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67. 글로벌 LCC 공통 국제선 흑역사⑦
입력 : 2024.04.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사진제공=PIXABAY

이명박정부 출범직후 국제선 면허기준이 절반으로 완화되면서 신생항공사는 국내선을 1년동안 1만 편 무사망사고로 운항하면 국제선 면허를 내주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이에 따라 2008년 7월 취항예정인 에어코리아(이후 '진에어'로 사명변경)는 국내선에서 1년, 1만 편 조건을 채우는 2009년 7월부터 국제선 취항이 가능해졌고, 그 새 아시아나항공 역시 K-LCC 시장에 들어와 에어부산도 조기에 국제선을 띄울 수 있게 되었다.

결국 2년 2만 편 이상이라는 기존 지침에 따라 국제선 취항에 나선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유일했다. 후발 LCC로 2~3년 늦게 진입한 대한항공 자회사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의 신생항공사들은 1년 1만 편씩 줄어드는 불공정 게임이 되었다.

그런데 국제선 취항 허가의 기준이 된 2년이냐 1년이냐의 문제는 규제를 넘어 신생항공사들에게는 생사가 갈리는 차원이었다. 그간 신생 K-LCC들이 회사 설립이후 1~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운항을 시작하면 다시 2년간의 국내선 취항실적을 쌓는 동안 눈덩이처럼 쌓이는 누적적자를 견뎌내야 하는 보릿고개 기간에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사진제공=제주항공

국내선에서 2년 이상 운항편수 2만 편의 운항이력을 채우는 동안 자본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신생항공사들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국내선 취항조차 중도하차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정기항공사였던 한성항공은 취항 2년을 넘기고도 운항횟수에서 2만 편을 넘기지 못해 국제선 취항기회를 얻지 못하고 자금난으로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항공 역시 2년여의 국내선 운항기간 동안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내며 근근이 버텼다. 당시 제주항공은 제1금융권의 대출 거부로 인해 저축은행 등에서 두 자릿수의 이자를 내며 운용자금을 빌려 써야 했고, 매달 돌아오는 대출 상환 압박에 부도를 걱정하곤 했다.

그런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설립한 K-LCC들은 국내선 취항 1년 만에 국제선에 진출하면서 이 같은 취항 초 어려움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흑자전환 시기가 제주항공에 비해 2~3년씩 빠르게 달성할 수 있었던 주요한 영향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K-LCC들의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다수의 K-LCC가 국내외에서 경쟁하게 되자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이 '독립형 LCC'라는 동질적 집단으로 뭉치고,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자회사형 LCC'로 구분돼 K-LCC업계 내에서 이질적인 두 집단으로 나뉘는 발단이 되었다.

정부의 이 같은 국제선 취항기준 완화가 한편으로는 K-LCC업계의 과열을 낳는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K-LCC 신규 출범을 선언한 항공사가 전국에서 들불처럼 타올라 무려 12개사에 달할 정도였다. 때문에 혹자들은 항공사가 고속버스 회사보다 많아질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제주항공은 2008년 7월11일 국제선에 취항하면서 K-LCC로는 처음으로 국제선시대를 열었다. 제주항공의 국제선 취항은 국내선 운항시작 2년 1개월 만이었으며, 국적항공사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세 번째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항공의 국제선 취항 당일, 국토해양부는 신규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허용기준을 '국내선 2년 이상 운항, 2만 편 이상 무사망사고'에서 '국내선 1년 이상 운항, 1만 편 이상 무사망사고'로 완화했다고 확정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의 '신규 항공사 국제선 취항기준(지침)'을 개정해 2008년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최근 LCC 설립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시장진입에 따른 제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고유가 등으로 장기간 국내선만 운행해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에서 신규 항공사에 지나친 부담이 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있어 기준을 완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신규 항공사들은 국제선에 취항할 수 있는 시기가 모두 1년씩 앞당겨지게 됐다. 당시 K-LCC업계에는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이 운항하고 있었으며, 2008년 7월 진에어와 영남에어가 취항 예정이었고, 코스타항공ㆍ에어부산ㆍ이스타항공이 2008년 연내 취항을 준비중이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K-LCC 개론] 67. 글로벌 LCC 공통 국제선 흑역사⑦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