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고우석. |
고우석(26·마이애미 말린스)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뒤 트리플A 무대에서 2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가 될 조짐이다.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잭슨빌 점보슈림프 소속의 고우석은 12일(한국시각) 미국 네브래스카주 파필리언의 워너 파크에서 열린 오마하 스톰 체이서스(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와 2024 미국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고우석은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는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등번호는 27번이었다.
고우석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좌타자 존 레이브를 상대했다. 고우석은 초구로 80.6마일(129.7㎞) 커브를 선택해 몸쪽 꽉 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이어 2구째 몸쪽으로 93.8마일(151㎞) 속구를 뿌렸으나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2개 반 정도 벗어나며 볼이 선언됐다. 볼카운트는 1-1. 이어 3구째. 이번에도 초구와 마찬가지로 81.5마일(131.2㎞) 커브를 몸쪽으로 던졌는데, 레이브가 가볍게 받아치면서 1루 관중석으로 향하는 파울이 됐다. 계속해서 4구째. 고우석은 몸쪽 깊숙한 곳으로 높은 92.7마일(149.2㎞)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레이브가 커트하며 파울이 됐다. 결국 5구째. 고우석이 90.6마일(145.8㎞) 커터를 뿌렸으나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중전 안타로 연결됐다. 팀 동료 유격수 하비에르 사노자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잡지 못하면서 2루 베이스 위쪽을 타고 넘어갔다.
|
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스1 |
무사 1루 상황. 다음 타자 역시 좌타자인 드류 워터스였다. 고우석은 초구로 높은 92.7마일(149.2㎞)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이를 향해 워터스가 번트를 시도하려다가 배트를 거둬 들였다. 2구째는 92.9마일(149.5㎞) 낮은 공. 바운드된 공을 주심을 통해 교환한 고우석은 3구째 바깥쪽으로 93마일(139.7㎞) 포심 패스트볼을 크게 빠지면서 3볼이 됐다. 워터스는 계속 번트를 시도하는 척하다가 배트를 빼며 고우석을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이어 4구째. 이번에는 91.8마일(147.8㎞) 속구를 뿌렸다. 워터스는 타격 의사가 없는 듯 슬며시 타석에서 빠지는 듯한 시늉을 했고, 바깥쪽 높은 존에 걸치면서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5구째 93.9마일(151.2㎞) 포심 패스트볼은 파울 처리. 풀카운트 끝에 6구째. 워터스가 고우석의 90.3마일(145.3㎞) 커터를 받아쳤으나 구위에 밀린 듯 좌익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1아웃.
다음 타자는 우타자 닉 로프틴. 고우석은 재차 주심에게 볼 교환을 요청했다. 새 공을 받아든 고우석은 초구 90.1마일(145㎞) 바깥쪽 코스의 볼을 던졌다. 이어 2구째 몸쪽 높은 코스로 파고든 89.3마일(143.7㎞) 커터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몸쪽 스트라이크 존에 절묘하게 걸쳤다. 3구째 역시 몸쪽 코스의 93.9마일(151.2㎞) 속구는 볼. 1루 쪽으로 한 차례 견제구를 던진 고우석은 4구째 몸쪽 89.9마일(144.7㎞ 커터)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볼카운트는 2-2. 결국 5구째. 고우석이 82.2마일(132.3㎞) 커브를 던지며 로프틴을 2루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2아웃.
|
고우석. /사진=뉴시스 |
다음 타자는 좌타자 닉 프라토. 고우석이 바깥쪽으로 높게 뿌린 94.4마일(151.9㎞) 포심 패스트볼이 볼로 판정됐다. 이날 경기에서 고우석이 던진 가장 빠른 공이었다. 이때 1루 주자 레이브가 과감하게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이를 본 포수 윌 반필드가 2루 송구를 시도했고, 정확하게 안착하며 아웃으로 연결됐다. 고우석이 이날 상대한 타자는 4명. 총 17개의 공을 뿌린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10개였다. 최고 구속은 94.4마일(151.9㎞)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과감하게 자신의 주무기인 속구를 바탕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돋보였다.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공을 마음껏 뿌린 고우석이었다.
결국 고우석은 한 점 차 리드를 잘 지켜내며 임무를 완수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잭슨빌 점보슈림프는 9회 역시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면서 1-0으로 승리했다.
━
고우석은 지난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트리플 A로 향했다. 샌디에이고가 '타격왕 출신' 루이스 아라에즈 1명을 받는 대신, 고우석과 유망주 제이콥 마시(22), 딜런 헤드(19), 네이선 마토렐라(23)까지 총 4명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내주는 1:4 트레이드였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시절 마이너리그 더블A 무대에서만 10경기를 뛰면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4.38을 마크했다. 이어 트레이드 후 비록 2경기밖에 되지는 않지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우석의 트리플A 첫 무대는 지난 9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베르너 파크에서 열린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오마하 스톰 체이서스를 상대했다. 1⅓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채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당시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3.2마일(약 150㎞)이 찍혔다.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콜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마이애미는 당장 윈나우 버튼을 누른 샌디에이고와 다르게 시즌을 일찌감치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리빌딩을 선언했다. 이에 특급 타자라 할 수 있는 아라에즈를 내주는 대신 유망주급 전력 4명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고우석. /사진=뉴시스 |
|
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시스 |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7일 "샌디에이고가 (아라에즈에게) 오버 페이했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은 마이애미가 질보다는 양을 선택했다고 한다. 마이애미는 이번에 받은 새로운 유망주들의 평가를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아직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고우석을 어떻게든 살려서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주장했다.
━
한편 고우석은 2017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전까지 LG 트윈스의 클로저로 활약했다. 2023시즌까지 한국 무대에서 7시즌 동안 354경기에 출장해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마크했다. 개인 통산 총 36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305피안타(29피홈런) 163볼넷 401탈삼진 145실점(130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22시즌에는 42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에 올랐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44경기에 출장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그랬던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자 많은 이들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다르게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사실 고우석은 2023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해 어느 정도 미리 교감을 나눈 상태였다.
결국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초 극적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기간 2+1년, 총액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가 됐다.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3번째.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류현진은 계속해서 선발로 뛰었고,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순수 구원 투수로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가 된 것이다.
|
고우석. /사진=뉴시스 |
|
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스1 |
디 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시즌 연봉 175만달러(약 23억원)를 수령한다. 이어 2025시즌에는 이보다 50만달러가 많은 연봉 225만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1년 연장 옵션 조항을 실행할 경우,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달러(약 39억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우석은 50만달러(약 7억원)를 가져간다. 또 고우석과 앞서 소속 팀인 샌디에이고와 계약에는 2025시즌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다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메이저리그 출전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고우석이 만약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때 구단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며 방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남은 시즌 동안 마이애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시스 |
|
샌디에이고 시절 더블A에서 투구 중인 고우석. /사진=샌안토니오 미션스 공식 SNS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