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대리처방' 김현수도 화났다... 선수협 ''반인륜적 행위, 선배들이 변해야 한다''
입력 : 2024.05.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오재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3월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재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3월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불거진 오재원(39·은퇴)의 대리 처방 및 후배 협박 논란에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단호한 입장을 내세웠다. 한때 두산 베어스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함께했던 선수협 회장 김현수(36·LG 트윈스)도 오재원의 행동을 "반인륜적 행위"라고 칭하며 단단히 화가 났다.

김현수 회장은 24일 선수협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수면제 대리처방 사건은 선배라는 위치를 이용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오도록 후배에게 강요하며,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등의 보복행위를 벌인 반인륜적이며 불법을 하게 한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오재원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지인 9명으로부터 89차례에 걸쳐 졸피뎀계열약인 수면제 스틸녹스정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산 혐의를 받았다. 10여 차례 넘게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적발돼 검찰에 구속 기소된 상황. 이 과정에서 두산 시절 동료들을 이용했던 드러났다. 지난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두산 구단에서 자체 조사 후 수면제 대리 처방 선수 8명을 KBO에 자진 신고했다"고 이 사실을 확인해 줬다.

또한 한 매체에 따르면 오재원은 후배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하며 수면제를 대치 처방받은 사실이 알려져 더욱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해당 문자 등) 내용을 다 확인해 볼 수는 없었지만 보도된 것처럼 공통으로 위계질서를 이용한 부분이 당연히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 김현수 회장. /사진=뉴스1
프로야구선수협회 김현수 회장. /사진=뉴스1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선배의 강압에 의해 후배들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러한 문화가 없어지도록 더 많이 변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선후배 간의 관계와 팀의 분위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질서가 필요할 때도 있다. 내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이번에 일어난 사건과 같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는 해서도, 받아줘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선배들이 먼저 솔선수범해 달라지길 바랐다. 김 회장은 "선배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한 요구를 받았다면 명백하게 선배의 잘못"이라며 "우선 선배들이 변해야 하고,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근절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랐다. 선수협회는 지난 2022년부터 선수 정보시스템을 통해 신고한 선수 본인과 협회의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선수 고충 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김 회장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거절하기 힘들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으면 한다. 선수협회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다. 협회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수협에서는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이사회와 퓨처스리그 순회 미팅을 통해 선후배 사이에 앞으로는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속해서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선수 본인과 가족 그리고 야구팬들을 위해 자신도 나쁜 유혹에 빠지지 않길 바랐다. 김 회장은 "유혹에 노출됐다면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다. 한순간에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자신의 꿈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일탈이 혼자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유혹을 뿌리치기를 바란다. 혼자서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재원이 지난 3월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재원이 지난 3월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음은 프로야구선수협회가 공개한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프로야구 선수 여러분, 선수협회 회장 김현수입니다.

저는 오늘 최근 스포츠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어떠한 자세로 선수 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수면제 대리처방 사건은 선배라는 위치를 이용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오도록 후배에게 강요하며,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육체적, 정신적 손해를 입히는 등의 보복행위를 벌인 반인륜적이며 불법을 하게 한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동안 저희 선수협에서는 음주운전, 불법도박, 폭행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선수들이 모두 사죄하고 책임을 함께 진다는 뜻으로 협회장의 이름으로 대국민 사죄를 해왔습니다. 선수 한 명의 일탈이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고, 프로야구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충분히 봐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저는 두 가지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여러 가지 형태의 불법적인 행위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프로선수인 우리에게는 이러한 것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유혹에 노출되었다면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습니다. 한순간에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자신의 꿈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일탈이 혼자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유혹을 뿌리치기를 바랍니다. 혼자서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십시오. 선수협회가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선배의 강압에 의해 후배들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많이 변화하고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위계질서라는 말 아래 선배가 후배를 존중하지 않고 선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우리는 그러한 문화가 없어지도록 더 많이 변해야 하고 노력 해야 합니다. 선후배 간의 관계와 팀의 분위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질서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이번에 일어난 사건과 같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는 해서도, 받아줘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선배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요구를 받았다면 명백하게 선배의 잘못입니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거절하기 힘들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선수협회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협회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수협회는 지난 2022년부터 선수 정보시스템을 통해 선수 고충 처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고한 선수 본인과 협회의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볼 수 없는 비공개 프로그램입니다. 협회는 또한 고문변호사님을 통해 법적으로도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선배의 언어적, 정신적 폭행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까지 저의 선수협회장 임기 동안, 위계가 확실한 선수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피해를 받는 선수가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시스템을 활성화하겠습니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선배들이 변해야 하고,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근절할 수 있습니다. 선수협에서는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이사회와 퓨처스리그 순회 미팅을 통해 선후배 사이에 앞으로는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속해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KBO리그는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팬분의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우리들은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을 드리기 위해, 더욱 열심히 리그에 임하고 있습니다.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가족을 보호하고 우리의 그라운드를 지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고 함께 발전합시다. 리그가 시작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습니다. 부상 없이 자신이 생각한 시즌 계획대로
흘러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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