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키즈'가 어느새... 새싹야구장 출신 4번타자, 명문 덕수고 전국대회 2연패 견인
입력 : 2024.04.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덕수고 오시후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덕수고 오시후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프로에 가면 우리나라 좌타자 중에서도 손꼽히는 타자가 될 겁니다."

덕수고를 14차례 전국대회 정상으로 올려놓은 명장의 자신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2학년 4번 타자 오시후(17)가 강렬한 홈런 한 방으로 덕수고의 이마트배 2연패를 견인했다.

정윤진 감독이 이끄는 덕수고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신세계 이마트가 공동 주최한 '2024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전주고에 8-5로 승리,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덕수고가 결승에서 마주한 전주고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의 팀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많은 전력 향상을 해냈고 이마트배에서도 우승 후보 경기상고, 부산고를 차례로 꺾으며 자신들이 왜 다크호스라 불리는지 실력으로 입증했다. 그 중심에는 최고 시속 156㎞(비공식)의 빠른 공을 던져 2025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 후보로 떠오른 전학생 정우주(18)가 있었다. 전주고는 또 다른 에이스 이호민의 호투로 정우주를 결승전에서 쓸 수 있었다.

반면 덕수고는 정현우, 김태형, 임지성 1~3선발을 결승전에서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타선이 준결승 무렵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정우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5회까지 경기는 박빙으로 흘러갔다.

이때 경기 흐름을 덕수고로 가져온 것이 오시후의 한 방이었다. 오시후는 덕수고가 3-5로 뒤진 5회 초 1사 2루에서 정우주의 시속 144㎞ 몸쪽 직구를 그대로 우측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어떻게든 버텨내던 정우주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홈런으로 투구 수가 늘어나 버린 정우주는 6회에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내려오고 말았다.

덕수고 오시후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5회초 1사 2루서 정우주의 직구를 통타해 동점 투런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덕수고 오시후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5회초 1사 2루서 정우주의 직구를 통타해 동점 투런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정우주가 내려간 뒤에도 오시후의 방망이는 쉼 없이 돌아갔다. 5-5로 팽팽히 맞선 7회 초 무사 2루에서는 박시현의 시속 127㎞ 느린 공을 가볍게 밀어 좌측 담장 끝까지 보냈다. 타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본능적으로 갖다 댄 안타였음에도 6-5 역전을 만드는 결승 2루타가 됐다. 오시후는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두 번의 안타 모두 결정적인 순간 때려내며 4번 타자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우승 직후 오시후는 "정우주 형을 상대로 한 번쯤 장타를 쳐보고 싶었는데 (홈런을 쳐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처음 맞았을 때는 손에 아직 타격감이 남아 있어서 잘 모르겠다 싶었는데 타구 보니까 넘어가 있었다"고 홈런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2루타 때도 심판님에게 타임을 요청했는데 그대로 진행됐다. 때마침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와서 그냥 친 것이 안타가 됐다"며 "우승해서 정말 기쁘고 선배님과 후배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SSG랜더스필드는 오시후가 야구를 처음 시작한 곳이었다.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는 2010년 홈구장 옆에 새싹 야구장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유소년 야구클럽을 만들어 운영했고 오시후는 그곳에서 김광현(36·SSG)을 보며 야구를 시작했다. 그는 "경기도 부천 출신인데 야구는 7살 때 문학 야구장 앞 새싹 야구장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김광현 선수를 보면서 야구의 꿈을 키웠는데 하다 보니 타자가 재미있어서 타자로 전향했다"며 "타자로서는 한화의 노시환 선수를 좋아한다. 자신 있게 자기 스윙을 돌리는 점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덕수고 오시후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5회초 1사 2루서 정우주의 직구를 통타해 동점 투런포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덕수고 오시후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5회초 1사 2루서 정우주의 직구를 통타해 동점 투런포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올해 덕수고는 정윤진 감독이 2007년 사령탑으로 오른 이후 역대 최강 멤버로 뽑힌다. 정 감독 본인이 우승 후 "2013년에도 좋은 멤버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보다 더 강한 것 같다"며 자신했다. 이 평가는 절대 예사롭지 않다. 정 감독이 말한 2013년 멤버는 한주성(2014년 두산 1차 지명), 임병욱(2014년 넥센 1차 지명), 안규현(2014년 삼성 2차 1R 9번), 임지열(2014년 넥센 2차 2R 22번), 전용훈(2014년 두산 2차 2R 19번), 나세원(2014년 2차 8R 78번) 등 프로 지명 선수만 6명이 포함된 초호화 멤버였다. 2013년 덕수고는 청룡기, 황금사자기, 협회장기(현 이마트배) 3관왕을 달성했는데 이때의 멤버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은 것.

오시후는 2학년인데도 그 최강 멤버의 4번 타자였다.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했고 이날 경기까지 고교 통산 29경기 타율 0.397(68타수 27안타) 2홈런 24타점 17득점, 출루율 0.494 장타율 0.662 OPS 1.156을 기록 중이다. 정 감독은 "오시후는 이미 스카우트들이 내년 시즌 고교 좌타자 넘버 1, 2로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맞히는 능력이 좋고 장타도 칠 수 있다. 성실하기 때문에 프로에 진출하면 우리나라 좌타자 중에서도 손꼽히는 타자가 될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새싹 야구장 출신 '김광현 키즈'는 현재 자기 모습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보완하고 싶은 점을 묻자 장타자임에도 주력을 더 키우고 싶어 했다. 오시후는 "첫 번째 목표는 청소년 대표팀에 뽑히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에는 프로 구단 어디든 불러주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게 목표다. 팬들에게도 항상 열심히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덕수고 오시후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5회초 1사 2루서 정우주의 직구를 통타해 동점 투런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덕수고 오시후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5회초 1사 2루서 정우주의 직구를 통타해 동점 투런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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