했다.
2022시즌도 서건창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77경기 타율 2할2푼4리 2홈런 18타점의 슬럼프에 빠졌다. 서건창은 이번에도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며 FA 삼수생이 됐다.
서건창은 2023시즌 ‘은사’ 염경엽 감독과 재회했다. 서건창이 2014년 정규시즌 MVP와 200안타를 동시에 해냈을 당시 사령탑이 바로 염 감독이었다. 서건창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염 감독은 제자의 부활을 확신했고, 서건창은 시범경기 타율 1위(3할6푼2리)에 올라 재기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서건창은 2023시즌 또한 44경기 타율 2할 12타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시즌 초반 김민성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2군에서 허리 부상을 당했고, 몸 상태를 회복하자 백업 신민재가 급성장하며 주전 탈환에 실패했다. 그렇게 LG의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된 서건창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하며 팀의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서건창은 2023시즌을 마치고 LG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뎁스가 두터운 LG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새로운 팀을 찾기로 결심했다. 자유의 몸이 된 서건창은 친정 키움과 고향팀 KIA의 영입 제의를 받았고, 고심 끝 KIA행을 결정했다.
서건창은 KIA로 이적해 1루수 변신을 시도 중이다. 그는 “내가 경기 중간 놓치는 부분도 있고 순간 ‘아차’ 싶을 때도 있는데 수비코치님이 적극적으로 1루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알려주신다. 지금은 서툴 수 있지만 시간 갈수록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야구는 매번 새롭다”라고 밝혔다.
항상 공을 던지는 위치에서 받는 위치가 된 서건창은 “다른 야수들이 많이 배려해준다 .정확히 던져준다. 던지는 입장이었을 때 잘 잡아주면 고마운 걸 알고 있다”라며 “나 또한 그런 마음을 갖고 하고 있다. 들이받아서라도 잡아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서건창은 이날 3루 관중석에서 울려펴진 낯익은 응원가를 들으며 3안타쇼를 펼쳤다. 과거 히어로즈 시절 201안타를 치며 MVP를 받았을 당시 응원가가 부활했다.
LG 시절 한동안 다른 응원가를 들은 서건창은 “되게 감격스러웠다. 너무 오랜만에 들었다. 너무 많은 팬들이 불러주셨다”라며 “그 동안은 응원가를 다 맡겼다. 나한테 물어볼 때도 알아서 해달라고 했는데 오늘 예전 느낌이 나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KIA는 이날 승리로 전날 0-8 완패를 설욕하며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시즌 5승 1패. 선두 한화 이글스와의 1경기 승차를 유지했다.
서건창은 “KIA 팬들로 꽉 찬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데 가을의 느낌이 나더라. 날씨도 비슷하고 관중도 많았다. 다른 말 필요 없이 올해 느낌이 좋다”라고 좋은 예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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