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변한 거라곤 얼굴밖에…홈런 4개 다 기억난다'' 12년 만에 만난 천적, KBO 홈런왕의 품격
입력 : 2024.05.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선발 류현진이 6회초 등판을 준비하며 몸을 풀고 있다. 2024.04.30 / dreamer@osen.co.kr[OSEN=대전, 최규한 기자] 1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 SSG 최정이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고 있다. 2024.04.30 / dreamer@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변한 건…얼굴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프로야구 역대 통산 최다 홈런(469개) 기록 보유자 최정(37·SSG 랜더스)은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인정한 최고의 천적이었다. 기록이 말해준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2006~2012년 7년간 총 65차례 맞붙어 타율 3할6푼2리(58타수 21안타)로 최정이 강세를 보였다. 

홈런 4개, 2루타 5개로 장타가 많았다. 삼진 14개를 당했지만 고의4구 3개 포함 볼넷 5개가 있었고, 몸에 맞는 볼과 희생플라이도 각각 1개씩 있었다. 2012년 연말 MBC 예능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류현진은 가장 만나기 싫은 타자로 최정을 꼽으면서 “내가 어떤 공을 던지든 다 친다. 내 표정만 봐도 뭐를 던질지 알겠다고 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활약한 류현진이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돌아왔고, 이날 최정을 다시 만났다. 그 사이 최정은 3번의 시즌 홈런왕을 차지하더니 지난달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통산 468호 홈런으로 이승엽(467개)을 제치고 KBO리그 통산 홈런 1위로 올라섰다. 그 이후 1개의 홈런을 더해 통산 469홈런을 기록 중이다. 

30일 대전 SSG-한화전은 류현진의 100승 도전과 함께 ‘천적’ 최정과 만남이란 큰 줄기의 스토리라인이 있었다. 경기 전 취재진에 둘러싸인 최정은 류현진 관련 질문에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웃음을 터뜨리더니 “1안타를 목표로 오늘 경기에 임할 것이다. 영상으로 봤을 때 현진이 컨트롤이 너무 좋더라. 치기 어려울 것 같은데 1안타를 목표로 하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12년 전 상대한 류현진과 최근 영상으로 본 류현진의 차이에 대해 “변한 건…얼굴밖에 없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 예전이랑 얼굴이 바뀌었다”며 웃은 뒤 “너무 잘 던지는데 (상대 타자들이) 왜 그렇게 잘 치는지 몰겠다. 영상으로 봤을 때는 정말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전까지 류현진은 6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5.91로 고전했다. 9실점, 7실점(5자책) 두 번의 대량 실점이 컸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선발 류현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4.04.30 / dreamer@osen.co.kr[OSEN=인천, 최규한 기자] 7회말 1사 1, 2루 상황 SSG 최정이 추격의 좌월 스리런포를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4.03.28 / dreamer@osen.co.kr

KBO 통산 홈런왕으로 류현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천적이지만 최정은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옛날에 맞대결을 할 때도 못 쳐도 본전이란 생각으로 했다. 오늘도 똑같은 마음이다”며 “큰 무대에서 하고 왔으니 이제는 레벨이 더 올랐다. (100승을 앞두고 2경기에서 승리를 놓쳤지만) 별로 신경 안 쓸 것 같다. 나보다 더 멘탈이 좋은 선수이고, 시즌 끝나면 어차피 좋은 성적으로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2006년 6월8일 대전 경기(5회 좌월 솔로포), 2011년 4월14일 문학 경기(4회 좌월 스리런포), 2011년 5월26일 대전 경기(2회 좌월 투런포), 2011년 6월28일 문학 경기(4회 좌월 솔로포) 등 류현진에게 터뜨렸던 4개의 홈런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것도 그에 대한 존중이 있어 가능했다. 

“홈런 4개 다 기억에 남는다. 최고 투수의 볼을 홈런 친 것은 잊을 수 없다. 안타 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현진이가 커브를 던졌는데 맞고 웃었던 것도 기억난다. 한 번은 몸쪽으로 깊게 볼성으로 던진 게 홈런이 돼 마운드에서 현진이가 화냈던 적도 있었다”는 것이 최정의 회상이다. 

[OSEN=박준형 기자] 한화 류현진이 SK 최정에게 홈런을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1.04.14 /soul1014@osen.co.kr[OSEN=최규한 기자] SSG 최정. 2024.03.28 / dreamer@osen.co.kr

12년 만에 이뤄진 두 선수의 이날 맞대결은 2타수 무안타 1볼넷, 류현진의 승리로 끝났다. 1회 첫 타석에서 최정이 볼넷을 골라냈지만 3회 유격수 땅볼, 5회 3루 땅볼로 물러났다. 2번의 땅볼 아웃 모두 류현진의 바깥쪽 체인지업에 최정이 타이밍을 빼앗겼다. 천적 최정을 넘은 류현진은 6이닝 7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한화의 8-2 승리를 이끌며 시즌 2승째이자 KBO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결과는 류현진의 승리였지만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1회에는 초구에 몸쪽 높은 커터로 헛스윙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4개의 공에 최정의 배트가 나가지 않으면서 볼넷이 됐다. 5회에는 볼카운트 1-2에서 4~5구 연속 파울로 커트하는 등 7구까지 가는 승부로 류현진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최정과 승부에 대해 “조금 의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첫 타석에는 미국 가기 전에 안 던졌던 커터를 많이 던졌다. 그런데 초구 이후에는 잘 참더라”며 웃은 뒤 “이제 다음에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최정과의 다음 승부를 기약했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선발 류현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4.04.30 / dreamer@osen.co.kr[OSEN=이석우 기자] SSG 최정. 2024.04.25 / foto0307@osen.co.kr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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