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또 다시 홈런성 타구를 도둑맞고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남다른 학습 능력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3일(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로써 시즌 타율은 0.259에서 0.250(116타수 29안타)으로 하락했다. 출루율과 장타율도 0.320과 0.339에서 각각 0.310, 0.328로 떨어졌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638.
샌프란시스코는 3-1로 이기며 15승 17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6승 18패)에 승률(0.471-0.469)에서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선두 LA 다저스(20승 13패)와 승차는 1.5경기로 같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맷 채프먼(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닉 아메드(유격수)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좌완 카일 해리슨이 나섰다.
보스턴은 제런 듀란(중견수)-라파엘 데버스(3루수)-타일러 오닐(우익수)-롭 레프스나이더(좌익수)-코너 웡(포수)-개럿 쿠퍼(지명타자)-바비 달벡(1루수)-세단 라파엘라(유격수)-잭 쇼트(2루수)로 맞섰다. 우완 조슈아 윈코스키가 해리슨과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시작부터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1회초 첫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초구부터 거침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초구 시속 96.4마일(155.1㎞) 몸쪽으로 붙는 싱커에 과감히 스윙을 했고 잘 맞은 타구는 시속 103마일(165.8㎞)의 빠른 속도로 외야로 뻗어나갔지만 중견수 듀란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발사각도 29도로 준수했고 무려 122m를 비행한 타구였지만 보스턴 홈구장 팬웨이 파크의 넓은 좌중간 워닝트랙에서 잡혔다.
이정후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타구였다. 미국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날 가장 멀리 뻗은 타구였다. 심지어 야스트렘스키의 홈런(119m) 타구보다도 더 멀리 비행했지만 타구는 중견수 뜬공이 됐다.
심지어 팬웨이 파크가 아닌 다른 구장이었다면 충분히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는 물론이고 오리올파크 앳 캠든 야즈(볼티모어 오리올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신시내티 레즈), 프로그레시브 필드(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에인절스타디움(LA 에인절스), 다저스타디움(LA 다저스), 론디포 파크(마이애미 말린스), PNC 파크(피츠버그 파이리츠), T-모바일 파크(시애틀 매리너스), 내셔널스 파크(워싱턴 내셔널스)까지 10개 구장에선 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정후의 불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흘 연속 이런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 보스턴전 9회초 저스틴 슬레이튼의 몸쪽 시속 90.6마일(145.8㎞) 높은 커터를 받아친 타구가 시속 100마일(161㎞)의 빠른 속도로 우측 방면으로 향했는데 타구는 우익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무려 114.9m를 날았으나 결과는 뜬공이었다.
이는 MLB 30개 구장 중 26개에서 담장을 넘길 수 있는 공이었다. 팬웨이 파크를 비롯해 코프먼 스타디움(캔자스시티 로열스), 오클랜드 콜리세움(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내셔널스 파크(워싱턴 내셔널스) 단 4개 구장에서만 우측 담장을 넘길 수 없는 공이었다. 이는 이날 경기에서 나온 가장 장타성 타구이기도 했다.
2일 보스턴전에서도 불운은 이어졌다. 5회초 커터 크래포드의 시속 82마일(131.9㎞) 몸쪽 스위퍼를 받아친 타구가 우측 담장을 향해 109.7m를 날아갔지만 이 또한 담장을 넘기진 못했는데 MLB 14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
이틀 연속 팬웨이 파크의 우측 담장의 높은 벽에 고개를 숙였던 이정후는 이날은 1회부터 중앙 담장 앞에서 좌절해야 했다.
팀은 3회 선취점을 뽑아냈다. 야스트렘스키가 윈코스키의 낮은 커터를 강타한 타구가 우측 담장을 넘겼다. 119m를 날았는데 이정후보다 3m 덜 뻗은 타구였지만 방향에서 차이가 갈렸다.
1사에서 등장한 이정후는 초구 슬라이더 스트라이크를 지켜봤고 볼카운트 1-1에서 바깥쪽으로 빠지는 체인지업을 걷어냈지만 4구 몸쪽 커터에 방망이를 휘둘러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는 낮에 진행됐는데 팬웨이 파크 외야수들에겐 힘든 시간이었다. 해가 타구를 삼키는 방향에 있었기 때문이다. 듀란 또한 이정후의 높게 뜬 타구에 글러브로 해를 가리며 노력한 끝에 잡아냈다.
경기는 3회말 동점이 됐다. 해리슨이 데버스에게 중전안타에 이어 오닐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맞고 경기는 1-1이 됐다.
이정후의 불운은 4회말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1사에서 라파엘라의 타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향했는데 이정후가 글러브로 해를 가리며 타구 방향을 찾는 듯 싶었지만 이내 뒤로 넘어졌고 타구는 그의 앞에 떨어졌다. 평범한 뜬공 타구에 라파엘라는 2루까지 향했다.
자칫 역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현지 중계 카메라는 연신 이정후를 비췄고 그 또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스로 만회했다. 2사 2루에서 듀란의 타구가 이정후 방향으로 향했다. 발사각 15도, 시속 103.4마일(166.4㎞)로 비행한 타구가 짧게 떨어지는 듯 했으나 이정후는 몸을 날려 잡아냈다. 현지 중계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고 해리슨 또한 박수를 보냈다. 이정후의 반응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타구를 잘 잡아낸 그는 넘어진 상태에서 앞선 실책성 플레이에 대한 울분을 토해내듯 강하게 땅을 내려쳤다. 외야 동료들도 이정후에게 다가와 격려를 했다.
호수비의 기운이 아쉽게도 타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6회초 바뀐 투수 브레넌 버나디노의 2구 바깥쪽 커브를 받아친 타구는 좌익수 레프스나이더에게 잡혔다.
다행히 팀은 승기를 잡았다. 7회초 베일리와 채프먼이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에스트라다가 잭 켈리를 공략해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어 아메드가 바뀐 투수 캠 부저에게 희생플라이를 빼앗아내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2사 1루에서 등장한 이정후는 3구 시속 94.6마일(152.2㎞)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으나 이번에도 타구는 레프스나이더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5이닝 동안 95구를 던지며 3피안타 5볼넷 7탈삼진 1실점한 해리슨의 호투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라이언 워커(승리)-에릭 밀러(홀드)-타일러 로저스(홀드)-카밀로 도발(세이브)의 호투가 돋보였다.
타선은 이날 6안타에 그쳤지만 선제 솔로 홈런을 날린 야스트렘스키와 적시타를 기록한 에스트라다, 아메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연달아 이정후의 타구를 낚아챈 한국계 선수인 레프스나이더(한국명 김정태)는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을 당했다. 시즌 타율은 0.343, OPS는 1.052다.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정후에겐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다. 먼저 땅볼 타구에 대한 우려를 지워내는 흐름을 이어갔다는 점이 반갑다.
이정후는 여전히 땅볼 타구 비율이 49%에 달한다. 다만 최근 들어 분명히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3경기 홈런성 타구를 날릴 만한 결과를 보였고 특히 이날 경기에선 네 타석에서 모두 타구를 높이 띄웠다. 발사각은 29도-38도-41도-24도를 기록했고 하드 히트(시속 95마일 이상 타구)도 두 개나 나왔다.
앞서 이정후의 지나치게 높은 땅볼 타구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최근 "그는 지금 땅볼을 치고 있다. 그에게는 몇 가지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큰 우려를 갖지는 않았다. 멜빈 감독은 "그것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타석에 설 때마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낮은 삼진률(8%, 리그 2위)과 헛스윙률(9%, 리그 1위)가 있기 때문이었다.
스포츠매체 ESPN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30개 팀의 4월 한 달 동안의 활약을 평가하는 글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다루며 이정후를 조명했다. "이정후는 장타를 5개(2루타 3개, 홈런 2개)만을 기록하는 등 공을 멀리 날리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이정후가 발사각을 조정할 수만 있다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 이후 이정후는 보란 듯이 타구를 띄워내고 있다. 하드히트 비율이 46.2%에 달하기 때문에 타구를 띄워낸다면 필연적으로 결국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비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다. 4회 햇빛에 가려진 타구를 놓쳐 아쉬움을 샀던 이정후는 두 번 실수를 하지 않았다. 곧바로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실점을 막아낸 장면은 이정후가 얼마나 학습 능력이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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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오른쪽)가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경기를 마친 뒤 채프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오른쪽)가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타석에 나서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정후는 3일(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로써 시즌 타율은 0.259에서 0.250(116타수 29안타)으로 하락했다. 출루율과 장타율도 0.320과 0.339에서 각각 0.310, 0.328로 떨어졌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638.
샌프란시스코는 3-1로 이기며 15승 17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6승 18패)에 승률(0.471-0.469)에서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선두 LA 다저스(20승 13패)와 승차는 1.5경기로 같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맷 채프먼(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닉 아메드(유격수)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좌완 카일 해리슨이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내세운 선발 라인업.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시작부터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1회초 첫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초구부터 거침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초구 시속 96.4마일(155.1㎞) 몸쪽으로 붙는 싱커에 과감히 스윙을 했고 잘 맞은 타구는 시속 103마일(165.8㎞)의 빠른 속도로 외야로 뻗어나갔지만 중견수 듀란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발사각도 29도로 준수했고 무려 122m를 비행한 타구였지만 보스턴 홈구장 팬웨이 파크의 넓은 좌중간 워닝트랙에서 잡혔다.
이정후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타구였다. 미국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날 가장 멀리 뻗은 타구였다. 심지어 야스트렘스키의 홈런(119m) 타구보다도 더 멀리 비행했지만 타구는 중견수 뜬공이 됐다.
심지어 팬웨이 파크가 아닌 다른 구장이었다면 충분히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는 물론이고 오리올파크 앳 캠든 야즈(볼티모어 오리올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신시내티 레즈), 프로그레시브 필드(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에인절스타디움(LA 에인절스), 다저스타디움(LA 다저스), 론디포 파크(마이애미 말린스), PNC 파크(피츠버그 파이리츠), T-모바일 파크(시애틀 매리너스), 내셔널스 파크(워싱턴 내셔널스)까지 10개 구장에선 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이는 MLB 30개 구장 중 26개에서 담장을 넘길 수 있는 공이었다. 팬웨이 파크를 비롯해 코프먼 스타디움(캔자스시티 로열스), 오클랜드 콜리세움(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내셔널스 파크(워싱턴 내셔널스) 단 4개 구장에서만 우측 담장을 넘길 수 없는 공이었다. 이는 이날 경기에서 나온 가장 장타성 타구이기도 했다.
2일 보스턴전에서도 불운은 이어졌다. 5회초 커터 크래포드의 시속 82마일(131.9㎞) 몸쪽 스위퍼를 받아친 타구가 우측 담장을 향해 109.7m를 날아갔지만 이 또한 담장을 넘기진 못했는데 MLB 14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
이틀 연속 팬웨이 파크의 우측 담장의 높은 벽에 고개를 숙였던 이정후는 이날은 1회부터 중앙 담장 앞에서 좌절해야 했다.
팀은 3회 선취점을 뽑아냈다. 야스트렘스키가 윈코스키의 낮은 커터를 강타한 타구가 우측 담장을 넘겼다. 119m를 날았는데 이정후보다 3m 덜 뻗은 타구였지만 방향에서 차이가 갈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팬들에게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경기는 3회말 동점이 됐다. 해리슨이 데버스에게 중전안타에 이어 오닐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맞고 경기는 1-1이 됐다.
이정후의 불운은 4회말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1사에서 라파엘라의 타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향했는데 이정후가 글러브로 해를 가리며 타구 방향을 찾는 듯 싶었지만 이내 뒤로 넘어졌고 타구는 그의 앞에 떨어졌다. 평범한 뜬공 타구에 라파엘라는 2루까지 향했다.
자칫 역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현지 중계 카메라는 연신 이정후를 비췄고 그 또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스로 만회했다. 2사 2루에서 듀란의 타구가 이정후 방향으로 향했다. 발사각 15도, 시속 103.4마일(166.4㎞)로 비행한 타구가 짧게 떨어지는 듯 했으나 이정후는 몸을 날려 잡아냈다. 현지 중계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고 해리슨 또한 박수를 보냈다. 이정후의 반응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타구를 잘 잡아낸 그는 넘어진 상태에서 앞선 실책성 플레이에 대한 울분을 토해내듯 강하게 땅을 내려쳤다. 외야 동료들도 이정후에게 다가와 격려를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오른쪽)가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이닝을 마친 뒤 닉 아메드와 채프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다행히 팀은 승기를 잡았다. 7회초 베일리와 채프먼이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에스트라다가 잭 켈리를 공략해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어 아메드가 바뀐 투수 캠 부저에게 희생플라이를 빼앗아내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2사 1루에서 등장한 이정후는 3구 시속 94.6마일(152.2㎞)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으나 이번에도 타구는 레프스나이더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5이닝 동안 95구를 던지며 3피안타 5볼넷 7탈삼진 1실점한 해리슨의 호투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라이언 워커(승리)-에릭 밀러(홀드)-타일러 로저스(홀드)-카밀로 도발(세이브)의 호투가 돋보였다.
타선은 이날 6안타에 그쳤지만 선제 솔로 홈런을 날린 야스트렘스키와 적시타를 기록한 에스트라다, 아메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연달아 이정후의 타구를 낚아챈 한국계 선수인 레프스나이더(한국명 김정태)는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을 당했다. 시즌 타율은 0.343, OPS는 1.052다.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정후에겐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다. 먼저 땅볼 타구에 대한 우려를 지워내는 흐름을 이어갔다는 점이 반갑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왼쪽)가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을 날린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앞서 이정후의 지나치게 높은 땅볼 타구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최근 "그는 지금 땅볼을 치고 있다. 그에게는 몇 가지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큰 우려를 갖지는 않았다. 멜빈 감독은 "그것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타석에 설 때마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낮은 삼진률(8%, 리그 2위)과 헛스윙률(9%, 리그 1위)가 있기 때문이었다.
스포츠매체 ESPN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30개 팀의 4월 한 달 동안의 활약을 평가하는 글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다루며 이정후를 조명했다. "이정후는 장타를 5개(2루타 3개, 홈런 2개)만을 기록하는 등 공을 멀리 날리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이정후가 발사각을 조정할 수만 있다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 이후 이정후는 보란 듯이 타구를 띄워내고 있다. 하드히트 비율이 46.2%에 달하기 때문에 타구를 띄워낸다면 필연적으로 결국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비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다. 4회 햇빛에 가려진 타구를 놓쳐 아쉬움을 샀던 이정후는 두 번 실수를 하지 않았다. 곧바로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실점을 막아낸 장면은 이정후가 얼마나 학습 능력이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카밀로 도발(오른쪽)이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서 경기를 마무리지은 뒤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단이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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