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마약류 상습 복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39)이 현역 후배 선수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역 시절 탁월한 카리스마와 함께 ‘우승 캡틴’으로 불렸던 그였기에 이번 사태의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오재원의 전 소속팀이었던 두산 베어스 구단은 소속 선수 8명이 과거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해 건넨 사실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지난 22일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오재원 사태가 터진 뒤 구단 자체적으로 1, 2군을 통틀어 대리 처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파악한 내용을 절차에 따라 4월 초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 구단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마친 상태다”라고 밝혔다.
오재원은 현역으로 뛰던 2021년부터 후배들에게 대리 처방을 강요했다. 자진 신고한 8명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오재원이 주로 2군급 선수들만 골라 심부름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에 따르면 수년간 후배들에게 대리처방을 강요하며 폭행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자진 신고한 A선수는 “되게 무서운 선배였어요. 팀에서 입지가 높은 선배님이시고 코치님들도 함부로 못 하는 선수여서 괜히 밉보였다가 제 선수 생활에 타격이 올까 봐…”라고 밝혔다.
KBO는 향후 경찰의 수사를 지켜본 뒤 징계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이 확인되면 곧바로 엔트리에서 해당 선수들을 제외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연실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오재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위반(보복협박 등), 주민등록법·건강보험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망치로 지인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협박하거나 멱살을 잡는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 오재원과 함께 있던 한 여성의 신고로 오재원을 마약 투약 혐의로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당시 오재원은 신고한 여성과 함께 마약 간이 시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귀가했지만 경찰의 추가 단서가 확인되며 19일 체포됐다.서울중앙지법 김미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대리처방 혐의를 받는 오재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미경 부장판사는 “도망할 우려가 있다”라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오재원은 21일 오후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포승줄에 묶인 채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역 시절 그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했고, 감정 표현도 거침없었지만 이날은 ‘마약 투약을 언제부터 했나’, ‘선수 시절에도 했나’, ‘증거를 숨기기 위해 탈색하고 제모한 게 맞나’,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은 사실이 있나’ 등을 묻는 취재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1985년생인 오재원은 야탑고-경희대를 나와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9라운드 72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지명 순위는 낮았지만 특유의 야구 센스와 악바리 근성을 앞세워 점차 존재감을 드러냈고,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과 함께 팀 내 리더를 맡아 왕조 구축을 이끌었다.
오재원은 두산의 세 차례 우승(2015~2016, 2019)에 기여했는데 그 중 2015년과 2019년 우승 당시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캡틴’의 리더십을 뽐낸 선수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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