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늦은 감이 있죠. 많이 늦었죠."
70구만 넘어서면 제구가 몰리고 연타를 맞았다. 체력, 구위에 대한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고 3경기에서 2패만 떠안았기에 본인도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해냈다.
류현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94구를 던져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타선의 지원은 2점이었으나 그거면 충분했다. 류현진은 5회 2사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칠 만큼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를 했다. 우리가 아는 류현진의 모습 그대로였다. 7,8,9회는 철벽 불펜이 지켜냈고 타선도 한 점을 더 보태며 3-0 승리, 류현진이 국내 복귀 후 4번째 경기 만에 팀 내에서 마지막으로 선발승을 챙겼다. 2012년 9월 25일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로 98승을 따냈던 류현진은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무려 4216일 만에 1승을 추가했다.
앞선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 떠안았고 평균자책점(ERA)은 8.36으로 치솟았다. 지난 5일 고척 키움전에서 커리어 최다인 9자책점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이후 한화는 5연패에 빠졌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이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제구도 흔들렸다. 70구를 넘어서면 난타를 맞았다. 누구도 의심치 않았던 류현진이지만 우려는 커져갔다.
최원호 감독은 경기 전 최 감독은 "(본인이) 컨디션이 좋다고 하니까 믿어봐야 한다. 그런 선수들이야 몸에 문제만 없으면 된다"며 "타자를 상대하는 패턴은 조금 변화를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체력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투구수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70구에서 100구 사이 구간에 대한 적응은 류현진 뿐만이 아니고 선발 투수들이 아직까지는 적응하는 단계"라고 체력 문제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투구의 핵심은 체인지업에 있었다. 속구는 최고시속 148㎞를 찍었고 평균은 145㎞로 준수했다. 94구 중 3분의 1 가량인 32구만 뿌렸을 정도로 변화구 사용이 두드러졌던 경기였다. 체인지업(평균 132㎞)을 속구보다 하나 적인 31구, 커브(평균 113㎞)를 19구, 커터(평균 138㎞)를 12구 뿌렸다. 이날 잡은 탈삼진 9개 중 결정구는 5개가 체인지업이었다. 2개는 속구로 허를 찌른 루킹삼진이었고 커브가 하나였다.
지난 경기들에선 체인지업이 제구가 잘 되지 않았고 결정구가 되지 못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활용했다.
최원호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이 완벽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주면서 복귀 첫 승과 함께 팀의 연패를 끊어줬다. 정말 노련한 피칭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그동안 계속해서 한 이닝에 집중타를 맞았고 실점이 이어졌다. 매 경기 어려움이 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잘 넘긴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책임감이 컸던 경기였다. 특히나 팀의 연패가 시작된 지난 5일 키움전에선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됐고 커리어 최다인 9자책점을 내주기도 했다. 빠르게 멘탈을 가다듬었다. "당일에만 충격이 컸지만 다음 경기가 있고 초반이기에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나로 인해 연패가 시작돼 경기 전에 사우나에서 투수 코치님과 '나로 인해 잘못 시작된거니 제가 꼭 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한국에 와서 체인지업이 말썽이었는데 다르게 던졌다. (제구를) 잡은 것 같아 만족한다"고 전했다.
3경기 만에 해답을 찾아냈다. 류현진은 변화된 체인지업에 대해 "그립은 같은데 스로잉을 조금 빠르게 했고 스피드도 그전보다 많이 나왔다"며 "각도 직구랑 비슷하게 가면서 범타나 헛스윙 유도가 많이 나왔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이날 류현진은 94구를 던지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체력과 구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말끔히 털어낸 셈이다. 류현진은 "몸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제구의 문제였다"며 "구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투구수가 찬 이후에 맞았기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오늘은 그 이후에 안 맞았으니까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6회말 1사에서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의 포구 실책 하나가 찬물을 끼얹을 뻔 했다. 이후 포수 최재훈이 마운드에 방문해 류현진을 진정시켰지만 폭투까지 범했다. 류현진은 "그때 솔직히 조금 표정 관리가 안 된 것 같다. (상대가) 중심타선이라 집중했고 공교롭게도 마지막 타구가 그쪽으로 가서 페라자가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날 야수들은 초반부터 집중력을 발휘했다. 안치홍은 1회부터 몸을 날리며 파울 타구를 낚아채기도 했다. 류현진은 "초반에 그런 플레이가 나와서 선발 투수 입장에선 너무 편안했고 고마웠다. 빠르게 아웃카운트 늘릴 수 있었다"며 "야수들이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페라자를 빼고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3루 원정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은 6회를 마치고 내려오는 류현진을 향해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보냈다. 류현진은 "진작에 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때보다는 경기 후가 더 좋았다"며 "요즘 한화 팬들이 매 경기마다 홈 원정 없이 찾아와주셔서 응원해주셔서 선수들도 그만큼 집중해서 꼭 좋은 경기를 계속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무려 4216일 만에 통산 99번째 승리에 안착한 류현진에게 또 다른 임무 100승 달성이 남았다. 앞서 "빨리 해내고 싶다"고 밝혔던 류현진은 "매 경기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늘처럼 선발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나오면 100승도 따라올 것이다. 1회부터 내려오기 전까지 준비를 똑같이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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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11일 두산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70구만 넘어서면 제구가 몰리고 연타를 맞았다. 체력, 구위에 대한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고 3경기에서 2패만 떠안았기에 본인도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해냈다.
류현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94구를 던져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타선의 지원은 2점이었으나 그거면 충분했다. 류현진은 5회 2사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칠 만큼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를 했다. 우리가 아는 류현진의 모습 그대로였다. 7,8,9회는 철벽 불펜이 지켜냈고 타선도 한 점을 더 보태며 3-0 승리, 류현진이 국내 복귀 후 4번째 경기 만에 팀 내에서 마지막으로 선발승을 챙겼다. 2012년 9월 25일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로 98승을 따냈던 류현진은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무려 4216일 만에 1승을 추가했다.
앞선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 떠안았고 평균자책점(ERA)은 8.36으로 치솟았다. 지난 5일 고척 키움전에서 커리어 최다인 9자책점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이후 한화는 5연패에 빠졌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이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제구도 흔들렸다. 70구를 넘어서면 난타를 맞았다. 누구도 의심치 않았던 류현진이지만 우려는 커져갔다.
한화 류현진이 이날 경기에서 볼 판정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날 투구의 핵심은 체인지업에 있었다. 속구는 최고시속 148㎞를 찍었고 평균은 145㎞로 준수했다. 94구 중 3분의 1 가량인 32구만 뿌렸을 정도로 변화구 사용이 두드러졌던 경기였다. 체인지업(평균 132㎞)을 속구보다 하나 적인 31구, 커브(평균 113㎞)를 19구, 커터(평균 138㎞)를 12구 뿌렸다. 이날 잡은 탈삼진 9개 중 결정구는 5개가 체인지업이었다. 2개는 속구로 허를 찌른 루킹삼진이었고 커브가 하나였다.
지난 경기들에선 체인지업이 제구가 잘 되지 않았고 결정구가 되지 못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활용했다.
최원호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이 완벽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주면서 복귀 첫 승과 함께 팀의 연패를 끊어줬다. 정말 노련한 피칭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그동안 계속해서 한 이닝에 집중타를 맞았고 실점이 이어졌다. 매 경기 어려움이 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잘 넘긴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책임감이 컸던 경기였다. 특히나 팀의 연패가 시작된 지난 5일 키움전에선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됐고 커리어 최다인 9자책점을 내주기도 했다. 빠르게 멘탈을 가다듬었다. "당일에만 충격이 컸지만 다음 경기가 있고 초반이기에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나로 인해 연패가 시작돼 경기 전에 사우나에서 투수 코치님과 '나로 인해 잘못 시작된거니 제가 꼭 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한국에 와서 체인지업이 말썽이었는데 다르게 던졌다. (제구를) 잡은 것 같아 만족한다"고 전했다.
류현진이 두산전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날 류현진은 94구를 던지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체력과 구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말끔히 털어낸 셈이다. 류현진은 "몸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제구의 문제였다"며 "구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투구수가 찬 이후에 맞았기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오늘은 그 이후에 안 맞았으니까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6회말 1사에서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의 포구 실책 하나가 찬물을 끼얹을 뻔 했다. 이후 포수 최재훈이 마운드에 방문해 류현진을 진정시켰지만 폭투까지 범했다. 류현진은 "그때 솔직히 조금 표정 관리가 안 된 것 같다. (상대가) 중심타선이라 집중했고 공교롭게도 마지막 타구가 그쪽으로 가서 페라자가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날 야수들은 초반부터 집중력을 발휘했다. 안치홍은 1회부터 몸을 날리며 파울 타구를 낚아채기도 했다. 류현진은 "초반에 그런 플레이가 나와서 선발 투수 입장에선 너무 편안했고 고마웠다. 빠르게 아웃카운트 늘릴 수 있었다"며 "야수들이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페라자를 빼고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3루 원정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은 6회를 마치고 내려오는 류현진을 향해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보냈다. 류현진은 "진작에 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때보다는 경기 후가 더 좋았다"며 "요즘 한화 팬들이 매 경기마다 홈 원정 없이 찾아와주셔서 응원해주셔서 선수들도 그만큼 집중해서 꼭 좋은 경기를 계속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무려 4216일 만에 통산 99번째 승리에 안착한 류현진에게 또 다른 임무 100승 달성이 남았다. 앞서 "빨리 해내고 싶다"고 밝혔던 류현진은 "매 경기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늘처럼 선발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나오면 100승도 따라올 것이다. 1회부터 내려오기 전까지 준비를 똑같이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류현진(오른쪽)이 위기에서 벗어나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동료들이 반기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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