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경기가 끝났지만 잠실구장의 조명은 꺼지지 않았다. 시즌 초반 예상치 못한 슬럼프에 빠진 양석환(33·두산 베어스)이 이례적으로 나머지 특타를 자청했기 때문이다.
양석환은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3차전에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출발은 산뜻했다. 0-1로 뒤진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에이스 류현진 상대로 볼넷을 얻으며 출루에 성공했다. 1B-2S 불리한 카운트에서 침착하게 볼 3개를 골라냈다.
0-2로 끌려가던 5회에는 선두로 나서 3구 루킹 삼진에 그쳤다. 류현진의 초구 체인지업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직구에 헛스윙했고, 3번째 몸쪽 꽉 찬 직구에 서서 당했다.
세 번째 타석이 가장 아쉬웠다. 여전히 0-2로 뒤진 7회 무사 1루 상황이었다. 투수가 류현진에서 장시환으로 바뀌었고, 선두 강승호가 볼넷을 골라내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양석환이 장시환의 초구 슬라이더에 병살타로 물러나며 순식간에 불씨가 꺼졌다.
두산은 결국 한화에 0-3으로 패하며 3연승에 실패했고, 5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한 양석환의 시즌 타율은 1할7푼5리에서 1할6푼9리까지 하락했다.
경기를 마친 양석환은 퇴근하지 않고 모두가 떠난 잠실구장에 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 김한수 타격코치와 함께 나홀로 특타를 진행했다. 배팅 케이지가 설치된 가운데 배팅볼 투수가 던져주는 공을 무려 1시간 가까이 치면서 타격감 회복에 집중했고, 배팅을 마친 뒤 1루 더그아웃 앞쪽에서 이영수 타격코치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타격코치를 맡았던 고토 고지 작전코치도 양석환의 타격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양석환은 오프시즌 4+2년 78억 원 FA 계약에 이어 캡틴 중책을 맡았지만 개막 후 17경기 타율 1할6푼9리(59타수 10안타) 7타점 OPS .571 빈타에 시달리고 있다. 홈런은 3월 28일 수원 KT전에서 친 솔로홈런이 유일하며, 6일 사직 롯데전부터 5경기 연속 안타에 실패했다. 4월 월간 타율은 시즌 타율보다 낮은 1할5푼6리. 5번에서 자주 흐름이 끊겨 11일 처음으로 6번 강등됐지만 반전은 없었다. 양석환이 이날 이례적으로 특타를 자청한 이유다.
사령탑은 양석환의 부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양석환이 주장이기 때문에 타격 이외에도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선후배와 잘 어울려야 하고, 팀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라며 “본인도 성적이 나지 않는데 얼마나 힘들겠나. 타격은 사이클이 있는 법이다. 초반 좋지 않지만 조금씩 잡히면 분명히 제 페이스를 찾을 것으로 본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나머지 훈련을 자청한 선수는 양석환뿐만이 아니었다. 리그 최다 실책(8개)을 기록 중인 2루수 강승호도 텅 빈 그라운드에 등장해 조성환 수비코치와 함께 펑고 훈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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