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욕도 아깝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일부 선수들이 오재원의 폭행과 겁박에 못 이겨 수면제를 대리 처방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 22일 “오재원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때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KBO에 신고를 했다. 선수들은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서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려는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연실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오재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위반(보복협박 등), 주민등록법·건강보험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망치로 지인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협박하거나 멱살을 잡는 혐의도 적용됐다.

두산 주장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오재원은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요구했다. 후배들은 오재원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오재원의 폭행과 겁박에 못 이겨 범법 행위라는 걸 알고도 선배 같지도 않은 선배의 지시를 따르게 됐다. 일부 선수들은 팀내 입지가 넓은 오재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선수 생활에 영향을 미칠까 봐 수면제 대리 처방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해당 선수들에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다만 경찰 등 수사당국에서 공식적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를 시작한다면 그때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경기에 출장시키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KBO 관계자 또한 “현재 조사중인 사안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다. 만약 수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면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오재원의 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수면제 대리 처방을 해준 선수들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선배 같지도 않은 선배 한 명 잘못 만나 이 무슨 날벼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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