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28. 갤러리카페를 '제3의 공간'으로
입력 : 2024.04.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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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페 창업이 늘어나면서 미술 작품과 커피 판매를 겸하는 '갤러리카페'도 많아지고 있다.

비단 그림 전시뿐 아니라 미니콘서트 등 다양한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보니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다. 갤러리카페는 갤러리와 카페를 공간적으로 명확하게 분리하기도 하고, 카페 곳곳에 작품을 전시해 인테리어 효과까지 겸하는 경우도 있다.

분리형은 스타벅스 과천DT 매장을 생각하면 되고, 융합형은 탐앤탐스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갤러리탐이 해당된다. 어느 경우든 미술 플랫폼의 확장이자 이른바 대안공간으로서 대중과 예술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로 주목된다.

물론 갤러리카페는 최근 등장한 유행은 아니다. 1720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부터 시작된 유럽의 카페는 카사노바, 피카소, 모네, 존 러스킨 등의 아지트로서 예술의 산실이었다. 샤르트르, 카뮈 등 당대 지성인이 만나는 장소였음은 물론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갤러리를 겸한 카페가 예술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임 장소로 각광받았다. 손탁의 정동구락부를 효시로 하는 국내의 카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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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 생겨나고 있는 갤러리카페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SNS의 활성화에 따른 이른바 아트슈머(Art+Consumer)의 등장도 갤러리카페의 유행에 한몫을 하고 있다. 문화적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커피도 마시고 그림도 감상하면서 SNS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갤러리카페는 '취향 저격'의 장소임이 분명하다.

물론 카페의 갤러리화가 카페 업주들의 마케팅 전략만은 아니다. 갤러리 입장에서도 갤러리카페는 수집가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아직도 갤러리를 일부 컬렉터들만의 다소 경직된 공간으로 여긴다. 하지만 갤러리카페는 카페라는 소프트한 공간과 만나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특별한 기호가 없는 사람들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미술 애호가의 입장에서도 시간 구애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장시간 서 있을 필요도 없으니 일반 미술관이나 갤러리보다 피로도 훨씬 적다. 갤러리카페는 이 밖에도 소비자나 예술가 모두에게 장점이 많은데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보자.

갤러리카페의 장점은 작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수수료를 완전히 포기하기도 한다. 갤러리카페가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미술품 판매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등속의 판매 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갤러리카페는 미술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공연, 강연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러한 유연함은 종종 공동체 모임 공간이자 지역사회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다음으로 갤러리카페는 지역성(지역적 특성)을 반영한다. 지역을 소재로 한 전시를 기획하는가 하면 지역의 신진 작가들을 비롯한 다양한 층위 예술가들의 전시 경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술문화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이러한 갤러리카페가 더욱 많아지고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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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갤러리카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다른 전문 전시공간과 비교해 볼 때 작품이 수준 이하라는 선입견이 있다. 카페라는 상업공간에서 전시를 하다 보니 대중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데다가 전문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 갤러리의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작가들 역시 전시 경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갤러리카페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걸 주저한다. 한편 예술에 기호가 별로 없는 일반 방문객의 입장에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해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실제로 지나다 들렸다가 그림이 걸려 있는 걸 보고 주저하다가 발길을 돌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니까 갤러리카페는 자칫 예술 공간도 일상 공간도 아닌 모호한 공간이 되기 쉽다.

스타벅스의 창립자 슐츠는 카페를 '제3의 공간'이라고 규정하고 자신의 성공 원인도 이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자랑한다. 원래 제3의 공간은 미국의 사회학자 올덴버그가 제시한 개념이다. 물론 우리의 김수근 건축가를 원조로 보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집이 제1의 공간, 직장이 제2의 공간이라면 '제3의 공간'은 집과 같이 편안함을 느끼며 비공식적 공공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목적 없는 사교의 장소이자 자아실현의 공간인 것이다. 대표적인 제3의 공간으로는 카페, 서점, 동네 펍, 미용실 등이 있다.

올덴버그에 따르면 '제3의 공간'은 접근성, 상호작용성, 유희성 그리고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고 보니 슐츠의 자랑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시나브로 여느 동네나 하나쯤 있게 된 스타벅스는 시간적으로나 위치상 방문하기 편리하고, 여유와 사색을 즐기며 비언어적·자기 커뮤니케이션과 이용자 간의 대화를 통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또 좀 과장해서 말하면 공부를 비롯해 다양한 행위를 위해 마련된 마법과 같은 공간의 느낌을 준다.

갤러리카페가 이러한 제3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갤러리카페에 갈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단상을 몇 가지 적어 보면 이렇다. 우선 전시공간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 있는 놀이의 공간이 되어야 하고, 미술과 친하지 않은 사람도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일반 이용객과 작가와의 접점을 만들어 상호작용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작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한편,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의 기획도 중요하다. 요컨대 작가와 일반방문객 간 니즈의 차이를 극복하고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갤러리카페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으로 보인다. 갤러리카페가 문화공간의 입지를 다져서 미술 저변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행정척척박사] 2-28. 갤러리카페를 '제3의 공간'으로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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