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과야?' 인종차별 벤탄쿠르, 아직도 문제를 모른다...''난 SON만 언급했어+논리적으로 오해'' 황당 해명만 계속
입력 : 2024.06.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성환 기자] 이번엔 24시간짜리는 아니다. 하지만 반쪽짜리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27, 토트넘 홋스퍼)가 다시 한번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번에도 씁쓸한 뒷맛을 지우진 못했다.

벤탄쿠르는 22일(이하 한국시간)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최근 불거진 손흥민과 한국인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사과를 전했다. 이번엔 1차 사과문과 달리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게시글 형태였다.

벤탄쿠르는 "다른 누구도 아니라 손흥민을 언급했던 인터뷰 이후 나를 팔로우하는 모든 이들과 모든 팬분들께 전하고 싶다.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논리적으로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일이 단지 불행한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 내 친구와 모든 게 명확해졌고, 다 해결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만약 누군가가 내 발언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하지만 이 점도 알아주길 바란다. 나는 절대 절대 다른 사람을 언급한 적 없다. 오직 손흥민뿐이었다. 따라서 난 누군가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모욕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모두에게 큰 존중과 포옹을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벤탄쿠르는 자국 매체와 인터뷰 도중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그는 지난 15일 우루과이 방송 '포르 라 카미사'에 출연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사실상 토트넘 주장인 손흥민 유니폼을 달란 뜻이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은 뒤 문제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손흥민 사촌은 어떤가. 어쨌든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행자 역시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물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싫어해서 한 말이라기보다는 별 생각없이 나온 저질 농담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인들 외모에는 차이가 없다는 인종차별적 시각이 드러난 발언이다. 남미에 동양인 차별 의식이 얼마나 만연한지 알 수 있는 방증인 셈. 아무리 익숙지 않은 다른 인종을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지만, 명백한 실언이었다.

당연히 논란이 커졌고,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역시 잡음을 피하지 못했다. 벤탄쿠르는 게시된 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사과문을 올리면서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사과문은 이미 내려간 지 오래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Sonny' 대신 'Sony'라고 적는 실수까지 범했다. Sony는 손흥민의 애칭이 아니라 일본의 전자제품 기업 이름이다. 무엇보다 벤탄쿠르가 정말 반성했다면 자신이 인종차별적 발언에 무감각했다고 정확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단순히 '나쁜 농담'으로 취급하며 넘어가선 안 됐다.

벤탄쿠르의 24시간짜리 사과문 이후에도 팬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그러나 그는 우루과이 대표팀 관련 사진만 공유하며 더 이상 대응하지 않았고, 토트넘도 침묵을 지켰다. 오히려 팬들의 비판 댓글을 삭제하는 지적까지 받았다. 토트넘은 구단 차원에서 휴가 기간이라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결국 손흥민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는 20일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했고, 이를 알고 있다. 사과도 했다. 벤탄쿠르는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일로 하나가 됐다. 토트넘을 위해 싸우고자 프리시즌에 함께 돌아올 것"이라며 벤탄쿠르를 용서했다.

그러자 토트넘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토트넘은 "구단은 문제가 긍정적인 결과에 이르도록 지원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다양성, 평등 등과 관련한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손흥민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고 팀이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의 영역, 나아가 더 넓은 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팀 팬들이 손흥민을 인종차별했을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뒤늦은 대응이었다.

프리미어리그(PL)도 입장을 내놨다. PL은 토트넘의 공식 성명을 공유하며 "프리미어리그와 우리 클럽들은 모든 형태의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차별적 학대에 맞서 조치를 취하는 클럽과 선수, 직원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며 인종차별 반대 구호인 'No Room for Racism'을 외쳤다. 

이와 별개로 사건은 더 커질 모양새다. 축구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단체인 '킥 잇 아웃'은 수많은 제보를 받았고, 모두 토튼넘과 관련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 차원에서 벌금과 출장정지 징계도 고려 중이다. 손흥민이 용서했다고 해도 조사 결과 인종차별이 맞다고 판단되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벤탄쿠르에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두 번째 사과문까지 올렸다. 하지만 여기서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오직 손흥민만 언급했을 뿐이라고 두 차례나 강조하며 잘못을 회피하려 했기 때문.

아무리 벤탄쿠르가 직접 언급한 사람은 손흥민 한 명뿐이라지만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말은 분명 한국인을 넘어 동양인 전체를 차별한 말이다. 그가 정말로 자기 잘못을 깨닫고 뉘우쳤다면 무의식 중에 갖고 있던 인종차별적 시각을 인정하고 모두에게 사과해야 했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논리적으로(logically)' 이번 발언이 오해였다고 주장하며 많은 이들의 비판을 비논리적인 행동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과문인지조차 의심스러운 황당 해명의 연속이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고 억울해 할 게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고치겠다는 말을 내놨어야 한다.

팬들도 이 점을 모를 리가 없다. 벤탄쿠르의 사과문은 그를 옹호하는 우루과이 팬들과 비판하는 한국 팬들의 댓글로 이미 전쟁터가 됐다. 사과문을 두 번이나 올리고도 제대로 사과하지 못하고 있는 벤탄쿠르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드리고 벤탄쿠르, 손흥민, 토트넘 홋스퍼, ESPN UK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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