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73. 성공한 LCC 근거리 노선에만 초점 맞췄다 ①
입력 : 2024.05.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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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사우스웨스트항공 설립 당시, 창업자인 롤린 킹과 허브 캘러허 그리고 초대 CEO였던 라마 뮤즈 등 3인은 회사 정책을 '두 지점 사이의 단거리를 자주 여행하는 비경유 여행자들에게 최저 수준의 항공료와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으로 정했다. 이에 따른 주고객은 평균 650km 거리를 1시간에 운항하는 두 도시간 노선을 다양한 시간대에 이용하고 싶어하는 여행자들이었다.

업의 목적과 타깃까지 설정한 이후 노선전략은 단거리 노선을 더 자주 취항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를테면 로스앤젤레스와 인근 피닉스를 연결하는 노선에 신규취항하면서 처음부터 하루 40회 운항으로 시작했다. 미국 국내선 중 가장 이용객수가 많았던 댈러스~휴스턴 노선은 기존항공사들이 하루 15편을 운항할 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8~41편을 운항했다.

단거리 노선을 폭발적으로 늘려 나가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등장으로 각 공항 게이트도 번잡해졌다. 한 게이트에서 하루평균 5.0회 운항하는 것이 당시 업계 평균 횟수였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0.5회를 운항했다. 이에 따라 지상직 직원들은 타사대비 2배 수준의 업무량을 감수해야 했다. LCC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하나인 직원들의 멀티태스킹을 비롯 최고의 인당 생산성 역시 이렇게 만들어졌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성공방정식의 첫번째는 수익성이 좋은 500마일 이내의 항로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한 뒤 이들을 유인할 수 있을 정도로 항공운임을 낮췄다. 운임을 낮추기 위해 B737 단일기종 만을 보유해서 조종사 훈련에서 정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해냈다.

이들은 성공의 절정을 달릴 때에도 설립초기에 수립한 회사정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고수했다. 가령 대형항공기를 사들인다든지, 유럽이나 아시아 등 장거리 국제선에 취항한다든지, 기존항공사와 전면전을 벌인다든지 하는 등의 어떠한 사업확장도 절대 하지 않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허브 켈러허 회장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가장 잘나갈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파리 취항을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또 B747기를 갖고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을 벤치마킹해서 설립된 수많은 후발 LCC들은 성공에 도취했든 차별화 차원에서든 어떤 이유든 대면서 단거리 너머로 나가고 싶은 유혹을 받았고 그 중 상당수의 LCC들은 유혹을 참아내지 못했다.

자신을 모방해서 출범한 후발 LCC가 자신보다 더 멀리 하늘길을 개척하는 것을 보면서도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기본원칙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 그 원칙은 '우리회사는 이익을 내고,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많은 시민들이 싼 값에 비행기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후발 LCC들은 이 같은 원칙은 벤치마킹하지 않고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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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대표 LCC 에어아시아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국내선 집중보다는 라이언에어의 근거리 국제선 노선전략을 철저하게 따라했다. 유럽대륙의 각 나라를 연결하는 방식과 동남아시아의 각 나라를 연결하는 방식 모두 근거리 국제선 취항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후 에어아시아는 항공 프랜차이즈 사업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급격하게 세를 불렸다. 시작은 태국이었다. 2003년 태국 최초의 LCC 타이에어아시아를 설립했고, 이후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에어아시아 이름이 붙은 프랜차이즈 LCC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이제는 에어아시아그룹을 표방하고 있다.

에어아시아 설립당시 벤치마킹 대상은 라이언에어였고, 라이언에어의 벤치마킹 대상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었다. 하지만 에어아시아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라이언에어와 다르게 근거리 국제선을 벗어나 에어아시아엑스(AirAsia X)라는 별도법인을 설립하면서까지 중장거리 국제선에 도전했다. 에어아시아엑스는 유럽은 물론 동북아시아에도 취항했다. 첫 동북아시아 도전이었던 에어아시아재팬은 경영악화 및 합작사였던 ANA와의 갈등으로 결국 실패했다. 에어아시아재팬은 2013년 10월26일 운항을 중단하고 모든 노선을 ANA가 새로 설립한 바닐라에어에 양도했다. 바닐라에어는 일본의 신설 LCC로 ANA의 자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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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아시아는 일본에 이어 한국 진출을 집요하게 도전했다. 에어아시아그룹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우리나라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에어아시아재팬을 출범시켰는데, 한국에도 에어아시아코리아를 출범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 국토교통부가 면허를 내준다면 법인을 만들고 싶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2010년 에어아시아의 한국영업 파트너로 대명리조트와 비발디파크로 유명한 대명그룹 관계사 서앤컴퍼니와 계약을 체결했다.

대명그룹은 2010년 3월 항공·여행사업을 새로운 사업부문으로 추가하면서 항공운송사업 진출을 모색하다가 에어아시아엑스의 한국 파트너로 선정됐다. 서앤컴퍼니는 에어아시아엑스의 한국지사 업무를 대행하고 2010년 10월부터 인천~쿠알라룸프르 노선을 시작한다는 계획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명그룹을 통한 에어아시아엑스의 한국 진출계획은 곧바로 무산됐다. 당시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대명그룹의 포부와 에어아시아엑스의 한국법인 설립계획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처럼 근거리 국제선을 운항하는 에어아시아는 승승장구했지만, 중장거리 국제선을 운항하는 에어아시아엑스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난항을 겪었다. 전 세계 LCC 가운데 장거리 국제선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곳은 아직 없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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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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