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과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서로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영국 '스퍼스 웹'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9번 공격수와 좌측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팀이 필요로 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2023-2024시즌 주장 완장까지 새로 차고 토트넘 에이스로 활약했다. 토트넘 역사상 최초의 비유럽 국적 주장이 된 그는 프리미어리그(PL) 17골 10도움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이자 최다 도움(브레넌 존슨과 공동 1위)을 책임졌다.
손흥민은 시즌 최종전에서 통산 3번째 10골-10도움까지 완성하며 화룡점정까지 찍었다. PL 역사상 10-10을 3차례나 기록한 선수는 6명뿐이다. 손흥민에 앞서 웨인 루니, 모하메드 살라(이상 5회), 에릭 칸토나, 프랭크 램파드(이상 4회), 디디에 드록바(3회)가 해당 기록을 세웠다.
뜻깊은 기록도 세웠다. 손흥민은 지난 3월 루턴전 역전골로 토트넘 통산 160골 기록을 세웠다. 동시에 클리프 존스를 제치고 구단 역대 최다 득점 단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이후로도 두 골을 추가하며 이제 4위 마틴 치버스(174골)를 12골 차로 추격 중이다.
특히 손흥민은 좌측면 공격수뿐만 아니라 다소 낯선 포지션인 최전방 원톱 역할까지 수행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 활용법이 뜨거운 논쟁을 낳기도 했다. 그는 빠른 발과 뒷공간 침투, 월드클래스 슈팅 능력을 지닌 만큼 왼쪽 측면이 주 포지션이다. 아무래도 공간이 있어야 손흥민의 장점이 살아나기 쉽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 사정상 손흥민을 주로 중앙 스트라이커로 활용했다. 해리 케인이 개막 직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고, 유일한 스트라이커 히샬리송은 부진했기 때문. 게다가 히샬리송은 시즌 중반 살아나는가 싶더니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기까지 했다.
물론 손흥민은 중앙 위치에서도 클래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다. 시즌을 치를수록 상대가 토트넘 공격 패턴을 파악했고, 작정하고 내려서서 공간을 틀어막으며 손흥민의 존재감을 지우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막히자 토트넘의 공격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자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의 '재능 낭비'를 멈춰야 한다며 그가 100%를 발휘할 수 있는 측면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올여름 토트넘의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도미닉 솔란케(본머스), 아이반 토니(브렌트포드) 등 9번 공격수가 꼽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손흥민의 포지션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지난 23일 호주에서 열린 뉴캐슬과 포스트시즌 친선전 기자회견에서 다음 시즌 어느 위치에서 뛰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손흥민은 주장답게 최고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난 상관없다"라고 웃으며 "그건 감독님의 결정이다. 난 어떤 포지션이든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날 골키퍼 자리에 둔다면 골키퍼로도 뛸 것이다"라며 농담까지 던졌다.
스퍼스 웹은 이를 전하며 "손흥민이 다음 시즌 주로 왼쪽에 기용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수비 뒤로 뛰는 데 매우 능숙하고 최고의 마무리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9번 공격수로 뛸 때는 상대 센터백을 책임질 수 있는 물리적인 존재감이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EA 스포츠 FC 온라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나는 3명의 손흥민이 필요하다. 두 명의 윙어, 1명의 스트라이커 말이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뒤 "손흥민은 측면에서 오래 뛰었지만, 난 중앙 기용을 더 선호한다. 그는 아주 뛰어난 마무리 능력과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 두 포지션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뛰었다. 여전히 중앙과 측면에서 둘 다 뛰는 걸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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