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욕 먹기 싫다'' 61세 전창진의 다짐, '슈퍼팀' KCC를 진짜 슈퍼팀 만들었다
입력 : 2024.04.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KCC 전창진 감독.
KCC 전창진 감독.
KBL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인 전창진(61) 부산 KCC 이지스 감독이 통산 6번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모은 능력이 돋보였다. 그야말로 슈퍼팀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KCC는 21일 오후 6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1위 원주 DB 프로미와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80-6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CC는 전신을 포함해 역대 11번째이자 지난 2020~21시즌 이후 3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또한 1997년 KBL 출범 이후 역대 최초로 정규리그 5위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1위를 꺾고 챔프전에 오른 사례가 됐다. 앞서 1위와 5위의 12번의 대결은 모두 정규리그 우승팀의 우위로 끝났다.

KCC는 멤버만 보면 우승 도전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팀이다. KCC는 최근 수년간 허웅과 이승현, 라건아, 송교창 등 탄탄한 전력을 갖췄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MVP 출신' 최준용과 가드 이호현을 영입했다. 이에 전 감독은 "우승하지 못하면 그만두는 게 우승공약이다"며 화끈한 약속을 던질 정도였다.

그러나 시즌에 돌입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며 스텝이 꼬였다. 시즌 출발도 하기 전에 최준용이 KBL 컵대회에서 부상을 당하며 첫 5경기를 결장했다. 상무에서 전역한 송교창도 늦은 복귀에 이어 시즌 막판에도 종아리와 발가락 부상 등으로 이탈했다. 이호현이나 정창영 등 가드진이 빠졌을 때는 최준용이 볼핸들러 역할을 했다.

KCC 전창진 감독(맨 오른쪽).
KCC 전창진 감독(맨 오른쪽).
이에 '슈퍼팀'이라 불린 KCC는 초반 4연패에 빠지는 등 좀처럼 높은 곳으로 치고나가지 못했다. 수비에서는 조직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에게 득점을 헌납했고, 나오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턴오버들이 나오면서 흐름을 내주는 일이 잦았다. 부상자가 쏟아지면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 감독도 시즌 중 "순간적인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고, 턴오버나 쉬운 득점을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KCC는 단단함을 찾았다. 특히 이승현과 라건아 등 지난 시즌 멤버들이 살아난 것이 컸다. 막판까지 4위 경쟁을 했지만, KCC는 결국 정규시즌 30승 24패(승률 0.556)로 5위를 기록했다.

KCC는 플레이오프 들어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서울 SK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매 경기 20점 차 전후의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며 상대를 압도했다. 당시 전 감독은 자신감에 가득 찬 상태였다. 그는 "이틀 연습하는데 상당히 분위기가 좋았다. '6강은 잘 되겠구나' 예상했는데 역시 잘 되더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4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정규리그 우승팀 DB였다. DB는 올 시즌 41승 13패(승률 0.759)의 기록으로 시즌 내내 선두를 질주했다. KCC는 시즌 중에도 DB에 1승 5패로 상대전적이 밀렸다. 하지만 원주에서 열린 1차전에서 95-83으로 승리하며 분위기가 올랐다. 2차전을 71-80으로 졌지만, 홈으로 돌아와 3차전을 102-90으로 이기면서 챔프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KCC 전창진 감독.
KCC 전창진 감독.
그런데 3차전에서 판정 논란이 일어났고, DB가 4차전 경기 전날 심판설명회를 요구하는 일이 일어났다. 4차전을 앞두고 전 감독은 "하도 시끄러워서 마음이 무겁다. 약이 더 올라서 이기고 싶다"며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그는 "10경기(시즌 6경기+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서로 노출된 장단점을 잘 안다. 누가 더 정신적으로 무장 잘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과는 KCC의 완승이었다. 수비에서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44-42로 우위을 점했고, 특히 후반에는 26-12로 강세를 보였다. 라건아가 리바운드 17개, 블록슛 6개로 골밑에서 힘을 과시하자 송교창이나 허웅, 최준용 등도 힘을 받았다. KCC가 자랑하던 슈퍼팀의 퍼즐이 드디어 맞춰진 것이다.

경기 후 전 감독은 "홈에서 4강 플옵 마치게 돼 기쁘다. 선수들 정신적으로 잘 무장돼 4차전에서 끝내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이어 "미디어데이 때 말씀드렸지만 우승 안하면 욕먹게 돼있다. 그동안 욕 많이 먹어서 우승하고 욕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전 감독은 2~3라운드 때를 고비로 언급했다. 그는 "경기에서 지면 '슈퍼팀 무너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구성원이 다같이 코트에서 선 일이 별로 없는데 항상 수식어는 따라다닌다"고 했다. 이어 "팬들은 기대가 큰데, 그것에 대해 만족을 못한다. 욕하는 팬도 있는데, 나이가 60인데 기분 좋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KCC 전창진 감독(왼쪽)이 최준용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KCC 전창진 감독(왼쪽)이 최준용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전 감독은 "고비를 잘 넘었다. 선수들도 저도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분명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말도 잘 들어줬다. 그런 상황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양보하고 이타적으로 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로테이션도 좋고, 나가는 선수들끼리 자기 역할을 할 자세가 됐다"며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이제 KCC는 수원 KT와 창원 LG의 4강 플레이오프 승자와 오는 27일부터 7전 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전 감독은 "두 팀은 장단점이 나온 팀이다. 6번씩 다 경기 해본 팀이다"며 "어느 팀이나 자신 있다"고 밝혔다.


◆ 전창진 감독 역대 챔피언결정전 전적


▶ 원주 동부(현 DB) 감독 시절
- 2002~2003시즌: 4승 2패 우승(vs 대구 동양)
- 2003~2004시즌: 3승 4패 준우승(vs 전주 KCC)
- 2004~2005시즌: 4승 2패 우승(vs 전주 KCC)
- 2007~2008시즌: 4승 1패 우승(vs 서울 삼성)

▶ 전주→부산 KCC 감독 시절
- 2020~2021시즌: 0승 4패 준우승(vs 안양 KGC)
- 2023~2024시즌: ??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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