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까지 2년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던졌던 우완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35)가 7년 만에 돌아온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최고 157km 강속구를 뿌리며 깜짝 호투했다.
수아레즈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⅔이닝 3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7회 2점을 내준 불펜이 승리 요건을 날렸지만 볼티모어는 세드릭 멀린스의 끝내기 투런 홈런으로 4-2 재역전승을 거뒀고, 수아레즈도 인상적인 투구로 빅리그 입지를 다졌다.
볼티모어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포수 데이비드 바누엘로스를 양도 지명(DFA) 처리하며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수아레즈를 콜업했다. 타일러 웰스가 팔꿈치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고, 그 자리에 수아레즈를 불렀다.
트리플A에서 3경기(1선발·15⅓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5.87로 기록이 좋지 않았지만 시범경기에서 선발 기회를 받으며 좋은 인상을 심어준 수아레즈는 7년 만에 빅리그에 복귀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2017년 9월2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2395일 만의 등판이었다.
1회 미네소타 1번 에두아르드 줄리엔을 95.7마일(154.0km)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시작한 수아레즈는 라이언 제퍼스를 2루 내야 뜬공, 바이런 벅스턴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공 9개로 첫 이닝을 가볍게 끝냈다.
2회 1사 후 호세 미란다에게 좌측 2루타를 맞아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트레버 라낙을 중견수 직선타, 오스틴 마틴을 유격수 땅볼 잡고 실점 없이 넘겼다. 3회 카일 파머와 줄리엔을 각각 커브와 포심 패스트볼로 연속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한 수아레즈는 4회에도 벅스턴을 97마일(156.1km)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기세를 올렸다.
알렉스 키릴로프에게 좌측 2루타를 맞았지만 미란다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위기를 넘긴 수아레즈는 5회에도 안타 1개를 내줬을 뿐 나머지 3타자를 범타 요리했다. 선발승 요건을 갖춘 순간.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수아레즈는 1사 후 제퍼스를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내보냈다. 폭투가 나오며 1사 2루가 됐지만 벅스턴을 투수 옆 땅볼 때 빠른 판단으로 3루로 승부,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2사 1루에서 다음 투수 대니 콜롬베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총 투구수 75개로 스트라이크 50개, 볼 25개. 최고 97.8마일(157.4km), 평균 95.9마일(154.3km) 포심 패스트볼(57개) 중심으로 커터(17개), 체인지업(7개), 커브(4개)를 구사했다. 포심 패스트볼로만 뺏어낸 헛스윙이 11개나 될 정도로 공에 힘이 넘쳤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수아레즈는 “처음 콜업을 받았을 때보다 더 즐거웠다. 빅리그에 다시 오게 돼 정말 놀랍고, 기분이 좋다. 이 자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열심히 하고, 무언가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 이뤄진다”며 “믿음을 갖고 열심히 노력했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도 ‘계속 열심히 하자’, ‘좋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수아레즈는 2016~201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40경기(12선발·115⅔이닝) 3승8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51 탈삼진 88개 기록했다. 2018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옮겼으나 콜업 없이 트리플A에만 보낸 뒤 2019~2021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거쳐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한국에서 보냈다.
2022년 삼성에서 30경기(173⅔이닝) 6승8패 평균자책점 2.49 탈삼진 159개로 활약했다.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해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투구 내용이 좋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19경기(108이닝) 4승7패 평균자책점 3.92 탈삼진 88개로 다소 기복이 있긴 했지만 안정을 찾아가던 중 부상으로 방출됐다. 8월6일 대구 LG전에서 1회 1루 베이스 커버를 하다 왼쪽 종아리 비복근 손상으로 교체된 뒤 4주 재활 진단을 받으면서 한국을 떠났다.
재활을 거쳐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서 건재를 알린 수아레즈는 KBO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빅리그 복귀를 위해 다시 도전에 나섰고, 7년 만에 잡은 기회를 제대로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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