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대전=김동윤 기자]
급하게 데려온 선수가 주전을 차지하고 3할 타율을 치고 있다. 굴러온 복덩이가 따로 없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지영(38)이 탁월한 야구 센스와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SSG 랜더스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고 있다.
이지영은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890명 입장)에서 8번 타자 및 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덕분에 SSG는 한화에 4-3,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19승 1무 14패로 4위 자리를 지켰다.
나이를 잊은 활약이다. 이지영은 2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32경기 타율 0.304(102타수 31안타), 홈런 없이 14타점 13득점 3도루, 출루율 0.333 장타율 0.324 OPS 0.657을 기록 중이다. KBO 리그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강민호(39·삼성) 다음으로 많은 나이에 출장 경기 3위, 타석 4위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양의지(37·두산)와 함께 둘뿐인 타율 3할을 기록 중이다.
이날도 왜 자신이 포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팀에 합류했음에도 주전으로 뛰고 있는지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2회 초 1사 2, 3루에서 자신의 어깨높이로 들어오는 황준서의 3구째 포크를 툭 갖다 맞혀 1루수 옆을 스치는 우전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힘을 들이지 않고 콘택트에 집중한 이지영의 장점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승부처가 된 6회 초에도 탁월한 야구 센스를 발휘했다. 양 팀이 3-3으로 맞선 무사 1, 2루에서 이지영은 장민재의 2구째 직구에 번트를 시도했다. 조금 뜨긴 했지만, 의도대로 3루 방향으로 절묘한 위치에 떨어지면서 포수, 3루수, 투수가 모두 한 번에 대응하지 못했다. 번트를 댄 후에는 뒤도 보지 않고 1루로 전력 질주해 출루에 성공했다. 한화 3루수 노시환이 3루를 선택했지만, 대주자 오태곤의 발이 먼저 닿으면서 SSG는 무사만루 찬스를 맞았다. 뒤이어 추신수의 밀어내기 볼넷이 나왔고 이 점수는 결승 득점이 됐다.
포수로서 활약도 눈부셨다. 선발 오원석이 4이닝 3실점으로 일찍 내려간 후 고효준-이로운-노경은-조병현-문승원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에게 각자 성향에 맞는 볼 배합으로 무실점 피칭을 끌어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SSG 이숭용 감독은 "야수 쪽에서 (이)지영이가 경기 초반 2타점 적시타와 번트로 추가 점수에 기여하는 등 공격에 기여했고 좋은 투수 리드로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수훈 선수 인터뷰를 가진 이지영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지영은 먼저 2회 초 적시타에 "노려서 친 건 아니지만, 황준서가 위기 상황에 포크를 많이 던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대비는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6회 초 번트에 대해서는 "한화가 항상 그럴 때 보면 (내야수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나도 어떻게든 천천히 대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조금 뜨긴 했는데 2루 주자 (오)태곤이가 잘 판단해줘서 성공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는 "3할은 어차피 금방 깨진다"고 웃으며 "직구에 안 늦기 위해 타격폼을 변경했는데 그 이후 직구에 안 늦고 공이 잘 보이고 해서 거의 6~7년째 바꾼 타격폼을 유지하고 있다. 3할은 깨질 텐데 팀에 마이너스가 안 되게 한 베이스라도 주자를 더 보내서라도 팀이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사실 이지영의 활약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2008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이지영은 2011~2014년 삼성의 통합 4연패(정규리그 1위+한국시리즈 우승)를 함께하며 왕조 포수라 불렸다. 2019년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가서도 팀을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며 그 경험을 인정받았다.
순탄하던 이지영의 커리어가 주춤하게 된 건 지난해 8월이었다. 당시 소속팀 키움은 이정후와 안우진의 동시 이탈을 대비한 키움은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이지영은 별다른 부상이 없음에도 8월 8일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하며 전력 외 취급을 받았고, 그 탓에 FA 시장이 열려서도 쉽게 팀을 찾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민식과 FA 계약 협상에 있어 난항을 겪던 SSG가 나섰다. SSG는 기존의 조형우에 이어 지난해 11월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신범수, 박대온까지 보강했으나, 경험 있는 주전급 포수가 필요했다. 결국 이지영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SSG에 극적으로 합류했다. 키움이 먼저 이지영과 계약기간 2년, 총액 4억 원에 FA 계약했고, SSG가 그런 이지영을 2억 5000만 원과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넘겨주면서 받아왔다.
SSG 역시 세대교체를 예고했기에 이때만 해도 이지영의 주전 도약은 쉽게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빠르게 팀에 자리 잡았고 개막전부터 안방을 차지했다. 오히려 이제는 체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이숭용 감독은 2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일주일 4일 출전 2일 휴식 등으로 유연성 있게 이지영의 출전 시간을 조정할 뜻을 밝혔다.
새로운 팀에서 스스로 반전을 만든 38세 베테랑은 지칠 줄을 몰랐다. 이지영은 "방망이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덥지도 않아 아직은 (체력적으로) 괜찮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대전=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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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사진=SSG 랜더스 제공 |
이지영은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890명 입장)에서 8번 타자 및 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덕분에 SSG는 한화에 4-3,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19승 1무 14패로 4위 자리를 지켰다.
나이를 잊은 활약이다. 이지영은 2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32경기 타율 0.304(102타수 31안타), 홈런 없이 14타점 13득점 3도루, 출루율 0.333 장타율 0.324 OPS 0.657을 기록 중이다. KBO 리그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강민호(39·삼성) 다음으로 많은 나이에 출장 경기 3위, 타석 4위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양의지(37·두산)와 함께 둘뿐인 타율 3할을 기록 중이다.
이날도 왜 자신이 포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팀에 합류했음에도 주전으로 뛰고 있는지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2회 초 1사 2, 3루에서 자신의 어깨높이로 들어오는 황준서의 3구째 포크를 툭 갖다 맞혀 1루수 옆을 스치는 우전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힘을 들이지 않고 콘택트에 집중한 이지영의 장점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승부처가 된 6회 초에도 탁월한 야구 센스를 발휘했다. 양 팀이 3-3으로 맞선 무사 1, 2루에서 이지영은 장민재의 2구째 직구에 번트를 시도했다. 조금 뜨긴 했지만, 의도대로 3루 방향으로 절묘한 위치에 떨어지면서 포수, 3루수, 투수가 모두 한 번에 대응하지 못했다. 번트를 댄 후에는 뒤도 보지 않고 1루로 전력 질주해 출루에 성공했다. 한화 3루수 노시환이 3루를 선택했지만, 대주자 오태곤의 발이 먼저 닿으면서 SSG는 무사만루 찬스를 맞았다. 뒤이어 추신수의 밀어내기 볼넷이 나왔고 이 점수는 결승 득점이 됐다.
포수로서 활약도 눈부셨다. 선발 오원석이 4이닝 3실점으로 일찍 내려간 후 고효준-이로운-노경은-조병현-문승원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에게 각자 성향에 맞는 볼 배합으로 무실점 피칭을 끌어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SSG 이숭용 감독은 "야수 쪽에서 (이)지영이가 경기 초반 2타점 적시타와 번트로 추가 점수에 기여하는 등 공격에 기여했고 좋은 투수 리드로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SSG 이지영이 2일 대전 SSG전 승리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수훈 선수 인터뷰를 가진 이지영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지영은 먼저 2회 초 적시타에 "노려서 친 건 아니지만, 황준서가 위기 상황에 포크를 많이 던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대비는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6회 초 번트에 대해서는 "한화가 항상 그럴 때 보면 (내야수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나도 어떻게든 천천히 대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조금 뜨긴 했는데 2루 주자 (오)태곤이가 잘 판단해줘서 성공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는 "3할은 어차피 금방 깨진다"고 웃으며 "직구에 안 늦기 위해 타격폼을 변경했는데 그 이후 직구에 안 늦고 공이 잘 보이고 해서 거의 6~7년째 바꾼 타격폼을 유지하고 있다. 3할은 깨질 텐데 팀에 마이너스가 안 되게 한 베이스라도 주자를 더 보내서라도 팀이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사실 이지영의 활약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2008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이지영은 2011~2014년 삼성의 통합 4연패(정규리그 1위+한국시리즈 우승)를 함께하며 왕조 포수라 불렸다. 2019년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가서도 팀을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며 그 경험을 인정받았다.
순탄하던 이지영의 커리어가 주춤하게 된 건 지난해 8월이었다. 당시 소속팀 키움은 이정후와 안우진의 동시 이탈을 대비한 키움은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이지영은 별다른 부상이 없음에도 8월 8일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하며 전력 외 취급을 받았고, 그 탓에 FA 시장이 열려서도 쉽게 팀을 찾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민식과 FA 계약 협상에 있어 난항을 겪던 SSG가 나섰다. SSG는 기존의 조형우에 이어 지난해 11월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신범수, 박대온까지 보강했으나, 경험 있는 주전급 포수가 필요했다. 결국 이지영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SSG에 극적으로 합류했다. 키움이 먼저 이지영과 계약기간 2년, 총액 4억 원에 FA 계약했고, SSG가 그런 이지영을 2억 5000만 원과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넘겨주면서 받아왔다.
SSG 역시 세대교체를 예고했기에 이때만 해도 이지영의 주전 도약은 쉽게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빠르게 팀에 자리 잡았고 개막전부터 안방을 차지했다. 오히려 이제는 체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이숭용 감독은 2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일주일 4일 출전 2일 휴식 등으로 유연성 있게 이지영의 출전 시간을 조정할 뜻을 밝혔다.
새로운 팀에서 스스로 반전을 만든 38세 베테랑은 지칠 줄을 몰랐다. 이지영은 "방망이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덥지도 않아 아직은 (체력적으로) 괜찮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지영(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제공 |
대전=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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