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스스로 많이 위축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꾸준한 신뢰가 있었음에도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선발 투수로서 최소한의 덕목인 5회를 채우는 것도 버거웠다.
어쩌면 마지막이었을지 모를 기회를 완벽히 살렸다. 이호성(20)이 깔끔한 투구로 박진만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이호성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89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했다.
올 시즌 앞선 4차례 등판에서 4회까지 책임진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이날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며 사령탑의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1라운드 신인 이호성은 첫 시즌 대부분 퓨처스(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10월 콜업돼 두 차례 선발 기회를 얻고 승리까지 따냈지만 올 시즌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했다. 앞선 4번의 등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이날 올 시즌 신인 육선엽(19)을 콜업했다. 경기를 앞두고 박 감독은 "오늘 이호성 선수가 던지지만 5선발이 지금 키(KEY)인 것 같다"며 "어제 (이승현) 같이 5이닝을 던져주면 제일 좋다. 타이트하게 상대팀과 5회까지 갈 수 있게끔 던져주면 5선발로서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목표는 아니었지만 이호성이기에 쉽지 않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 3⅔이닝이 가장 오래 버틴 결과였기 때문이다.
1회 1사에서 연속 안타를 맞은 이호성은 4번 타자 김재환에게 결정구 체인지업을 던져 루킹삼진을 잡아냈다. 양석환은 포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2회 선두타자 강승호에게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졌고 결국 불리한 카운트에서 솔로 홈런을 맞았다. 이후 헨리 라모스에겐 볼넷을 내줬고 상대 희생번트로 다시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다.
행운이 따랐다. 2루 주자 라모스가 좌익수 뜬공 때 2루로 귀루하지 못해 더블 아웃, 위기를 넘겼다.
3회 이후가 분수령이었다.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회 0.214, 2회 0,200이었던 피안타율은 3회 0.421로 치솟았다. 4회엔 0.600. 타순이 한 바퀴를 돌고 났기 때문인지 급격히 힘이 빠진 탓인지 이호성은 3회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안타 하나를 맞고도 깔끔히 3회를 넘겼고 4회마저도 삼자범퇴로 마쳤다. 5회 내야안타를 하나 맞고 희생번트에 이어 포일까지 나왔지만 침착하게 희생플라이와 한 점을 바꿨고 사령탑이 원했던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다.
타선이 6회 폭발하며 4점을 보탰고 승리 투수 요건을 안고 다시 6회 등판했다. 양의지와 김재환을 차례로 돌려세운 이호성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우완 이승현에게 공을 넘겼다. 팀이 9-2로 크게 이기며 이호성은 2패 후 시즌 첫 승, 통산 2승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ERA) 또한 5.11에서 4.00으로 크게 낮췄다.
최고 시속은 145㎞, 평균은 142㎞의 포심 패스트볼을 40구 뿌렸고 슬라이더(평균 131㎞)를 23구, 체인지업(평균 128㎞)과 커브(평균 117㎞)를 각각 14구와 12구씩 던졌다. 한 차례 위기를 넘긴 이호성은 다양한 구종을 통해 두산 타자들을 침착히 잠재웠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이호성 선수가 선발로서 제몫을 다해주며 첫 승을 올린 것을 축하한다"며 "씩씩하게 자기 볼을 던진 당당함에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도 가져본다"고 말했다.
이호성은 "작년에는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해서 이렇게 귀한 줄 몰랐는데 계속 부진하고 있고 심적으로도 힘들고 위축되다 보니까 첫 승을 하고 홀가분해지더라"며 "앞으로 이런 기분, 이런 승리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선 부진이 스스로도 뼈아팠다. "계속 부진하고 있었고 선발 투수로서 책임져야 할 이닝을 못 챙겨줘서 스스로 많이 위축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었다"면서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괜찮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3회 이후 급격히 안정감을 찾은 이호성은 "제구가 안 되니까 제구를 잡아야겠다고 단순하게 생각을 비우고 나섰다"며 "매 경기 유리한 카운트에서 빠르게 승부를 보려고 공이 뜻대로 잘 안 가다 보니까 더 존을 좁히고 가운데 보고 과감하게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퓨처스에서 보낸 시간이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 이호성은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차근차근 경험을 쌓는 것에 있어서 좋은 발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프로에 첫 입단했을 때 이때쯤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있었는데 운동하는 스케줄도 많이 바뀌었고 잘 안 다치는 몸으로 만들려고 운동을 한 게 작년이랑 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1년 후배인 육선엽과도 경쟁보다는 상생의 자세로 잘 지내고 있다. "프로가 경쟁을 해야 하는 건 맞고 처음엔 그걸 크게 생각했는데 내가 성장하면 경쟁에서도 자연스럽게 이기는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은 많이 내려놨다"며 이날 데뷔전에서 1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투구를 펼친 육선엽에 대해 "나도 (데뷔전 때) 선엽이처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잘했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두 번째 등판 때는 잘할 것이다.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다시 한 번 선발 등판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그는 "감독님, 코치님이 기회 주시는 것에 대해 계속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생각을 하고 선발 자리에 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팀에 보탬만 된다면 되려고 하고 있다"며 목표에 대해서도 "수치적인 건 없고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시즌이 끝나고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신인상도) 생각을 비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아쉽게 놓친 퀄리티스타트에 대해선 "아직 데뷔하고 없었는데 빠른 시일 내에 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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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이호성이 1일 두산 베어스전 승리 투수가 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꾸준한 신뢰가 있었음에도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선발 투수로서 최소한의 덕목인 5회를 채우는 것도 버거웠다.
어쩌면 마지막이었을지 모를 기회를 완벽히 살렸다. 이호성(20)이 깔끔한 투구로 박진만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이호성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89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했다.
올 시즌 앞선 4차례 등판에서 4회까지 책임진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이날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며 사령탑의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1라운드 신인 이호성은 첫 시즌 대부분 퓨처스(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10월 콜업돼 두 차례 선발 기회를 얻고 승리까지 따냈지만 올 시즌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했다. 앞선 4번의 등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호성이 1일 두산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어려운 목표는 아니었지만 이호성이기에 쉽지 않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 3⅔이닝이 가장 오래 버틴 결과였기 때문이다.
1회 1사에서 연속 안타를 맞은 이호성은 4번 타자 김재환에게 결정구 체인지업을 던져 루킹삼진을 잡아냈다. 양석환은 포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2회 선두타자 강승호에게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졌고 결국 불리한 카운트에서 솔로 홈런을 맞았다. 이후 헨리 라모스에겐 볼넷을 내줬고 상대 희생번트로 다시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다.
행운이 따랐다. 2루 주자 라모스가 좌익수 뜬공 때 2루로 귀루하지 못해 더블 아웃, 위기를 넘겼다.
3회 이후가 분수령이었다.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회 0.214, 2회 0,200이었던 피안타율은 3회 0.421로 치솟았다. 4회엔 0.600. 타순이 한 바퀴를 돌고 났기 때문인지 급격히 힘이 빠진 탓인지 이호성은 3회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안타 하나를 맞고도 깔끔히 3회를 넘겼고 4회마저도 삼자범퇴로 마쳤다. 5회 내야안타를 하나 맞고 희생번트에 이어 포일까지 나왔지만 침착하게 희생플라이와 한 점을 바꿨고 사령탑이 원했던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다.
두산전 투구하는 이호성.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최고 시속은 145㎞, 평균은 142㎞의 포심 패스트볼을 40구 뿌렸고 슬라이더(평균 131㎞)를 23구, 체인지업(평균 128㎞)과 커브(평균 117㎞)를 각각 14구와 12구씩 던졌다. 한 차례 위기를 넘긴 이호성은 다양한 구종을 통해 두산 타자들을 침착히 잠재웠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이호성 선수가 선발로서 제몫을 다해주며 첫 승을 올린 것을 축하한다"며 "씩씩하게 자기 볼을 던진 당당함에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도 가져본다"고 말했다.
이호성은 "작년에는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해서 이렇게 귀한 줄 몰랐는데 계속 부진하고 있고 심적으로도 힘들고 위축되다 보니까 첫 승을 하고 홀가분해지더라"며 "앞으로 이런 기분, 이런 승리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선 부진이 스스로도 뼈아팠다. "계속 부진하고 있었고 선발 투수로서 책임져야 할 이닝을 못 챙겨줘서 스스로 많이 위축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었다"면서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괜찮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성(오른쪽)이 6회 2사 후 강판 전 강민호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지난해 퓨처스에서 보낸 시간이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 이호성은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차근차근 경험을 쌓는 것에 있어서 좋은 발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프로에 첫 입단했을 때 이때쯤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있었는데 운동하는 스케줄도 많이 바뀌었고 잘 안 다치는 몸으로 만들려고 운동을 한 게 작년이랑 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1년 후배인 육선엽과도 경쟁보다는 상생의 자세로 잘 지내고 있다. "프로가 경쟁을 해야 하는 건 맞고 처음엔 그걸 크게 생각했는데 내가 성장하면 경쟁에서도 자연스럽게 이기는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은 많이 내려놨다"며 이날 데뷔전에서 1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투구를 펼친 육선엽에 대해 "나도 (데뷔전 때) 선엽이처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잘했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두 번째 등판 때는 잘할 것이다.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다시 한 번 선발 등판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그는 "감독님, 코치님이 기회 주시는 것에 대해 계속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생각을 하고 선발 자리에 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팀에 보탬만 된다면 되려고 하고 있다"며 목표에 대해서도 "수치적인 건 없고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시즌이 끝나고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신인상도) 생각을 비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아쉽게 놓친 퀄리티스타트에 대해선 "아직 데뷔하고 없었는데 빠른 시일 내에 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호성이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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