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7경기에서 6패를 당하며 시작하고 있다. 명장 김태형 감독과 함께하는 첫 번째 시즌. 모든 계산이 어긋나고 있다. ‘겁없는 루키’ 전미르(19)는 기대감을 점점 부풀게 하고 있지만 이 기대감이 드러날수록 계산 오류의 역설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7-8로 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NC와의 3연전에서 개막 4연패를 끊은 뒤 다시 2연패를 당했다. 시즌 성적은 1승6패가 됐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투타 엇박자의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선발 반즈가 3⅔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5볼넷 1사구 3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 강판 당하면서 초반 흐름을 내줬다.
이후 롯데 타선은 6회와 7회 대거 4점을 뽑아내면서 5-5 동점까지 이끌었지만 이후 필승조 구승민이 무너졌다. 구승민은 8회 2사 후 볼넷 3개를 연달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천재환에게 재역전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8회말 다시 2점을 따라 붙어서 동점에 성공했고 연장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그러나 연장 11회초 또 다른 필승조 최준용이 1사 후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고 김형준에게 결승타를 얻어 맞고 패했다.
패배의 악몽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와중에 잠깐 희망의 빛도 확인했다. 루키 전미르가 점점 연착륙 해나가고 있다는 것. 전미르는 0-5로 뒤진 5회초 마운드에 올라와 김형준 김주원 박민우 등 만만치 않은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사직구장의 분위기를 달궜고 기류를 바꿔놓았다. 전미르의 ‘KKK’ 이닝부터 롯데는 반전을 마련했다.
겁없는 루키라고 해서 빠른공으로 패기있게 밀어붙이지 않고 슬라이더, 그리고 주무기 너클커브를 바탕으로 타자와 노련하게, 그리고 씩씩하게 승부했다. 최고 148km의 패스트볼에 131km까지 찍은 고속 너클 커브로 탈삼진 퍼레이드를 벌였다. 3타자 모두 마지막 위닝샷은 너클 커브였다.
개막 7경기 중 4경기 등판해 3⅔이닝을 소화했고 피안타 1개, 볼넷 1개를 내줬다. 대신 8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면서 ‘탈삼진 머신’의 위용을 선보이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제로. 김태형 감독의 기대대로, 전미르는 프로 무대 데뷔 시즌 연착륙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퍼포먼스가 굉장히 좋다. 일단 삼진 잡는 능력이 있다. 제구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높게 들어오는 공과 떨어지는 공의 낙폭의 차이를 활용하는 게 위협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미르는 아직 추격조의 역할을 맡으면서 점수 차가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주로 오르고 있다. 롯데가 개막 이후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으니 앞서는 상황 자체가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전미르는 필승조가 아닌 상황에서 등판하면서 경험과 감각을 쌓아가고 있다.
겁없이 공을 던지며 프로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지만 위험도가 높은 긴박한 상황에서 등판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 접전 혹은 앞서는 상황에서 리드를 지키기 위한 상황에 등판하는 필승조 역할을 경험 있는 투수들에게 맡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역할을 롯데는 구승민 최준용 김상수 등이 해줘야 한다. 마무리 김원중은 지난달 23일 SSG와의 개막전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뒤 2경기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NC전에서 1⅓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31일 NC전에서도 7-7 상황에서 2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었다.그러나 김원중 앞을 책임져야 하는 구승민의 부진이 도드라진다. 구승민은 시즌 첫 등판이던 지난달 24일 SSG전에서 최정에게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는 등 ⅓이닝 만에 강판됐다. 26일 KIA전에서도 1-1 상황에서 맞이한 8회말, 피안타 2개로 1실점 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그리고 31일 경기에서도 2아웃을 잘 잡고 볼카운트 선점과 타자와의 승부에 실패하면서 2실점 했다. 3경기에서 한 번도 1이닝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최준용도 앞서 4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을 펼쳤지만 31일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 실점을 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중요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무너졌다.
김상수도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지만 전체적인 구위나 안정감은 지난해에 못미치는 상황. 필승조 투수들이 등판하는 상황이 많이 없었지만 이 가운데서도 안정감을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김태형 감독이 당초 구상했고 계산은 끝났다고 생각했던 필승조들이 무너지면 엇박자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롯데가 반등을 하고 치고 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전미르의 역할 변화에 대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가 타이트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면서 역할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롯데 입장에서는 전미르의 역할 변화를 최대한 늦추고 싶을 터. 결국 기존에 계산했던 것들이 모두 어긋나고 있다는 의미다. 좀 더 편하게 여유있게 성장을 시키고 경험을 쌓으려고 하는 과정들이 압축되어 벌어질 수 있다. 전미르가 압축 성장의 과정을 혼란기 없이 이겨내고 연착륙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성장의 시간들이 되돌려질 수도 있다. 크게 후퇴할 수도 있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전미르가 연착륙을 하고 희망이 더 커질수록 롯데에는 달갑지 않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안 풀리는 팀의 전형적인 장면이다. 롯데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면 전미르는 그 주역이 아닌 조력자로서 역할을 해주는 게 이상적이다. 계산에 포함됐던 필승조 투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롯데는 2일부터 현재 파죽의 7연승을 달리고 있는 한화와 맞붙는다. 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류현진이라는 만만치 않은 선발 로테이션을 만난다. 과연 롯데는 어떻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